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한 평 갤러리들의 당찬 외침

공간 활용도 높이면서 파격적이고도 신선한 전시 꾸려

  •  

cnbnews 제209호 김금영⁄ 2011.02.14 13:42:12

지난해 미술계 뉴스에는 빠지지 않는 소식들이 있었다. 바로 미술 시장 침체가 계속됐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 갤러리들이 꾸준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회원으로 가입된 화랑은 106개로 증가율은 10%였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다양한 갤러리들이 속속 등장했고 지금도 이 순간에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중에는 작은 규모를 가진 미니 갤러리들도 포함돼 있다. 공간 규모는 작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듯이 알찬 전시를 꾸려가는 미니 갤러리들을 방문해 봤다. GYM프로젝트는 서울 청담동에 2009년 11월 개관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정사각형 큐브 모양으로 생긴 아기자기하고 예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김유미 GYM프로젝트 대표는 알차면서도 편한 전시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문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공간이 좁아서 전시에 제한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좁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니까 보다 작품 배치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전시 공간과 작품이 함께 어우러지게 되더군요. 전시 공간 자체도 하나의 전시가 되는 거죠. 공간이 작아서 개인전만 열 것 같지만 배치를 다양하게 해서 그룹전도 열고 있어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시야가 좁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전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김유미 대표는 밝게 웃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다락방처럼 친근하고 부담 없는 공간 플레이스막은 서울 연남동에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전시 공간 이름인 플레이스막은 그야말로 다양한 전시들을 막, 거침없이, 자유롭게 펼치겠다는 뜻으로 이름에 걸맞게 매번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기획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스막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편안한 분위기이다. 유기태 플레이스막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당시에도 동네 주민들이 “이번에는 무슨 전시하나?”하며 편안하게 들어오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곳을 드나들듯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하러 들어왔다. “사람들이 편의점이나 분식점은 익숙하게 생각하지만 전시 공간은 낯설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할 때가 있지요. 그런 사람들의 부담감을 덜 수 있는 문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시 공간의 규모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거죠. 전시에 있어서 공간 규모 자체보다는 전시가 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스막과 비슷한 바람을 가진 곳이 또 있다. 바로 서울 통의동에 있는 길담서원의 한뼘미술관이다. 길담서원은 음악 전시회와 각종 강의, 토론회를 열고 책도 판매하는 문화공간이다. 한뼘미술관은 한평 남짓한 공간으로 길담서원에 함께 어우러져 있다. 처음에 작은 공간에서 전시가 열릴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박성준 길담서원 대표는 전승보 전시기획자를 만나고 그 확신을 얻었다고. “과거 러시아에서 작가들이 거대한 미술관이 아닌 생활 속의 작은 공간을 찾아가 전시를 하는 작은미술관 운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문화를 향유하는 데 있어서 전시 공간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한뼘미술관’이라는 것이 하나만 존재하는 ‘고유명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문을 열 수 있는 ‘보통 명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른바 ‘문턱 없는’ 즉, 친근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소규모 갤러리들은 이렇게 당차게 전시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공간이 조금 넓으면 더 많은 작품을 걸 수 있지 않을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에 전시 공간은 작품이 걸리는 그 공간 자체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갤러리덕 홍성덕 대표는 밝혔다. 부암동에 지난해 4월 문을 연 갤러리덕은 전시장 안 공간보다 오히려 밖의 공간이 더 넓다. 1층에 있는 갤러리는 전면이 유리로 돼 있는데 전시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전시장 안에서도, 밖에 걸어가면서도, 심지어 출근길에 운전하면서도 전시를 볼 수 있다.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전체가 전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로 갤러리는 미술관, 화랑을 뜻하지만 좌석, 관중을 뜻하기도 해요. 이렇게 공간과 사람이 어우러진 공간은 모두 전시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규모가 작은 전시 공간들도 얼마든지 공간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작가들에 있어서도 전시 공간의 규모는 중대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 인사동 가가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진 최영욱 작가는 “전시장 규모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관장의 열정과 성의를 보게 된다”며 “관객과 소통하는 데 있어 전시 공간 규모에 대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전시 공간이 넓고 좁음에는 분명히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규모가 전시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작은 공간과 큰 공간 모두 각각의 장점을 더욱 부각하고 단점을 개선해나간다면 모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그런 멋진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