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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박혜수展, 포스코 미술관 1.6~20

잃어버린 꿈을 찾는 느린 여행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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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5호 편집팀⁄ 2011.01.17 13:42:37

박숙영 (조형예술학, 이화여대 교수) 박혜수는 한낮에 무거운 통나무를 끌고 다니며 엄청난 속도의 태양의 움직임이 얼마나 고요한지, 그 태양 뒤에는 ‘낮달’이 숨어 있음을, 그리고 이 자연의 빛들이 세계를 생명으로 채우고 있음을 조용히 역설한다. 그리고는 이러한 자연의 힘을 외면한 채 작품마저도 관객을 한 순간에 압도시키기 위해 충격 효과로 무장시키는 오늘의 예술 현장에서 ‘오랫동안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추스르게 해 현재의 나를 만나게 하는 공간이다. 또한 자신의 영혼이 저만치 뒤에 있는 줄도 모르고 세상의 속도를 좇아 사는 이들에게 권유하는 ‘멈춤’의 시간이다. 모두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기 때문에 나만 발을 떼면 사고가 날 것 같아 걱정하는 ‘주변인’들은 그 ‘멈춤’으로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박혜수는 미끈한 손끝의 터치만으로 순식간에 지구 저편을 갔다 올 수 있는 세상 속에서 모든 감각을 기억하는 손에 담긴 마음의 소리를 들려준다. 그 손은 화려한 치장으로 숨길 수 있는 얼굴과 다른 진실의 표정이며, 상처 입은 우리에게 건네는 ‘벙어리 친구’의 따뜻한 손이다. 먹다 버린 사과도 철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에서 누군가의 짧은 인생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고, 단순한 돌덩어리도 사유하는 ‘철학가의 돌’이 될 수 있으니 초라해 보이는 것들 속에 담긴 진실을 보라고 한다. 사람들의 기억과 향기는 시간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지만, 반면 시간이 흘러야 모아질 수 있는 것이다. 박혜수는 어린 시절, 친구의 벙어리장갑을 슬쩍 버린 것이 여전히 부끄러워 철수세미로 씻어 내고 싶을 만큼 스스로 양심에 생채기를 낸다. 지금도 여전히 숨길 수 없는 욕망과 시기심에 가득 찬 자신에게 내리는 벌이다. 그가 수집한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그 속에 우리의 바람과 상처와 푸념이 있고, 엄마의 ‘물에 말은 밥’이 담겨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회한으로 남을 꿈일지언정 엄마의 백과사전처럼 ‘삶’이라는 트로피를 받을만한 인생의 이야기이다. 박혜수의 작품은 분주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잃어버리거나 내일로 미뤄뒀던 우리의 꿈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홀로 떠난 낯선 여행지에서 발견하게 되는 우리의 얼굴을 비춘다. 우리가 이 땅에서의 삶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으로부터 늘 깨어있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삶이 지상에서의 여행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마칠 여행의 끝자락에서 못 이룬 꿈을 따듯이 안고 ‘내 별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또 다른 꿈을 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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