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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이심(李心)’의 실체는?

대통령 의중 놓고 정파별로 해석 달라 혼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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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7-208호 심원섭⁄ 2011.01.31 15:06:28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수뇌부의 1월 23일 비공식 청와대 안가 만찬회동에서 개헌 관련 언급이 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여권 내 친이계가 꾸준히 제기해온 개헌론에 ‘이심’(李心: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여권발(發) ‘개헌론’이 여의도 각 정파의 이해와 맞물리면서 미묘한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1월 26일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회원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정종섭 서울대 교수의 ‘21세기 국가발전 전략을 위한 바람직한 권력구조’라는 발제를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헌 공론화를 모색하는 모습이지만 친박계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당내 갈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 교수는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실현가능한 개헌 범주로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했다”며 “개헌을 하더라도 차차기 대통령부터 적용해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국민이 국회를 못 믿는데 국회가 더 권력을 갖겠다는 이원집정부제 주장이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문제도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다음날인 1월 27일 친이계 핵심인 이군현 의원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주최한 개헌토론회는 개헌에 대한 여당 주류의 강한 의지를 재확인 시키는 자리였다. 그동안 ‘개헌 전도사’ 역할을 해온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개헌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2월 8∼10일 개헌 의원총회를 앞둔 개헌 동력 확산에 주력했다. 특히 개헌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장관은 축사를 통해 “오늘 제 진심을 말하고자 한다”며 개헌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권력구조 개편을 목적으로 한 개헌’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 장관은 2개 사례를 들어가며 시대정신에 맞는 기본권 및 의무 조항의 개정, 즉 전반적 헌법 손질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장관은 첫 사례로 군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한 헌법 29조2항을 꼽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청구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그대로 있는 만큼 이를 개정할 때가 됐고, 이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장관은 “국방-납세-근로-교육 등 4대 의무에 청렴의 의무를 추가해야 한다”며 “선진국이 안 되는 이유는 부패 때문으로, 반부패 청렴에 나서는 게 애국자고 헌법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장관은 자신의 분권형 대통령제 주장이 당내 친박계 등으로부터 ‘정략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음을 의식해, 친박계가 선호하는 권력구조 개편안인 “대통령 4년 중임제도 좋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장관은 욕설을 인용해 “선거에 떨어지면 ‘XX XX’하고, 우리 지역만 해도 ‘이재오 저 XXX, 돈을 얼마나 받아 처먹었냐’라고 한다”며 “선거가 끝나면 깨지고 분열되는 것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1.23 당-청회의 MB 발언을 아전인수식 해석 이 장관의 이처럼 적나라한 설명을 듣고 개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중, 이른바 ‘이심’(李心)의 실체를 놓고 여권 내 정파 간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1월 23일 당청 만찬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개헌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각 정파는 일제히 나름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시 회동에서 했다는 발언 역시 각 정파의 이해가 가미된 듯 전언자마다 조금씩 상이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이 대통령이 개헌 추진에 실제로 힘을 실어 주기로 했는지 여부지만 청와대 참모진들이 전하는 이 대통령의 의중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당과 국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는 평소의 철학을 원칙적으로 언급한 것일 뿐 회동을 계기로 특별히 개헌론에 힘을 실어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평소 개헌 철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청와대 참모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해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이루려면 낡은 헌법을 바꿔야 하고 ▲기왕 개헌을 하려면 권력구조만 손질하는 ‘땜질식 개헌’이 아닌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21세기에 맞게 고치는 ‘전면 개헌’을 하되 ▲개헌은 순수하게 국회에서 논의하고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개헌관을 공개 석상에서 꾸준하게 설파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개헌은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인 만큼 청와대를 자꾸 끌어들이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 불개입 원칙이 확고하고 당에서 토론해 입장을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친이계의 핵심인 ‘이재오계’가 전하는 ‘이심’과 청와대 관계자가 전하는 ‘이심’이 조금 뉘앙스가 다른 셈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개헌론에 군불을 지펴왔던 이재오계는 이 대통령이 만찬 회동에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을 ‘원칙적 언급’이 아닌 ‘시의성’을 지닌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하면서 개헌 공론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나서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보다는 전면 개헌에 찬성한다는 뜻을 명확히 전달함에 따라 이 장관이 주도해온 개헌 논의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래서 회동 이후에 이 장관도 ‘선(先) 권력구조 개편론’을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재오계의 이 같은 주장은 청와대가 전하는 ‘이심’과는 다른 기류여서 이 대통령의 진의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최고위원은 “청와대에 확인해 보니 대통령의 언급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가졌던 소신을 얘기한 것에 불과하지 개헌 지시 등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일부 중도 성향 의원들은 당청 회동에서 흘러나온 이 대통령의 ‘개헌 의중’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는 증거다. 친이계는 개헌 공론화하고 친박계는 제동 걸어 홍 최고위원은 “세종시 수정안보다 10배는 더 힘들고 폭발력을 지닌 개헌 문제를 청와대에서 몇 명이 만나 은밀하게 논의할 사안이냐”고 물으며 “분당 각오가 돼 있으면 개헌을 추진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여권은 개헌을 추진할 동력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다른 한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개헌을 주문한 것이 아니라 원칙적인 말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개헌을 꼭 하라는 지시라기보다는 논의하려면 진정성 있게 하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개헌 당론을 정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될 수가 없는 현실”이라며 “당내 개헌특위가 구성돼도 개헌 내용에 대한 당론 채택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만찬 회동 발언은 이 장관의 ‘원포인트 개헌론’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있기도 한다. 실제로는 이 대통령이 친이계 핵심의 개헌 움직임에 힘을 실어 주고 있지만 개헌 논의의 정치적 위험 부담 때문에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겉으로는 뒤로 빠져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참모진과 이재오계 간의 알력이 빚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추정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주요 국정 과제를 완수할 생각에만 골몰한 채 개헌에 대해선 원론적 생각만 갖고 있는데 양측이 서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청와대 참모진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가깝다고 주장하면서 이상득계와 이재오계의 충돌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없지 않다. 게다가 이재오계를 제외한 일부 친이계 인사들과 중도 성향 인사들은 청와대의 해석에 동조하고 있어 정치권의 ‘개헌 방정식’은 들여다볼수록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싸고는 정파 간 해석이 엇갈리지만 가장 중요한 개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권 후반기로 치닫는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위시한 친박계가 개헌 논의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는 데다 야당도 ‘시기상 개헌은 물건너갔다’는 반응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 “내가 나서면 개헌 될 것도 안돼”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현실성이 없는데도 여권 핵심부가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개헌이 목적이 아니라 판을 흔들려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주장은 이 대통령이 1월 25일 김황식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여권 주류의 개헌 추진과 관련해 “지난 대선 때 내가 직접 개헌을 주도한다는 공약을 했지만 이 공약은 접었다”면서 “내가 나서면 될 것도 안 된다. 청와대가 나서면 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 여권 핵심 관계자가 1월 27일 밝혀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정략적 차원에서 이뤄지면 될 일도 안 된다”면서 “청와대는 절대 나서지 말라”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거듭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대통령이 정확히 지침까지 줬는데도 마치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서 개헌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는 듯 비쳐지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의도와 완전히 배치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이 생산적인 논의가 돼야 하며, 그 내용과 틀이 충실하게 되도록 정치권이 나서서 지혜를 모아 달라”면서 “개헌은 21세기 시대 변화에 맞게 양성 평등, 기후 변화, 남북 관계, 사법부 개혁 등을 종합적으로 광범위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김 총리에게 ‘개헌은 정략적 차원이 아닌 국운 융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 일간지 사설을 보여주면서 “개헌 논의를 기왕에 하려면 많은 주제를 놓고 해야지 권력구조만 앞세워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될 것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그것이야말로 정략적, 당리당략적 접근이고 선거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는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불가론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시 회동에 배석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듣고 난 뒤 측근들에게 “권력구조만 먼저 개편하는 개헌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자 김 총리는 “대통령께서 기후 변화와 인권 이야기를 했지만 사법부의 문제도 있다”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것도 헌법상 문제라고 설명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그럴 수 있겠다”라고 답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례회동에서 헌재와 대법원의 충돌을 해소하고 사법부 개혁을 위해서 개헌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주례회동에서 대통령이 먼저 개헌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헌재와 대법원의 문제는 김 총리가 언급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여권 주류가 올 들어 개헌론 시동에 박차를 건 데 대해 비주류인 친박계가 반발 조짐을 보이고 민주당이 냉담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여권발 개헌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친이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회동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자는 개헌론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권력구조 개편 주장이 개헌 논의에 걸림돌이 된다면 백지로 돌아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권력구조 개편을 겨냥해온 여권 주류들의 개헌 논의가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기본권, 남북관계 등 헌법 전반의 틀을 바꾸는 작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야 개헌 논의가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친박계의 의심과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국민들의 폭넓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권 주류들은 이 판단에 따라 토론회 등을 개최해 당분간 우호적 여론 확산에 주력할 전망이며, 특히 2월 8∼10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개헌의총에서 당내 개헌기구 구성에 합의하고 2월 국회에서 개헌과 관련한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특위에서 87년 개헌 이후 시대 변화를 반영한 헌법 전반의 틀을 손질하는 작업을 벌이자며 개헌 반대론자들을 압박해 간다는 구상이어서 실현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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