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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성 칼럼]사랑은 눈 같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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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5호 편집팀⁄ 2011.01.17 14:25:45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눈이 연일 내린다. 눈이 펑펑 내릴 때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너무나 행복하고, 거기에 맛있는 커피와 멋진 음악까지 곁들여지면 더더욱 행복하다. 눈은 비와는 다른 감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깨끗하고 포근하고 또한 아름답다. 눈 덮인 설국을 기차가 뽀얀 연기를 내면서 지나가는 장면이나, 러브스토리의 한 장면을 생각하지 않아도 눈은 내릴 때 매우 아름답고, 신기하고, 신난다. 사랑을 할 때나 사랑을 받을 때도 이런 느낌이리라…. 따뜻하고, 마음이 충만하고, 행복하고, 기쁘고, 그래서 눈밭에 마음껏 뒹굴고 싶다. 사랑처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없지만, 사랑처럼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처음에 사랑은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아주 조용히 온다. 자고 일어났더니 눈이 쌓여 있는 것처럼 눈은 잠도 방해하지 않고 기분 좋게 조용히 내린다. 비처럼 소리를 내지도 않고, 바람처럼 요란하지도 않다. 이상하게 눈이 내리는 날은 바람도 세지 않다. 아주 조용히 소리 소문 없이 내린다. 사랑 역시 그렇게 조용히 찾아온다. 내 마음에 소리 없이…. 우연처럼, 운명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사랑이 식으면 마치 눈처럼 된다. 눈이 그친 후 세상은 온통 지저분하다. 녹다만 눈이며, 쌓여서 미끄럽고 굳은 눈은 군데군데 얼어 있고, 색깔은 언제 순백의 눈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흙과 섞여서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회색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차도 지저분하고 창문도 지저분하다. 비가 온 후에 세상은 깨끗한데 눈이 온 후에 세상은 더럽다. 눈이 올 때나 눈이 온 후는 교통사고도 참 많고, 넘어져서 허리나 다리를 다쳐서 오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노인들은 눈이 오면 아예 바깥출입을 안 하시는 분도 많다. 어린애들이나 좋아하지, 어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눈 온 후에 집 앞을 쓸어야지, 그 후에 세차해야지, 귀찮은 일이 너무나 많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동안에 파트너 신경 써야지, 이야기를 잘 들어 줘야지, 시간을 함께 보내야지, 무슨 날마다 챙겨야지. 그리고도 눈치 보면서 주말에 편히 쉬지도 못하지, 사랑을 잘못하면 몸과 마음을 다치지…. 그래서 사랑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챙기려고 하니까 귀찮은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행복이야 있겠지만, 그 행복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아예 사랑에 관심이 없는 남자와 여자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눈앞에 매력적인 여성이 있어도 성욕이 없는 남자를 '초식남'이라고 하는데, 욕망이 적고 성공과 출세 대신 개인적인 삶을 더 중시하는 남성들이다. 또한 회사에서는 유능함과 성실함을 인정받지만, 집에서는 혼자 맥주와 건어물로 시간을 보내는 '건어물녀'가 있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덧 눈이 쌓여 있듯 사랑도 그렇게 나도 몰래 내 곁에 와 있다. 눈 오면 다치는 사람 많은 것도 사랑과 비슷. 그들은 연애에는 무관심하고, 출산, 육아, 운명적인 사랑 대신 사회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쿨~한 여자들이다. 즉 욕망이 없는 남자와 여성성이 거세된 여자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마치 눈이 오면 귀찮아하고 다칠까 봐 꼼짝도 않는 사람들처럼….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뒤끝이 깨끗하지 않다. 마치 눈처럼…. 사랑을 할 때는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랑이 끝나면 온 세상이 더러워 보인다. 열정적인 사랑도 식으면 마치 식은 밥처럼 맛이 없고, 끝난 사랑은 가슴을 찢어 놓는다. 하지만 그 녹은 눈도 햇빛에 녹고, 언젠가는 다시 깨끗해진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반드시 세차를 하고 유리창을 닦아야 깨끗해진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희뿌연 먼지가 앉은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봐야 하고, 차를 탈 때마다 손과 옷에 먼지가 묻어야 한다. 만약 청소를 안 하면 더러워진 차나 유리창은 절대로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끝나면 우리도 우리의 마음을 닦아야 한다. 마음에 앉은 먼지와 때가 저절로 안 없어질 것이다. 절대로 그냥 깨끗해지는 일은 없다. 반드시 우리 마음에도 따뜻한 햇볕과 깨끗한 물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눈이 녹듯이 마음의 앙금과 때가 녹는다. 아름다운 눈이 녹으면 세상 지저분하게 만들 듯 사랑도 식으면 상처주고 가슴 아파. 그렇다고 첫눈 기다리는 마음을 버릴 수야 없지 우리는 겨울이 되면, 특히 크리스마스가 되면 눈을 기다린다. 특히 눈이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은 일부러 눈을 구경하러 여행을 간다. 눈 때문에 작년 겨울에 고생을 많이 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이 내릴 때의 기쁨은 또한 크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 때문에 너무 아팠다고 하더라도, 언제 아팠냐는 듯이 또 다시 오는 사랑에 마음이 떨리고 행복하다. 특히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눈에 대해서 환상을 갖듯이 사랑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은 더더욱 사랑에 대해 환상을 갖는다. 눈과 사랑은 참 많이 닮았다. 일 년에 며칠 정도만 눈을 볼 수 있듯이, 사랑도 평생 며칠 혹은 몇 번 혹은 평생 한 번 경험한다. 평생 한 번도 못하는 사람도 있다. 첫 눈이 오는 날, 무슨 일인가를 하고, 멋진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싶고, 멋진 장소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듯이 우리는 항상 사랑을 기대한다. 그 사랑이 잊힐 때쯤이면 또 다른 사랑을 꿈꾼다. 첫 눈이 온 후에 또 다른 눈을 기다리듯이…. 눈이 온 후의 상황을 걱정하지 않고 또 다른 눈을 기다리듯이, 사랑이 아플까봐, 귀찮거나 힘들까봐 피하지 말고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자. 받는 사랑만 생각하지 말고, 주는 사랑을 하자. 아픈 사랑을 걱정 말고, 마음이 벅찬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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