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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성 칼럼]여성 성기가 독백을 한다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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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편집팀⁄ 2011.02.21 14:27:31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 책은 2001년에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미국에서 1996년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 소극장에 처음 올려진 ‘버자이너’는 충격적이면서도 심오한 내용, 유쾌하고도 뒤집어지는 대응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연극이나 책을 통해 충격을 주었으며, 필자가 성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이브 엔슬러 지음, 류숙렬 옮김에 북하우스에서 펴냈다. 버자이너(vagina)는 여성의 성기다. 여성들이 거기, 아래, 거시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한자 말로는 치부, 질이라고도 하지만 순수 우리말은 보지이다. 그래서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한글로 옮기면 ‘보지의 독백’이 된다. 역사는 남성을 위주로 쓰였고, 남성 위주로 돌아간다. 최근 10~20년 정도가 역사상 여자가 진가를 발휘하는 유일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그 동안 교육은 남성들의 소유물이었고, 여성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최근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주기 시작하자, 여자들이 거의 대부분의 좋은 학교와 인기 있는 과에서 50% 이상 합격률을 보이고, 1등에서 10등까지를 여자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역사는 달랐다. 여성에 대한 잔혹사이면서, 동시에 여성의 성 또한 처참하게 짓밟히고 왜곡되고 은폐되었었다. 역사상 ‘그노시스’파 기독교도들은 여성 성령으로서 막달라 마리아를 예수의 제자 가운데 가장 현명한 제자로 쳤다. 또 탄트라 불교는 부처가 자궁 속에 존재한다고 가르쳤고, 이슬람의 수피교도들은 여성 성령인 프라바시를 통해서만이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탄트리즘의 중심 신앙은 ‘남성은 여성의 우월한 영적 에너지와 접할 때에야 영적인 완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의 역할은 중요하고 절체절명인데도, 항상 앞에 선 것은 남성이었다. 여자가 있어야 남자가 완성되는데 그 동안 왜 역사는 여자를 누르고 남자만 앞서면서 여성 성기를 억압하고 박해의 대상으로 삼았나 우리가 사랑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하트의 모양은 같은 이름의 심장(heart)과는 닮은 구석이 없고, 오히려 여성의 자궁 모양과 비슷하다. 하트는 여성 성기 상징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남성 지배 역사를 거치면서 여성 힘의 원천에서 로맨스와 사랑의 의미로 변한 것 같다. 이 책에는 72세 여성의 얘기가 나온다. 그녀는 젊었을 때 어떤 남성과 데이트를 했다. 그는 잘 생겼고 킹카였다. 차 안에서 그가 키스를 했다. 그녀는 흥분했고, 열정의 파도처럼 생명의 강물이 범람했다. 애액이 그녀의 팬티를 통과해서 그의 차 시트를 다 적셨다. 우유 상한 것 같은 냄새가 나고 차 시트를 버려 놨다고 그 남자는 "역겨운 냄새가 나는 이상한 계집"을 차에서 내리게 했다. 차에서 내리고 문을 닫았을 때, 그녀에게 그와의 관계는 물론 그녀의 아래 거기도 폐업했다. 그 후로 그녀는 다른 남자들과 몇 번 데이트를 했지만, 거기 홍수 지는 게 무서워 거기 근처에는 얼씬도 안 했다. 그리고 그녀의 거기는 폐업을 했다. 평생…. 그리곤 팻말을 붙여놓았겠지. ‘홍수로 문 닫음’이라고. 여성 성기의 아주 상식적인 사항이 여자의 인생을 망치는 계기가 되기도. 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운동은 25년 전 겨우 시작돼. 그리고 그녀는 오래 전에 거기에 말 건네기를 멈춰 버렸고, 닫힌 있는 곳으로 그 곳을 치부해 버렸다. 여자에게 애액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마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있고, 잘 안 흘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위의 72세 여성은 애액이 많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이상한 취급을 받고, 그 열등감 때문에 아예 거기 문을 평생 닫아 버린 경우다. 너무나 작은 선입견이나 열등감이 한 사람을 성불구자로 만든 결과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런 일이 흔하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상식적인 일인데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존심이 상하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 당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성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 상식인지, 무엇이 정상인지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자살을 하거나 성불구자가 되거나, 열등감을 느끼거나, 헤어지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너무나 정상인데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바로 ‘버자이너 모놀로그’였다. 미국에서는 자위행위를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잘라내는 절제술이 1948년까지 행해졌다. 아프리카에서는 8천만~1억 명이나 되는 여성이 여성 성기 절단 시술인 할례를 받고 있다. 한 해에 2백만 명의 소녀들이 칼이나 면도날, 또는 유리 조각 등으로 클리토리스가 잘리거나 제거 당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성기의 일부나 소음순 모두를 한꺼번에 꿰매 버리기도 한다. 이것이 여성의 수난사이고, 중세 우리 할머니의 얘기고, 현재를 사는 21세기의 아프리카 여자의 이야기다. 놀라운 것은 역사에나 있어야 할 이야기가 아직도 아프리카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렇게 드러나게 잔인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우리 어머니나 여성들은 성적으로 박해받고 있다. 미국에선 배티 다슨이라는 여성이 25년간 ‘버자이너 워크숍’을 이끌어 오면서 여성들에게 자신들의 버자이너를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녀는 그룹지도와 개인지도를 통해서 수천 명의 여성들에게 그들의 중심을 다시 찾도록 도와준다. 그녀는 “클리토리스는 여자 존재의 본질이고, 현관의 벨이면서 동시에 내 집”이라고 얘기한다. 내가 그걸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로 그거라는 이야기다. 그녀는 거울을 통해 클리토리스를 찾고 만지고, 버자이너 워크숍을 통해 불감증을 치료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다. 오랜 역사 동안 불문율이었던, 불모지였던 여성 성기에 한 줄기 빛을 비추고,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버자이너에게 말을 걸고, 그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말문과 봇물을 터 주고, 울게 만들고, 웃게 만든다. 스스로 위로하고, 스스로 치료하고, 스스로 사랑하게 만든다. 이 책은 매우 독특하다. 어떻게 보면 여성해방 운동가들의 이야기나 철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인의 반이 여성이고, 그 여성이 자유롭고 행복한 것이 우리 가정이나 사회, 지구의 행복이다. 그 동안 여성의 성은 불모지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불행하게 살다가 갔다. 이제는 모든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성에 대한 정보는 왜곡되었거나, 절대적으로 적다. 특히 여성의 성에 대한 것은 더하다. 이 책은 매우 쉽고, 읽기 좋다. 많은 여성들이나 남성들이 한 번쯤 여성의 숨겨진 성, 왜곡된 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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