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가 아닌 다양한 오브제로 실험을 해온 박경란 작가가 평창동 갤러리 세줄에서 열두 번째 개인전 ‘죽어야 산다-하늘 정원에 핀 백만 송이의 꽃’전을 2월 10일부터 3월 5일까지 연다. 박경란은 서양화가지만 일찍이 캔버스를 던져버리고 다양한 방법과 장르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5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 ‘흙’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이전 작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그 이미지가 한층 단순하고 강렬해지면서 작품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을 열어 보인다. “우리는 흙에서부터 태어났어요. 우리의 시작 즉 원초적인 것은 흙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흙으로 작업을 풀어가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먹을 것을 담는 그릇도 흙으로 만들고 생명을 이어가는 것들은 모두 흙이 필요하죠. 때문에 흙을 죽여야 우리가 생명을 이어갈 수 있어요. 흙의 죽음으로 자연의 모든 생명이 다시 태어나고 다양한 물질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1층과 2층에서 열리는데 관람은 2층부터 시작해 1층으로 내려가면서 보면 된다. 2층은 흙으로 표현한 꽃을 만든 작품으로 꽃(흙)의 죽음과 부활을 나타낸다. 이어지는 1층은 전시제목처럼 100만 송이의 꽃이 가득한데 죽음과 부활을 지나 새로운 탄생을 표현했다.
“자기 자신을 내려놓으면 새로운 생명이 얻어져요. 죽는다는 것은 나를 내려놓는 거죠. 내가 죽지 않으면 다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탄생은 자유로움을 얻는 것도 될 수 있어요.” 무엇보다 미디어 작업도 제작해 함께 전시하는 이번 전시에 작가는 만물의 근원인 ‘흙’을 통해 작가만의 언어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소설가 서영은은 “박경란에게 있어 오브제는 표현의 출발점이다. 화가가 일찍이 캔버스를 박차고 자연 속으로 뛰어든 것은 자연적 질료 안에 이미 생동하는 숨결,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과 조화, 보이지 않는 운율이 있어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어 조합하고 배열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할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02)391~9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