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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신수혁展, 아트사이드 갤러리-seoul 2.9~3.6

변화와 불변의 변증에 관한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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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편집팀⁄ 2011.02.21 13:46:45

이진명 (큐레이터) ‘블루 노트’는 여러 가지 메타포가 겹친 중의어인데, 첫째로 세계에 대한 작가의 감수성을 대변하는 인디고 블루로 연출하는 다이어리라는 표면적 뜻을 펼치는 것이며, 둘째 블루스 음악의 음계인 블루 노트라는 내밀한 의미를 포섭한다. 음악이란 여타 다른 장르와 다르게 가장 직접적으로 감수성을 자극하는 시공간적 마법인 바, 신수혁 회화 전반에서 수미일관되게 적용되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신수혁의 블루 페인팅의 근본적 주제는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 관한 것이다. 서구에서 객관적 혹은 절대적이라고 말하는 시간과 공간은 애초에 없다. 다만 동양에서 말하는 주관적 혹은 초월적 시공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각각의 시간 그리고 시대, 그 속에 부여된 의미가 내재될 뿐이다. 더구나 시간이 흐르면 의미도 변하게 마련이다. 즉, 신수혁은 시간이 흐른다는 유일한 불변의 진리와 변화하는 세계, 즉 변화와 불변의 변증에 관한 시론인 셈이다. 블루 페인팅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단상은 그것이 아주 몽환적이라는 점이다. 일상의 대상에서 몽환적 세계, 혹은 판타지가 발현되는 매개적 세상이다. 인디고 잉크에서 발하는 푸른색, 보라색, 순백이라는 단계적 층위는 대상을 면밀히 묘사,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대상을 피안의 아른거림으로 부유시킨다. 따라서 견고하거나 딱딱하고 차가워 보여야 할 건물의 이미지는 신수혁의 블루 페인팅에서 모든 촉각적 기대가 무참히 좌초된다. 그의 세계는 분명히 지금 여기를 묘사한 것이지만 ‘언젠가 어디선가’라는 몽환적 피안의 경계와 걸치게 된다. 2009년 11월부터 시작한 신수혁의 블루 페인팅 연작은 우리 역사 속 과거의 회화들과 만나서 대화를 시도하며 얻은 결과물이다. 신수혁의 회화는 인상주의의 그것과도 비슷하며, 기법 면에서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신을 닮아 있다. 첫째, 동아시아 인상주의는 분명히 사실주의 회화에 대한 반발 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당시 사실주의는 주류였으며 이 전쟁화, 식민지 기록화, 역사화에 대한 비주류가 인상주의였다. 인상주의는 소박한 정서주의이며, 비정치적 자유정신이자, 빛에 대한 인상의 즉흥적 즉석 기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둘째, 미니멀리즘 회화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형식주의 해석으로부터 비롯된 미국 패권주의의 산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정신적 수양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었다. 동양 회화에서 일찍이 존재했던 기운, 호흡, 여백, 선비의 고고함이라는 개념들로 서구 미니멀리즘의 원래 뜻이 각색되었다. 즉, 위 두 가지 키워드가 신수혁이 파악한 자기 회화의 아방가르드 성향이다. 신수혁은 빛을 포섭하려는 점에서 인상주의자를 닮았다. 그러나 불투명 회화가 아니라 투명 회화(transparent painting)이다. 또한 그의 회화 방법론은 호흡법으로 비롯된 것이다. 일관된 호흡법으로 얇게 물감을 펼쳐 중첩시키면서 빛을 포섭하고 이미지를 획득하는 방법은 한국 미니멀리스트로부터 찾았다. 이 두 가지 대화의 병합이야말로 신수혁 회화를 단순한 포토 리얼리스트와 구별 짓게 하는 중차대한 요소들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과거, 현재, 미래를 현시점에서 동일시하는 순환론적 시간관과 내재적 초월을 지향하며 현 공간을 피안으로 설정하는 감수성은 신수혁이 오랜 기간 연마한 그만의 독창적 기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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