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슴에 품고 세계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백남준. 그가 떠난 지 어언 다섯 해가 흘렀다. 지난 1월 29일을 전후로 그의 5주기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줄을 이었다. 백남준의 유분이 안치된 서울 삼성동 봉은사를 비롯해 경기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추모제가 열렸고 용인의 한국미술관과 서울의 백남준 미술관, 아트링크갤러리는 백남준 관련 전시를 열어 생전 그를 회고했다. 대한민국에서 백남준을 모르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현대미술이 낯선 이들에게도 백남준의 이름 석 자는 친숙하다. 그는 너무나 유명했고 그의 미디어 작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백남준의 예술과 삶은 화려했지만 조국을 향한 그의 마음은 소박하고 순수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한국을 사랑한 애국자였다.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써 한국인의 우수성을 널리 빛냈으니 말이다. 바다 건너 나라들을 전전하며 공부한 백남준 이지만 그의 작품 한편에는 항상 ‘한국’의 마음이 서려 있다. 백남준이 작품을 통해 일궈낸 ‘한국의 마음’은 그가 몸으로 실천한 애국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천지인’사상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을, 소생과 소멸을 노래했다. 서양의 몸을 동양의 마음으로 표현하고 서구 문명을 동양 사상으로 시각화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작품에 담아 낸 ‘한국의 마음’이다. 백남준이 인생에 가장 특별한 작품으로 손꼽았던 ‘TV 붓다’는 바로 붓다(부처)라는 동양 사상과 TV라는 서양 기술의 상징을 뒤섞은 것이다. 서양의 몸과 동양의 마음을 일체시키고, 동서양 문화와 예술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세계화 속에 한국을 늘 상기해내고 담아냈다.
1990년 한 인터뷰에서 백남준은 “21세기에는 우리가 뜸 들여 익힌 문화를 세계에 내보일 때”라고 언급했다. 한국 문화의 도약 적 발전과 한류도 이미 예언했던 셈이다. 이제는 그를 위해 미술인들이 실천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 예술가의 우수성을 빛낸 백남준 예술정신을 바탕으로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불멸의 열정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 백남준. 예술로 나라사랑을 실천했던 그를 기리며, 한국 미술계는 백남준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계승해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 = 백남준 스튜디오, 위키디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