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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블루칩 작가의 개인전

양혜규,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미술관 1.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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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7-208호 편집팀⁄ 2011.01.31 14:18:32

정혜연 (국제갤러리 큐레이터) 오스트리아의 소도시, 브레겐츠에서 양혜규의 대규모 개인전이 개막했다. ‘복수 도착’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지난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과 본 전시관에 참여하면서 세계 미술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양혜규를 차세대 블루칩 반열에 오르게 하는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미술관은 유럽에서 주목받는 미술관으로 페터 줌토르가 설계를 맡으면서 건립부터 화제가 됐었다. 완공 이후부터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제니 홀처, 로니 혼, 안토니 곰리, 신디 셔먼 등을 비롯한 거장들의 전시가 이어졌다. 현재 3대 관장인 일마즈 지비오르(47) 관장은 2009년 선임된 후부터 서구 중심의 문화에서 주변부 미술까지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작가에 따르면 지비오르 관장은 선임되자마자 양 작가에게 전시 러브콜을 보냈는데 이 시점이 베니스비엔날레 전시 준비 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비오르 관장의 비전이 얼마나 진취적인지를 보여준다. 전시 오프닝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유수의 미술 관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주은지 뉴 뮤지엄 디렉터, 정도련 모마 큐레이터, 김선정 큐레이터 등 양혜규 작가와 전시를 함께했던 큐레이터들을 비롯, 카셀도큐멘터 디렉터 등 오프닝에 참석한 쟁쟁한 인사들이 양혜규에 대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반영하기에 충분했다. 양혜규의 작업은 독보적인 형식 미학으로 공간을 점유하며 상상력과 연상 작용을 자극하는 새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는 습기, 냄새, 바람, 빛, 온도 등의 추상적이고도 감각을 환기시키는 요소를 도입한다. 적외선 히터를 통해 ‘열’을 발생시키는가 하면 함께 설치된 선풍기가 향 분사기에서 나온 냄새를 싣고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의 전시 공간은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면적은 450 평(1500평방미터)에 달한다. 미술관 전 공간을 통해 선보여지는 양혜규의 작품은 대규모 신작 설치를 비롯, 과거의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 1994~2010년의 주요 작품인 ‘래커 페인팅’(1994, 1995), 사진 연작 ‘평상의 사회적 조건’(2001), 슬라이드 프로젝션 ‘문맹文盲 잔여물’(2004)과 ‘그 밖에서’(2006), 단채널 비디오 연작 ‘비디오 삼부작’(2004-2006), 신작 조각 ‘현장 큐브’(2010) 등이 1층에 선별되어 전시된다. 이중 80장의 팩스지로 이루어진 2004년 작 ‘문맹文盲 잔여물’은 시공간의 간극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표현한 작업이다. 작가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흰 종이를 팩스로 보내면서 수신자에게 받은 그대로 종이를 되돌려 보내길 요청했다. 종이가 팩스로 오가는 절차를 걸쳐서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발신자의 이름, 팩스 번호와 같은 식별할 수 있는 정보와 함께 아날로그식 이동의 잔여물로써 팩스 기계가 남긴 흔적들, 즉 종이의 흰 면을 더럽혔다는 사실이다. ‘창고 피스’(2004) 또한 작가의 이러한 개념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차례 개봉되고 재포장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발표되어 양혜규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설치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2007년 베를린에서 선보여진 후 3년 만에 다시 유럽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1층 전시장에는 이외에도 2010년부터 새롭게 시작한 콜라주 연작 ‘신용 양호자들’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 2층 전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대규모의 블라인드 설치는 전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작가가 여태껏 설치한 블라인드 작품 중 최대 규모다. 한 면이 17미터에 달하는 정사각형이 블라인드 189개가 다섯 개의 높은 탑을 격자 구조로 형성한다. 미로와도 같은 블라인드 구조 안으로 진입하는 관객은 한 입구로 들어와서 높이 솟은 탑이나 열린 내부 공간을 경험하게 되며 다시 동일한 입구를 통해 작품 외부로 나오게 된다.

3층 설치 역시 본 전시를 위해 새로이 제작된 33점의 광원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광원 조각은 작가가 최근 관심 있어 하는 플라스틱 조화와 가발, 건조된 식자재 등의 소재가 보다 강한 표현력을 드러내며 일종의 군상과도 같은 풍경을 이룬다. 여기에 아침, 점심, 저녁 총 3번에 걸쳐 음악이 울려 퍼지며 작품들에 상상적 군무의 순간을 선사하는데 이는 작곡 당시 파격적으로 간주되었던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제전’(1913)이다. 양혜규가 전시 제목으로 채택한 복수형 도착은 유일자에 대한 기다림이 아닌 불특정한 다수의 도착들이 연속되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즉 ‘복수 도착’은 아직 실현하지 못한 사람, 사물, 사고와의 ‘만남’에 도달하려는 기대와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맥락에서 작가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경험과 시공간, 즉 이미 도달한 사건과 아직 도달하지 못한 사건 사이의 틈에 주목한다. 또한 전시에 맞추어 현재까지 200점에 달하는 작업을 총망라한 동명의 독·영문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가 발간된다. 안더스 크류거(Anders Kreuger)의 에세이, 마리나 비슈미트(Marina Vishmidt)의 해설, 카타리나 슈베렌트(Katharina Schwerendt)의 색인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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