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스포츠에 열광한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4강 진출에 열광했고,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에 열광했으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마린 보이 박태환에 열광했다. 스포츠가 인기를 끌면 그에 못지않게 스포츠 마케팅도 활발해지기 마련이다. 스타 선수를 모시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느새 스포츠 본연의 모습은 뒷전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변대용은 스포츠의 화려한 면모보다는 선수들이 가진 순수한 열정에 주목하면서 사람들이 지닌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변대용은 이전에 귀여운 캐릭터나 동물 위주의 작업을 하면서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왔다. 점차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들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실패한 스포츠 선수의 눈물과 노력하는 선수들의 땀을 보면서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작업하는 환경이 너무 힘들어 작가라는 길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는 제 모습이 가장 ‘저답다’는 생각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죠. 그래서인지 선수들이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더 감명 깊게 다가왔어요.” 변대용이 만들어낸 선수들은 스타 선수들처럼 화려하지 않다. 팔 하나가 없고 다리가 없는 등 장애를 가졌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희망을 놓지 않고 꿈을 향해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빛이 난다. ‘경쾌한 두 발’에서는 두 발이 없는 장애인이 의족을 빌려 허들 경기를 하고 있는데, 지면에 묶인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을 생각하다’라는 작품에서는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 등장하는데, 팔 하나가 없는 것이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머지 팔이 있음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변대용은 말한다. “저희 아버지는 한쪽 다리와 두 손가락이 없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제 개인전에 와서 ‘공을 생각하다’라는 작품을 세 개의 투박한 손가락으로 만지는 모습에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죠. 제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 또한 작품에 투영된 것 같습니다.”
권투 시합에서 쓰러진 선수의 눈물과 피, 노력하는 야구 선수의 배트에 달린 송들,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탁구 선수…변대용이 만든 선수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분야의 선수들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꿈’과 ‘희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 변대용은 그런 선수들에게 연민과 함께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서로 반대되는 삶을 가진 사람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 대해서 작품으로 표현할 계획이에요. 앞으로도 제 자신의 틀을 깨고 좋은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02)514~1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