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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안창홍展, 가나아트센터 2.11~3.6

불편한 진실, 도발적 진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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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9호 편집팀⁄ 2011.02.14 13:49:43

최태만 (미술평론) 다리를 한껏 벌린, 그래서 당당하고 도전적으로 자신의 육체를 드러낸 남자에 비해 여자는 상대적으로 다소곳하게, 그래서 전통적인 누드화의 규범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거벗은 두 육체는 에로티시즘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무표정 속에 감추어진 도발적 진지함이 성적 호기심을 억제시킨다기보다 벗은 육체를 너무도 단호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대상이 전면으로 돌출하는 반면 그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성적 감흥은 멀리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미학적 위장이나 심미화를 거부하고 있는 안창홍의 인물화는 1920년대 독일에서 나타난 신즉물주의(Neue Sachlichkeit) 경향의 작가 중에서 대상을 냉정하게 묘사한 크리스찬 샤드(Christian Schad)의 회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차갑고 냉혹하게 대상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서로 상통하지만 안창홍은 그것으로부터 더 나아가 ‘보여주는 육체’를 통해 미술사가 벌거벗은 몸에 걸어놓은 온갖 주술이나 최면조차 해체해 버린다. 말하자면 그는 전통적인 누드화의 규범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벗은 몸에 대한 그의 전략이 일차적으로 선택한 것은 모델의 몸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품인 베드카우치이다. 침실의 침대 앞에 놓여 있어야 할 베드카우치를 작업실 한 가운데 갖다놓은 상황연출도 낯설지만 그 위에 불편하게 몸을 뉘고 있는 누드모델의 편안하지 않는 자세 또한 어색하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모두 관객들을 향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몸이 보이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관객과 시선을 마주하는 주체로서의 당당함을 보여주기 위해 모델로 하여금 몸을 불편한 자세로 베드카우치에 걸치거나 끼워 맞추도록 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안창홍은 그 나름의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몸은 진실을 은유한다. 따라서 그것은 가려져야 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드러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의 최근 작품에서도 과거 작품에서 두드러진 창백한 죽음의 그림자가 잔존하고 있다. 흑백 모노톤으로 그린 누드가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작가 자신은 회색이 이성적일 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에 어울린다고 말하고 있으나 내가 보기에 이 작품들은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몸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게다가 누드 위에 정밀하게 그려놓은 파리는 살아있는 젊은 육신 위를 배회하고 있는 덧없음, 부패와 소멸, 죽음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가 기르고 있는 강아지가 화면 속에 갑자기 출몰하고 있는 장면 역시 다른 작품에서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을 이완시키고 작품을 정서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의 작품이 몸의 존엄성에 대해 강변하고 있지는 않지만 평범한 사람의 벗을 통해 몸이야말로 주체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적 현실과 맞서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전위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속의 이 사람을 보라. 그 속에 안창홍이란 한 개성적인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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