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이제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발전의 자리를 잡는 정치학의 관점으로 보편적 형제애를 관찰해 본다. 1948년 12월 10일, 제 3차 유엔총회가 채택한 세계인권선언(世界人權宣言,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에 형제애가 기록된다. 전문과 30조의 본문으로 이뤄진 세계인권선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즉 자유와 평등을 자연적 권리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보편적 형제애도 자연적 권리로 여기고 있다. 60여 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이 조항에 대해 얼마나 심도있게 고민을 했는지 자성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현대 정치학은 ‘정치에 윤리적 가치가 필수’라고 인정받는 추세다. 심오한 정치철학과 신념에 근거한 정치를 기대하는 자세다. 한편 근대부터 시작된 민주주의는 발달을 거듭하며 대한민국이 지향해 온 개념으로, 철학적 근거를 가지지만 하나의 기술적 측면으로 인식되어 온 경향이 많다. 1949년에 독일 정치학 교수 슘페터가 정의한 “민주주의는 행정부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하는 방법이다”가 현대 민주주의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경향으로 볼 때 더 이상 단순하지 않고 이제는 민주주의도 ‘질’에 대한 논의가 깊이를 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치학은 민주주의로의 전개, 혹은 전이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질적으로 어떤 민주주의인가가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 길의 한 방법이 바로 형제애를 본질로 하는 가치관이다. 질적 민주주의 논의 중 대두된 부분이 바로 영국의 정치학자 폴 기븐스가 주창한 ‘민주주의의 제3의 길’이고 많은 이들이 이를 추구하고 있다. 많은 유럽의 정치학 교수들이 형제애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이 제3의 길이라 보고 함께 연구하고 있다. 조금 더 민주주의의 질에 대하여 살펴본다. 질적인 민주주의에서는 목적, 내용과 함께 방법 까지 세 가지가 모두 좋아야 한다. 형제애는 ‘방법’에 해당한다. 방법으로서만이 아니고 내용에서 또한 우리는 질 좋은 자유와 평등을 지닌 가치관을 확고히 지니고, 정치방법론으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편적 형제애를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가 이미 증명했듯이 자유와 평등만이 강조되었을 때 실패의 역사는 반복되었다. 자유나 평등은 빼앗긴 상황에 처할 수 있으나 형제애는 그대로 존재 자체이다. 정치적 개념으로서의 보편적 형제애를 이태리의 마르코 파투초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1. 보편적 형제애는 세계인권선언에서 보듯이 자연적 권리이기도 하다. 2. 보편적 형제애는 공공적으로 실천되고 행해질 수 있는 정치적인 개념이며 방법론이다. 정치의 복합성 안에서 보편적 형제애는 내용과 방법에 있어 공존하는 삶을 지지하는 가장 좋은 제도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3. 보편적 형제애는 정치적 삶을 위한 자원이다. 공동의 가치를 위해 공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일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동의 자원으로 내어놓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정치 활동에 긍정적이고 중요한 원동력이다. 보편적 형제애는 다양성을 대립하는 도전으로 여기지 않고, 필요한 동시에 매력적인 비교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것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존중한다. 4. 보편적 형제애는 정치와 정책 방향을 위한 기준이다. 오늘날 지구를 고통스럽게 하는 세계적 위기와 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일 수 있다. 전쟁과 폭력, 세계 인구 다수가 겪는 소외와 빈곤, 경제 금융 위기 문제들 자체가 보편적 형제애의 중대한 결손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형제로서의 상호의존성으로 이 세계, 인류를 볼 수 있게 된다. 우선적이고 근본적인 정치 주체가 온 인류가 공동체임을 상기시켜 준다. 생각할수록 보편적 형제애야말로 정치방법론으로서도 가장 실용적이며 실질적 개념이라 여겨진다. 이제 정치에서의 형제애로부터 확대된 사랑의 개념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