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나와는 동떨어진 공간 같아서 방문하기 힘들었다.” 최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미술관을 방문한 출연진들이 털어놓은 말이다. 영화관이나 카페, 음식점은 쉽게 갈 수 있는데 그림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는 발을 들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 이처럼 마치 미술 관련 지식이 많은 사람만 방문해야 할 것 같다는 편견 때문에 미술관과 갤러리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비해 카페는 아주 일상적인 공간이다. 밥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중간에 시간이 남을 경우 사람들이 자연스레 들어가게 되는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카페이다. 이런 대중적인 성격을 지닌 카페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갤러리가 합쳐진 이른바 ‘갤러리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 갤러리 카페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편안한 분위기’이다. 삼청동에 있는 ‘리하우스’는 1층의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갤러리 스페이스 모빈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김희연 관장이 매달 작가를 선정해 꾸려가고 있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이재합 리하우스 대표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갤러리 카페 리하우스를 열게 됐다고. “갤러리에서는 서서 전시를 관람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시를 한 번 쑥 둘러보고 나가게 될 때가 많습니다. 갤러리와 카페가 함께 있으면 앉아서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면서 편안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죠. 실제로 차를 마시러 왔다가 그림이 마음에 든다며 사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렇게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인 갤러리 카페는 홍대 카페 골목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갤러리 카페 오후’에서는 2주 단위로 새로운 전시가 이뤄진다. 전시를 하고 싶은 사람은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전시 신청을 할 수 있다. 전시 신청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마추어 작가와 미래에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갤러리 카페가 이들이 보다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영락 갤러리 카페 오후 대표는 밝혔다. “홍대라는 지역의 특성상 전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주로 방문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의 경우 첫 전시를 연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나중에 정식 작가로서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기 이전에 그들이 편하게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판이 돼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갤러리 카페가 편안한 분위기로 대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작가들의 전시 기회를 넓히는 등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전시 본연의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작품이 뒷전으로 밀려나 벽걸이 장식물로 전락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면만 부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적으로 전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전시를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카페라는 대중적인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전시 또한 전문적으로 갖춰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확보하는 곳들도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송은아트스페이스’는 대중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송은문화재단이 2010년 설립했다. 1층에는 S테라스라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전문 큐레이터와 전시 기획자가 꾸리는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송은미술대상 1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데, 1층 카페 공간에 허브를 수경 재배하는 권준호의 작품이 전시돼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카페 이곳저곳에 배치돼 있는 송은문화재단의 소장품도 지속적으로 교체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낼 계획이다. “카페라는 공간이 갤러리가 지닌 고유성을 훼손하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전시를 부담 없이 편하게 접하는 등 보다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송은아트스페이스 측은 밝혔다.
이태원에 있는 갤러리두루 또한 1층에 카페가 운영되고, 2층에 갤러리가 있는 갤러리 카페이다. 현재는 1층 카페에 멜린다 밀란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갤러리두루는 이태원의 비유투(butwo)라는 다이닝 라운지 바에서 이뤄지는 전시도 기획하는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전시가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갤러리와 갤러리 카페,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전시가 어렵다는 색안경을 벗는다면 미술관이든, 갤러리든, 갤러리 카페든 모두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재탄생돼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