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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5년 전 실수, 이번엔 반복 안해”

1년 앞당겨 캠프 설치하고 정책 적극적으로 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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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4호 심원섭⁄ 2011.01.10 14:29:35

심원섭 정치전문大記者 dailypen@cnbnews.com 2010년을 복지 이슈 선점 및 학계, 관계, 재계 인사 8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미래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를 출범시키는 것으로 마감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새해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년 초인 1월 3일 정치적 텃밭인 대구를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하면서 적극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이처럼 정치적 텃밭 한 곳에서 이틀이나 ‘외박’을 하면서까지 각종 행사 20여개를 소화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대구에서 2박을 한 것은 지난해 지방선거 지원 유세차 13일간 머문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이번 지역 방문을 계기로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 전 대표는 3일 오전 대구 시내의 한 호텔에서 대구매일신문 주최로 열린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직후 지역구인 달성군으로 이동해 지역구민들에게 인사하고 재래시장 등을 방문했다. 박근혜, 신년부터 2박3일 대구서 20여개 일정 소화 이어 박 전 대표는 4일에도 한나라당 여성정치 아카데미 신년교례회를 시작으로 대구시 한나라당 의원과의 오찬, 대구시 노인회 신년행사 참석, 대구시청 및 경북도청 방문 등 오전부터 저녁까지 10여개가 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방문 3일째인 5일에도 대구시 여성단체연합회 주최 신년교례회를 포함해 3~4개 행사에 잇따라 얼굴을 비친 뒤 오후 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3년간의 ‘조용한 행보’와 달라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그동안 고사해온 특강 및 지역 방문 요청에 점점 더 많이 응하고, 외교-안보나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준비해 온 정책을 속속 공개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언제까지 침묵할 수는 없는 만큼 천천히 정책 행보에 나설 것”이라며 “무대도 국회 안에서 밖으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조금씩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박 전 대표가 본격 행보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27일 싱크탱크 성격의 ‘국가미래연구원’을 발기시키면서부터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발기인 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금 새로운 국가 발전의 기로에 있다”며 “이 시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의 출범을 주도한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를 맞으며 우리는 특정 현상을 한 분야의 사람들끼리 연구하는 것보다는 여러 분야의 사람이 모여 종합적 시각에서 보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의식을 가졌다”면서 통섭(統攝, 학문 사이의 통합)의 접근법을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당규 때문에 일찌감치 한나라당 대표를 사임하고도 6개월 동안 별 활동을 않다가 2위로 주저 않은 뼈저린 경험 탓 “이번엔 달라” 김 교수는 또한 “박 전 대표도 종합적 시각으로 현상을 봐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연구 모임을 한다는 것을 알고 ‘나도 함께 회원으로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로 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이날 김 교수를 원장으로 선출하고 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조대환 변호사 등 3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연구원은 올 초 서울 마포구에 사무실을 개소하는 한편 회원들이 외교안보, 산업무역경영, 보건의료안전, 농림수산, 행정 등 15개 전문 분야별로 중점 연구 과제를 선정키로 했으며, 운영 경비는 회원 개인당 5만원씩의 월례 회비로 충당된다고 밝혔다. 78명의 연구원 발기인은 77%가 대학 교수이고 이밖에 전직 관료, 기업인, 변호사, 의학 박사 등의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현직 국회의원 중에는 박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진 3선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이름을 올라 있다. 연구원에는 박 전 대표와 격주로 만나 정책 토론을 해온 ‘5인 스터디그룹’의 원로학자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 신세돈 교수, 안종범(성균관대), 김영세(연세대), 최외출(영남대) 교수가 참여했다. 또한 윤병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 수석비서관, 서울대 이승훈 명예교수, 서울대 박은우 교수, 대구가톨릭대 박정한 교수, 연세대 이정민 교수 등도 참여해 연구원이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서 정책의 산실이 될 것을 예고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가 정치권 일각의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국가미래연구원을 조기 출범시킨 이유에 대해 측근들은 “2007년 경선 패배의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현 지식경제부 장관)이 대선 캠프를 구성하라는 지시를 받은 건 2006년 12월 말경이었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 경선을 8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 캠프를 꾸리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며, 그로부터 며칠 뒤인 2007년 1월 3일 캠프 개소식을 가졌다. 그리고 이틀 뒤부터 분야별 정책자문단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17대 대선 D-349일 시점이던 당시, 박 전 대표는 외교안보 분야 자문단 10여 명을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결과가 됐다고 판단한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박 전 대표가 당시 ‘대선 1년6개월 전에 대표직을 물러나야 한다’는 당헌 탓에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그해 12월까지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 경선 패배의 가장 큰 이유라고 측근들은 분석한다.

특히 박 전 대표가 경선을 불과 8개월 앞두고 캠프를 꾸리고 정책을 내놓다 보니 경선 기간 내내 ‘콘텐츠 부족’이란 비판에 시달렸으며, 더구나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이슈를 선점 당하고 말았다. 박 전 대표가 2007년 경선에서 석패하자 친박계 의원들로부터는 “준비가 너무 늦었고, 주요 이슈를 빼앗겼기 때문”이란 반성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따라서 이번 국가미래연구원의 출범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대선 선제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 전 대표가 ‘대세론’으로 굳히기를 시도하는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년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고, 2011년 새해 1월 1일 발표된 각 언론사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 강세를 보였다. 반면 다른 주자들의 지지율은 모두 한자리 수였다. 특히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박 전 대표는 무려 42.3%의 지지를 받아 나머지 주자들을 압도했다. 그가 공식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측근들 “만인이 대선 의지 아는 만큼 숨기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면 오히려 이미지 나빠져. 2년이란 충분한 시간 갖고 차분히 전진할 것” 박 전 대표는 야권 후보 지지율 1위인 유시민 참여당 정책연구원장과의 가상 맞대결에서도 65%대 22.5%로 크게 앞섰다. 이밖에도 박 전 대표는 한겨레(37.5%) 문화일보(35.3%) KBS(34.6%) 한국일보(33.5%)의 여론조사에서도 30%대를 넘어섰다. 서울신문 조사에서는 29.8%의 지지율로 유일하게 30%에 미치지 못했지만 역시 큰 격차로 선두를 고수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20일 사회보장기본법 공청회에서 자신의 복지 정책을 설명하고, 곧이어 27일 싱크탱크를 발족하면서 적극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과거 대선 1~2년 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정치인이 실제 대권을 거머쥔 경우가 없는 데다, 대선까지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점칠 수 없는 만큼,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대세론으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가 대세’라기엔 아직 시간-변수 많다” 이에 대해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중성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만큼 이젠 국가 운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하는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면 무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 시동을 조금 빨리 건 감이 있다”며 “향후 당 안팎에서 많은 견제구가 날라 올 것이므로 그걸 극복하는 게 과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대선후보 0순위는 박 전 대표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한국 정치사에서 ‘이회창 대세론’이나 ‘이인제 대세론’처럼 초기의 우위 양상이 선거 끝까지 유효했던 적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을 2년 앞둔 2005년 말 당시 지지도 1위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도, 박 전 대표도 아닌 고건 전 총리였지만, 선두 자리는 불과 몇 달 만에 뒤집혀 ‘대세론 필패’를 또 한 번 증명하기도 했다. 최근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모름’ ‘무응답’ 비율이 계속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과거 97년과 2002년 대선전에서 ‘대세론’의 주역이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1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당시에는 나도 (대통령이) 될 줄 알았지(웃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군계일학이다. 확실한 대세다. 그러나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 정도만 얘기하자”며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측근은 말한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내 예선을 싱겁게 끝내기보다, 친이계 대표 주자와 제대로 된 승부를 벌이면서, 전투력도 쌓고 검증 과정을 거치며, 나름의 경선 드라마를 엮어 가면서 본선을 위한 힘을 비축해 가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고 한 참모는 귀띔했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이러한 대선 스케줄을 총관장할 계파 구심점으로서의 ‘좌장’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라면 고민거리다. 지난 2007년 대통령 경선에서 좌장 역할을 맡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지난해 2월 친박계를 이탈하면서 생긴 공백을 이제 누군가 맡아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이와 관련해 영남의 한 친박계 의원은 “작년까지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심전심으로 지나갔지만 올해도 이렇다면 문제”라며 “구심점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경쟁이 서서히 표면화될 수 있고 당내 대선 후보 경선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친박계 내부 의원들 사이의 역할 분담과 원활한 정보 소통을 위해 중심축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대두하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6선 중진인 홍사덕 의원을 비롯해 친박 몫 최고위원을 지낸 허태열(3선) 의원, 현 최고위원인 서병수(3선) 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김무성 원내대표만한 사람이 없다”며 그를 복귀시키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성탄절 때 가석방된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일정 부분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 둘 모두에는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딱히 한 명을 내세우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세는 필패’라는 공식이 이번엔 통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속도 천천히 올리기 시작해 2년 뒤 대선 승리를 향해 달려갈 것” 물론 좌장 역할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난 2월 세종시 정국에서 김무성 원내대표와 대립할 때 직접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비공식적이고 계파 중심적 냄새를 풍기는 좌장이라는 단어에 박 전 대표가 부정적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한 친박계 의원은 “본격적으로 경선 캠프가 꾸려질 때 공식적으로 역할을 정해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지 지금 좌장이라고 세우면 오히려 분란과 알력만 생길 것”이라며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다른 한 중진도 “박 전 대표도 의원들의 염려와 걱정을 모두 듣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박 전 대표가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여러 동향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심지어 친박계 의원들조차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가 신속하고 전격적이어서 놀랍다”고 말할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최근 거침없는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미 대선 주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이제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으며 숨기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게 오히려 나쁜 것”이라며 “향후 2년이란 시간은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기 위한 시간이 될 것이나 정치적 행보는 지금처럼 차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권 행보가 다른 ‘잠룡’들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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