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는 것들은 스스로 앓아왔던 병들과, 그로인해 겪은 환각의 이미지들이다. 그것을 '재 형상화'하는 것은 현실에서 어떤 증상 혹은 증후라는 병명적 데이터로 취급받는 '비형상적 개념들'에 대한 추모와 그들을 위한 치유 과정이다. 데이터화는 현실과 비현실, 병듦과 건강, 유와 무를 나누어 이기적인 여유로움을 즐기려는 자본주의가 낳은 인간의 가장 큰 폭력 중 하나이다.” 개인적 고통을 그림 작업을 통해 극복하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이근민의 개인전이 사간동 갤러리 담에서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열린다. 해리장애라는 병을 앓았던 이근민은 자신이 병중에 겪었던 환각적 경험을 평면에 표현했다. 해체, 먹기, 포스트모던 원숭이, 악몽 차멀미 등과 같이 작가가 경험한 고통들을 반구상 기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오랜 시간 아픔과 함께 지내왔지만 그림으로써 이를 극복하고 치유해나갔다. 그에게 작업은 단순 예술 행위를 넘어 병의 치유 수단으로써의 생산적 의미를 갖는다. 처음 본 이근민의 작품은 난해하고 오묘한 느낌을 주지만,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그림이 담고 있는 뜻 깊은 메시지를 알 수 있었다.
이근민의 작품을 뒤덮고 있는 살색과 붉은색의 색감은 마치 신체 내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피와 살점을 나타내는 이 색감과 형상들은 인간에게서 파생되는 것들을 뜻한다. 이 색감들이 어우러져 덩어리를 이뤄가며 자유로운 운동성을 끌어낸다. 그것의 반복을 통해 작가는 생기와 온기를 전달해내는 것이다. “아팠던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치유가 됐습니다. 제가 그림으로 치유를 받았듯 다른 이들 역시 제 그림으로 인해 마음 한편의 위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2010년 가을에 열린 개인전에서 드로잉 작업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 전시에는 오일 페인팅 작품으로써 또 다른 새로움을 전한다. 미술 뿐 아니라 음악으로도 작업을 표해내는 그는 영역에 국한 없이 폭넓고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펼쳐나가는 젊은 작가이다. 그의 진솔 된 작업이 치유가 필요한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잔잔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 해 본다. 02)738-2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