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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헤지(HE JIE)展, 진화랑 2.15~3.5

중국적 팝의 계보를 잇는 제3세대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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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편집팀⁄ 2011.02.21 13:45:55

오광수 (미술평론) 중국의 현대미술이 외부에 알려진 것이 불과 20수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반면 국제적인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리만치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몇몇 1세대 작가들은 인기면에 있어 가히 국제적이다. 경향 면에서 보면 중국의 팝 이라고 명명될 만큼 대중적이며 사회적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서 시니컬한 비판적 시각이 가미되는 점에서 일반적 팝아트와는 다른 그들 고유한 색채를 띠었기 때문으로 본다. 비판적이면서도 중국민족 특유의 은유법과 유머러스를 곁들임으로 해서 그것은 독특한 위상을 지니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제3세대라고 할 수 있는 신인급의 작가들에게서도 이 같은 바탕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중국적 팝의 맥락에 닿아있다. 헤지는 77년생에다 2000년대 들어와 활동하기 시작했으니까 제3세대의 신인급에 속하지만 그의 바탕도 중국적 팝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음은 간과할 수 없다. 대체로 그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이웃의 한국이나 일본 더 나아가 유럽이나 미국의 젊은층들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감각으로서 개인주의와 시대적 아이콘의 공유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세계화라는 물결이 동양3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풍미하고 있어 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헤지의 작품이 지니는 스케일과 침울한 기운은 어디와도 비교되지 않는 그 독자의 세계를 지님을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헤지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공간 감각과 중국이 지니는 사회적 꿈에 대한 독자적 해석은 이전 세대와 닮은 가운데서 이질 함을 느끼게 하는 특징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공통성 가운데서의 독자성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그의 작품이 갖는 특징은 먼저 사진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순간성, 단편성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진에서 발견되는 빛의 미묘한 파악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밝은 대낮이 아닌 미명의 순간순간이 푸른 기조에 의해 흐릿한 윤곽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조각적 형태다. 조각을 회화로 옮긴 작품이 적지 않다. 거대한 기념조상(彫像)이란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기념조상에 드러나는 단색조가 온통 작품 전체에 미만되어 있음에서다. 거리에서 만나는 전쟁과 혁명의 영웅상들을 보면서 자란 체험이 그의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정착되면서 대상들이 기념화되는 특징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에게 있어 유년과 소년시대의 꿈은 기념적 조각상에서 보는 영웅들을 닮는 것이며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기 나름으로 해결하려는 여러 장치 - 예컨대 영웅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거대한 용이나 물고기 또는 전투기 등을 새롭게 첨가하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아이들이 태권브이와 같은 로봇을 한 시대 아이콘으로 삶았다면 헤지는 거리의 동상이 자신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그것을 통해 시대의 꿈과 자신의 꿈을 융화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즉물적 발상 또는 시각이라고 하겠다. 거대한 구조물속에 잠자는 인간의 욕망을 갑작스럽게 돌출시키면서 예기치 않는 상황을 유도해 내는가하면 차가운 구조물들이 어느덧 날개를 단 듯 폭발하는 에너지의 분출은 다분히 즉물적이다. 여기에 현대적 서사가 깃들어있음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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