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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로시 엠 윤 展, 16번지 1.12~2.13

‘순백(Whiteness)'의 절망적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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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6호 편집팀⁄ 2011.01.24 13:34:57

폰투스 키안더 (PONTUS KYANDER·Sorlandets Kunstmuseum 디렉터) 도대체 이러한 백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면 젊음의 순수함을 의미할 수도 있고 노년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로시 엠 윤의 신작인 <로코코 넘버 33비> 시리즈에 등장하는 젊은 여인들은 불교의 33명의 보살들을 재현한 것으로 인류의 실존적 욕구와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보살들의 이미지는 이 세상에 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즉 내세에 속한 존재라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부재의 느낌은 우선 보살들이 지닌 연꽃, 시계, 해골, 광선 등의 상징물로 표현되며, 그들의 눈빛, 몸짓, 자세 등으로도 전달된다. 그들은 존재하려 한다기보다 스스로에게 거리를 두고 있다. 만약 그들이 소생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죽어가는 것일까? 작품들에는 강한 음영과 흑백의 배경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어둠이 깃들어 있다. 작품은 사전에 철저히 구성된 배경과 인위적인 포즈가 두드러지며, 그 안의 아름다움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어떤 친밀한 느낌이 표현되었다 하더라도 실체적인 것은 아니다. 33명의 보살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 선과 악의 영원한 투쟁의 무대, 즉 빛과 어둠의 세계에 속한 이들인 것이다. 그러나 또한 사진 속에는 특유의 ‘세속적인 것들’이 이러한 비세속적인 느낌의 정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것은 패션 사진 속 모델들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어깨를 드러낸 옷, 노출된 속살과 다리, 화려한 공단과 레이스로 장식된 옷, 흰 가발의 과장된 컬과 타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작품의 제목처럼 유럽의 로코코 양식이란 말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로코코’는 바로크시대 말기에 등장한 특정 실내, 패션 양식을 지칭하는 단어로, 고전 미학의 형식적 원칙들이 무너지고, 굽이치는 듯한 유기적인 장식 선이 특징이다. 이 단어는 실내 장식에 등장하는 조가비나 코키유(소라) 모양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성과 연관된 경박하고 가벼운 기법을 뜻하기도 한다. 혹은 결함이 있는 진주를 묘사하기 위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바로크라는 단어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두 단어 모두 ‘바다’에 기원을 두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보통 그러한 조개 안에는 굴도 들어 있고 더 깊숙이는 반짝이는 진주라는 보물이 들어 있다. 작품 속 젊은 여인에게 현실성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개개인을 즐겁게 하는 패션, 영화, 대중문화 산업이 넘쳐난다. 한편 사회와 (대개) 가족은 강한 도덕적 요구와 의무를 기대한다. 미혼자들의 순결, 기혼자들의 신실함, 여전한 남성우월주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가치관은 현재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전통적 가치관의 뿌리를 서서히 잠식해가며 수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은 강한 도덕적 의무에 종속되면서도 그러한 의무감에서 또한 이탈하고 있다. 도로시 엠 윤의 이미지는 자신의 역사는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서구적 사고방식을 탈피함으로써 기존 서구 예술사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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