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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현빈으로 보는 군대와 연예인

영웅 된 연예인, 지옥 맛본 연예인 누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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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6호 이우인⁄ 2011.01.24 13:45:00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현빈은 현재 한국의 영웅이다.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해병대에 자원했기 때문이다. 그의 해병대 지원은 연일 화제다.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현빈을 모르던 중년 남성들도 현빈을 알 정도니 그 파급력은 대단하다. 아저씨들의 입에서 “현빈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칭찬의 말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현빈의 해병대 지원을 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써가며 그를 추켜세웠다. 지난해 12월 24일 해병대 입대 모병 면접을 받은 현빈은 최근 해병대에 합격했다. 해병대 1137기인 현빈의 유력한 입대 날짜는 3월 7일로 전해졌다. 현빈은 어째서 영웅이 됐나 물론 현빈이 영웅이 된 데에는 단순히 해병대에 지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병대 지원 소식이 알려지기 전부터 현빈은 SBS 주말 드라마 ‘시크릿가든’(이하 ‘시가’)으로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까도남’ ‘주원앓이’ ‘현빈 트레이닝복’ 등 관련 검색어도 연일 화제가 됐다. 드라마와 더불어 그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해병대 지원 소식이 알려졌다. 더욱이 해병대는 지난해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자가 발생하면서 군대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던 상태였다. 그의 해병대 지원 소식에 네티즌들은 “관심 없던 현빈이 갑자기 좋아진다” “현빈의 결정에 너무 놀라 입이 벌어진다” “현빈, 해병대 지원 최선입니까?” 등 반응을 보였다. 원래 멋있던 현빈의 선택은 그 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많은 병역기피 연예인과 대조되며 더욱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잘 나가다 군대 탓에 지옥 맛본 연예인 연예인의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블랙리스트’처럼 오르내리는 몇몇 연예인이 있다. 연예인의 병역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잘나가던 톱스타도 입대 문제에서 잘못 나가면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

병역 기피 연예인 하면 빠지지 않는 단골은 가수 유승준. 그는 지난 2002년 병역 기피로 입국 금지 처분을 받고 아직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결혼하고 아이 아빠가 된 그는 얼마 전부터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성룡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JC그룹과 계약을 맺은 유승준은 지난해 영화 ‘대병소장’으로 국내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뒤 일이 더 잘 풀리고 있는 배우 송승헌과 장혁도 2004년 병역 기피로 물의를 일으켰었다. 송승헌은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뒤 드라마 ‘에덴의 동쪽’으로 MBC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장혁도 지난해 ‘추노’로 KBS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병역기피 연예인’이라는 꼬리표는 주홍글씨처럼 평생을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쿨케이, 디기리(허니패밀리), 한재석, 싸이, 강현수, 이재진(젝스키스) 등은 병역 비리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맛본 연예인이다. 1990년대 중후반 오 양 비디오, 백 양 비디오 등 섹스 비디오가 여자 연예인의 사회적인 매장 이유였다면 남자 연예인에게는 병역비리가 그만한 영향력을 가진 셈이다. 현빈 말고도 영웅은 또 있다! 1월 20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제작보고회에서 주연 배우 자격으로 참석한 현빈은 이날 해병대에 합격한 사실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면 영화를 함께 한 분들에게 죄송스럽습니다. (입대는) 우리나라 남자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의무입니다. 조용히 가고 싶은데 부끄러울 만큼 일이 커진 것 같고 창피하고 쑥스럽습니다.” 이 같은 현빈의 발언을 두고 겸손하다고 칭찬할 사람도 있지만 마음 속으로 조용히 ‘맞아’를 외치는 연예인도 분명 있을 것이다. 김태우, 이정, 이준기, 조인성, 강동원, 김지석, 붐 등 현빈 말고도 국방의 의무를 당당하게 따른 연예인은 또 있다. 특히 연예인 군인의 특권으로 알려진 ‘연예 병사’를 마다하고 육군 이기자부대 수색대원으로 복무한 김태우는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편 해외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획득했으면서도 자원해 병역을 치른 스타는 많은 사람에게 큰 귀감이 됐다. 배우 차인표는 1995년 신애라와 결혼 직후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육군에 입대했다. 이 밖에 엠씨더맥스의 제이윤과 배우 연정훈, 피아니스트 이루마, 신화의 에릭과 JTL의 토니안 등도 자신들의 ‘특권’을 포기하고 진정한 한국의 남자로 거듭났다. 여자 앞에서 못 푼 군 이야기, 방송에선 맘껏! 연예인 병역 기피나 이행은 사회적인 관심이 됐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의 군대 이야기는 방송에서 좋은 소재로 쓰인다. 그동안 악동, 날라리 이미지가 있던 연예인에게 “의외로 성실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뮤지컬 스타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제작발표회에서 “걸 그룹은 힘든 군 생활에 활력소”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그가 이날 함께 언급한 군필 연예인 류수영도 덩달아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 가수 노유민은 한 방송에서 같은 연예 사병인 공유와 김재원의 팬티를 훔쳐 입은 사실을 고백하며 그때 훔쳤던 공유와 김재원의 팬티를 공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각각의 팬티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공유와 김재원 두 사람은 모두 ‘훈남’ ‘살인미소’ 등의 수식어를 가진 남자 배우지만 이날 노유민의 폭로로 인간미 넘치는 매력까지 얻으며 당시 화제가 됐다.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가수 싸이의 일화는 여러 곳에서 개그 소재로도 이용된다. 당사자에게는 많이 아팠을 이야기지만 싸이는 이를 웃음으로 승화해 과거 악동에 가까웠던 이미지를 ‘낙천적이고 기죽지 않는’ 이미지로 바꾸었다. 화려함 없는 군에서 궁상을 떠는 연예인의 모습은 친근감을 준다. 멀게만 느껴졌던 스타가 나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좋은 이미지로 작용한다. 여자 앞에서 축구와 군대 이야기는 금물이라고 하지만, 방송에서 풀어놓는 군대 이야기는 환영받는 소재임에 틀림없다. 남자 연예인 현빈처럼 되지는 말기를 이처럼 군대 때문에 연예 인생에 쓴 맛을 본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군대 때문에 이미지을 올리는 연예인도 있다. 현빈의 해병대 지원은 연예계의 고질적 문제인 병역기피, 병역비리에 대해 모범적인 사례로 앞으로 계속 회자될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현빈을 따라한다고 동일한 효과가 나올 리는 없다. 현빈의 이번 결정이 각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출연하는 여러 작품의 히트와 함께 연평도 사태 등이 절묘하게 어우려졌고, 그가 소리 소문없이, 즉 사심없이 결정을 했다는 등 여러 조건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무조건 해병대에 지원한다고 현빈에게 주어진 영광의 재현을 바란다면 그건 좀 수준이 떨어지는 작전일 게다. 병역이 ‘한국 남자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는 현빈의 말을 많은 연예인이 가슴에 새기고, 입대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는 대중이 연예인의 병역에 눈길을 주지 않는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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