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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봉 함바 게이트’ 종착지는?

권력형 비리인가 아니면 일개 브로커의 농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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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5호 심원섭⁄ 2011.01.19 11:14:36

‘함바 게이트’ 주범 유상봉(65, 구속기소)씨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1월 13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강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직 경찰 수뇌부가 검찰 조사를 받은 데다 공직자들의 이름이 계속 나오고 있어 ‘함바 비리’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이 순조롭게 발부되고 이르면 다음 주까지 유 씨의 로비 대상이 됐던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해 수사에 속도를 붙이면서 그 다음에는 로비 의혹의 핵심인 정-관계 쪽으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첫 번째 거물급 로비 대상자로, 상당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강 전 청장의 구속이 뜻밖에 불발됨에 따라 검찰로서는 초기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정-관계 쪽으로 성급하게 수사망을 확대하기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이 전 해양경찰청장과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등 이미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전직 경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에도 다소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함바 비리’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지금까지 실명으로 거론된 정-관계 인사만 십 수 명이나 되며, 이중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과 여권 대선주자가 연루됐다거나, 함바 운영권 브로커 유 씨에게 강 전 경찰청장을 소개해준 거물급 인사가 있다는 설, 또는 목포 출신인 유 씨를 업계의 큰손으로 키워준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실세라는 등의 얘기가 퍼지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 소문이 모두 사실이라면 ‘함바 비리’는 업계에 뒤늦게 뛰어든 유 씨가 정권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전방위로 포섭해 전국의 건설 현장 식당 운영권을 떡 주무르듯 한 ‘권력형 비리’ 사건이 된다. 이와 관련 유 씨가 함바 운영권에 손을 대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함바 업체의 한 사장은 “현재까지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로비 자금이 최소 수십억 원이고 건국 이래 최대의 비리 사건이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놓고 보면 유 씨가 함바 운영권을 따내려고 전국 곳곳에서 인맥 쌓기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경급 이상 경찰 41명, ‘함바집 큰손’ 만나 이는 조현오 경찰청장 지시로 유 씨와 접촉한 적이 있는 총경급 이상 경찰관들의 자진신고를 받아 보니 그 숫자가 41명이나 되는 것은 물론, 허남식 부산시장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 각계 인사 상당수가 유 씨와 최소한 안면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에 따른 것이다. 이는 지난 2005∼2006년 군과 검찰, 법원, 경찰에 구축한 마당발 인맥을 바탕으로 브로커 활동을 한 윤상림 씨가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사기, 공갈, 알선수재, 뇌물공여, 변호사법 위반 등 백화점식으로 범법 행각을 벌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법조 브로커 윤상림 씨의 전방위 로비 사건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함바집 운영업자 겸 알선 브로커 유 씨는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윤상림 게이트’와 비슷한 행적을 남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씨는 건설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낸 뒤 자신이 거느린 2차 브로커들에게 이를 팔고, 이들 2차 브로커는 실제 함바집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다시 팔았으며, 그 과정에서 경찰, 국회의원 등 정치인, 전직 장관, 공기업 임원 등 직위를 가리지 않고 인맥을 쌓았다. 그는 함바집 운영권을 따거나 알선-인사 청탁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 일부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 조사에서 유 씨는 자신의 매제와 처남 등 가족을 포함해 수십 명에 이르는 ‘2차 브로커’를 동원해 문어발식으로 함바집 알선업을 해오면서 경찰을 중심으로 하는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반드시 운영권을 따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등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씨에 속아 1억 원을 날렸다는 업자 홍 모(55) 씨는 “2차 브로커가 ‘유 회장님은 국회의원도 아는 대단한 분이다. 반드시 운영권을 확보해 주겠다’며 꼬드겼다”며 “나처럼 유 씨에게 알선을 부탁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이 몇 명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이며, 2009년 건설 경기가 좋았을 때 유 씨에게 부탁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이 특히 많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유 씨는 건설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따낸 뒤 자신이 거느린 2차 브로커들에게 이를 팔고, 이들 2차 브로커는 실제 함바집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다시 파는 식으로 목돈을 챙겼으나 투자자 일부는 약속대로 운영권을 넘겨받았지만 대다수는 억대의 알선료를 내고도 운영권은 커녕 투자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회사 5∼6곳의 대표 직함과 서로 다른 이름이 박힌 명함을 번갈아가며 돌렸다. 심지어 2차 브로커들에게는 되도록 자신의 실명이 아닌 ‘유 영감’ ‘유 회장’ 등으로 부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이 해명 자료에서 밝힌 유 씨의 이름도 실명과 마지막 한 글자가 다른 가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유 씨는 휴대전화 13개를 번갈아 사용했으며 자신을 주택 사업가나 금형 제조업체 사장 등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유 씨는 2008년 경남 통영의 지역 문화단체 2곳에 1억여 원을 기부하는 등 부산·경남권 일대에서 큰손 노릇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5~6곳 회사 대표 직함 사용…휴대전화만 13개 검찰은 유 씨가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려 건설사 대표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 등)를 잡고 그를 구속한 데 이어 돈을 받은 건설사로 수사 방향을 돌려 H건설 L 대표이사를 지난해 12월 11일 구속했다. 수사는 운영권만 확보하면 장기간 독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함바집을 두고 거액의 뒷돈이 오가는 건설업계의 병폐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모아지는 듯 했지만 강 전 경찰청장과 이 전 해양경찰청장의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여기에 유 씨가 김병철 울산경찰청장과 양성철 광주경찰청장을 포함한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 10여명에게도 청탁이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특히 검찰은 유 씨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 이 돈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L씨와 공기업 임원, 지방자치단체 고위공무원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도 포착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전직 장관의 경우 유 씨가 해당 인사의 동생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이 있어 이 돈의 성격과 최종 목적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재까지 드러난 유 씨의 전방위 로비 행각은 경찰 수뇌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지만 육상과 해상의 치안을 책임졌던 전직 경찰수장 2명이 온갖 비리 의혹의 중심에 놓이면서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배경에 경찰이 숙원 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방해하려는 숨은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불과 4개월 전까지 치안총수를 지낸 강 전 청장 등을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하면서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경찰의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독립시키는 게 시기상조라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라는 게 경찰 일부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경찰 고위직과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 유 씨를 수사 대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경찰 죽이기’를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경찰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물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폭로전’ 양상이 이어지면서 의혹의 상당 부분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온다. 사실상 고위층과 인맥에 따라 운영권이 결정되는 함바 업계의 특성상 유 씨가 고위층과 일면식만 갖고 막역한 사이인 양 허풍을 떨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각지의 경찰서장을 비롯해 유 씨와 관계를 의심받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누군가의 소개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 씨의 로비 행각을 둘러싼 의혹이 대부분 그를 통해 함바 운영권을 따려고 돈을 줬다가 날린 피해자나, 유 씨와 이들을 연결해준 2차 브로커, 일선 함바 운영업자 등의 입에서 나오는 점으로 미뤄 이들이 유 씨의 허풍이나 업계의 소문을 그럴 듯하게 옮겼을 수도 있다. 유 씨와 만난 사실을 실토한 인사들이 대부분 유 씨의 사업이 점차 기울기 시작한 때인 3~4년 전에 봤다고 말하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유 회장’으로 불리며 업계를 장악하던 유 씨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축소된 사업을 만회하려고 경찰뿐 아니라 정-관계에도 문어발식 로비를 시도하며 이들의 이름을 팔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의혹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두 전직 치안총감 등을 제외하면 ‘카더라’ 수준의 의혹만 갖고 수사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항간에는 현직 광역지방자치 단체장과 정치인 등 로비 대상자 1천여 명이 적힌 ‘로비수첩’이 있다는 풍문도 떠돌지만, 검찰 관계자는 “작성된 지 10년 정도 돼 보이는 전화번호부가 있을 뿐인데 수사에는 도움이 안 되는 자료”라고 일축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타깃이 더 있다”는 얘기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아직은 수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에 경찰은 의혹의 눈초리 보내 문제는 당초 함바집을 둘러싼 건설업계의 관행적 비리를 들춰내는 데 초점이 모이는 것 같았던 이 사건 수사가 불과 한 달여 만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권력형 비리를 캐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유 씨가 검찰 조사에서 경찰 조직의 전직 양대 수장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현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차관급 기관장, 공기업 사장, 광역자치단체장, 대형 건설사 대표의 이름을 순순히 밝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사실 유 씨는 2차 브로커 수십 명을 동원해 전국에 걸쳐 문어발식으로 함바집 운영권 알선업을 해오면서 크고 작은 뒤탈을 막으려고 강 전 청장 등 경찰 고위직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뒤를 봐줄 것이라 철석같이 믿었던 강 전 청장이 자신에게 4천만 원을 주면서 해외 도피를 권유하는 등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자 자신이 관리해온 경찰 고위직 인사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품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2008년 이후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업자들에게 약속한 함바집 운영권을 따오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줄 소송에 시달렸지만 정작 자신이 관리해온 인사들에게서 그다지 도움을 받지 못한 점도 유 씨에게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다. 실제 유 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거론된 인사들은 ‘한번 만났을 뿐 친분 관계는 없다’는 식의 해명으로 일관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또한 유 씨가 지난해 11월 구속된 뒤 수감 생활로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한 것도 그가 입을 열게 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건강이 나빠지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해 보석으로 풀려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1월 6일 보석 신청이 기각되면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석 신청을 대리했던 담당 변호사는 “건설사 고위직 증재 혐의 수사가 끝났고 지금까지 수사에 잘 협조했다고 판단해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며 “정관계 고위직 연루설 등 언론 보도가 나가자 법원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검찰은 유 씨의 입을 통해 비교적 쉽게 연루 인사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부 정관계 인사들은 브로커 유 씨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진술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그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 돼 버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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