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가나아트 전략기획팀장) 아트마케팅의 귀띔을 시작하며 지난 11월 연평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시상황이 벌어졌다. 전 세계의 언론은 연평도를 빠져나가는 주민들을 마치 50년대 한국전쟁의 피난민처럼 보도하며 제2의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에 호들갑을 떨었다. 그 덕분에 주식시장의 지수는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곧바로 그 낙폭은 회복되었고 오히려 지수 2000선을 넘어서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비단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의 현상만 그런 것은 아니다. 휴전 이후 대북 리스크 사건은 매번 주식시장에서의 저점 매수 기회를 제공하곤 하였는데 이는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물꼬를 틀어가는 돈의 본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블랙머니를 뺀 소위 눈에 보이는 돈은 판단도 빠르고 고여 있는 것은 더욱이 싫어하며 흐르면서 세상 구경을 즐긴다. 주변의 유행에 민감하고 필요에 따라 돈을 쥔 주인장에게 헤게모니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현재 이 돈이 가장 구경하고 싶어 하는 세상은 어디일까. 몇 년 전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 규모로 아트마케팅이라는 깃발을 들고 찾아든 곳은 다름 아닌 미술계다. 당시 멀리 보이던 아트마케팅의 깃발은 적은 국가 지원금이나 부유한 컬렉터의 조심스런 돈으로 연명하던 미술계에 오아시스와도 같은 희망으로 펄럭였다. 하지만 이제 겨우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만들고 회계에 대한 원칙을 세우면서 소위 없는 살림에 자존심만 드높았던 미술계는 대형자본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결국 기업의 마케팅 브레인들이 미술계를 접수하며 화려한 아트마케팅을 계획하였고 미술계는 열심히 미술 창고를 열어주며 기업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기 바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쭉쭉 뻗어나갈 것 같은 아트마케팅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미술은 대량생산의 시스템화가 불가능하다. 대량생산의 체계화가 되는 순간 그것은 아트가 아닌 다른 세상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한계라 함은 바로 이 단순한 기본원리를 간과해 버린 결과다. 국내 기업의 마케팅은 대량생산의 체계화 위에서 수립된 것이 대부분이기에 기존 전략 위에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아트를 접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한계의 해결책을 기업의 논리 내에서 찾을 길은 없다. 해결의 열쇠는 다름 아닌 아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트마케팅에 있어서 아트는 주체이자 객체가 되는 핵심이 아니던가. 게다가 미술계 내부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기업이 봉착해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워낼 수 있는 미술계 키맨들의 등장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열악한 미술계 내에서 아토즈(AtoZ)로 일해 온 큐레이터의 경험을 근간으로 현장에서 마케팅 훈련을 거친 젊은 아트디렉터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또한 그동안 아트마케팅의 1차적 단계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아트콜라보레이션(예술분야 협업)들의 성과는 본격적인 아트마케팅의 초석이 되고도 남는다. 드디어 미술계가 진정한 아트마케팅을 위한 주체로서 혹은 기업의 파트너로서 그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는 바로 그때가 온 것이다. 이번 2011년 CNB저널의 신년기획 시리즈로 준비되는 ‘아트를 마케팅하면 아트가 마케팅한다’에서 필자는 그동안 기업의 마케팅 논리로 해석되어온 아트마케팅의 의미에서 벗어나 미술계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기업들이 미처 알아낼 수 없는 아트마케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기획 시리즈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 것은 ‘아트를 마케팅해야 아트가 그 무언가를 독립적으로 마케팅해 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아트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논리다. 먼저 ‘아트를 마케팅하다’ 편에서는 아트마케팅에 필요한 기본적인 육하원칙과 중요한 주요 개념들을 정리한다. 이어지는 “아트가 마케팅한다” 편에서는 본격적인 아트마케팅의 형식론과 방법론을 통해 궁극적으로 아트마케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아울러 기업을 넘어선 국가 마케팅으로의 확장 가능한 미술계의 아트마케팅의 잠재력을 함께 확인한다. 마지막 편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마케팅 프로모션형 미술 기획의 개념으로 생산된 프로젝트에서 시작하여 2009년 구스타프 클림트 전 기획 당시 주도했던 아트마케팅 사례를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여러 기업들과의 아트마케팅 성과들을 되돌아보고 아트마케팅의 보다 혁신적인 시도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제 아트는 기업 마케팅의 전략적 수단으로 간택되는 것이 아닌,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그 자체를 아트로 출발하여 유통시키는 전 방위적 접근의 핵심이 되고 있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우선으로 하는 오늘날의 기업 마케팅에서 소통을 목적으로 탄생한 아트만큼 최고의 동지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