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누워 책을 읽는 부엉이. 가지런하게 다리를 모으고 나무에 앉아 바이올린을 켜는 호랑이. 그 옆에는 까치가 악보를 물고 있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두툼한 책을 들고 욕조에서 목욕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호랑이와 부엉이 등 그림 속 한가롭고 편안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그림과 동화되며 달콤한 휴식을 맛보게 된다. 동물을 마치 현대인처럼 표현하면서 친근한 그림을 그려온 안윤모 작가가 서울 관훈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마음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1월 19일부터 2월 27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그림의 주제는 편안함과 휴식이에요.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게 살기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죠. 유행처럼 돼 버린 테이크아웃 커피는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실 시간도 없다는 것과 같아요. 휴식에 필요한 것이 음악이고 독서라고 생각해요. 그림 속 악기를 다루고 책을 읽는 모습도 모두 휴식이 필요함을 나타냈어요.” 이번 전시는 그가 추구하는 편안함과 휴식의 연장선으로 여행을 떠나보자는 제안을 한다. 전시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멀리갈 순 없지만 먼저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자는 것이다. 그림 속 그려진 동물들이 우리들의 모습이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한번쯤은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음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는 작가 자신이 호랑이띠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이고 부엉이는 왠지 모를 생뚱맞은 표정이 재밌어 그리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 가끔 등장하는 까치는 조연으로 그림의 감초 역할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마냥 편하게만 바라보는 가벼운 그림이 아니다. 바로 현대사회의 문제를 조용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 문제의식이 전혀 없지는 않아요. 그림 속 대나무는 환경문제를 꼬집었어요. 문명이 발달하면서 자연을 손쉽게 훼손하는 무지한 개발 문제를 지적했죠. 결국은 모두가 행복하고자 하는데…. 때문에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예술 본연의 역할이 그렇듯이 친근하게 다가서고 그 역할을 다하는 그림이 됐으면 해요.” 앞으로도 자신의 큰 틀을 벗어나진 않을 거라는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 작업도 했다. 특히 책을 이용한 설치 작업으로 관람객이 참여하는 전시도 했다. 현재 전라남도 강진에 있는 청자박물관에서 전시가 진행 중으로 제주도에서 시작해 3년째 전국을 돌며 이어지고 있다. 통인옥션갤러리 옥자경 큐레이터는 “작가의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는 그것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너무도 매력적이며 이상적인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02)733~4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