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 4.27 재보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공히 당에 승리를 안겨다 줄 ‘필승 카드’를 선뜻 내놓지 못하고 부심하고 있다. 특히 여야는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는 과정에서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물론, 당내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인사가 손사래를 치며 고사하는 경우도 있어 이래저래 각 정당은 속을 끓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전남 순천을 제외한 강원도지사 및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등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3곳의 접전지에서는 거물급 인사의 가상대결 조사가 이어지는 등 점차 선거열기가 가열될 전망이다. 따라서 여야는 설 연휴 직후 공천심사위를 구성해 후보 선정 절차에 착수하려 했으나, 2월 18일 현재 한나라당은 공심위 출범 시기를 2월 하순 이후로 늦췄고, 민주당은 공심위 구성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 한 ‘고토 회복’ vs 민 ‘이광재 동정론’ 맞서 강원도지사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은 ‘고토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엄기영 MBC 전 사장,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등이 활발하게 뛰고 있고 또한 현재 강원도민회 회장인 강릉 출신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그리고 최명희 현 강릉시장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강원도민을 대상으로 후보 경선을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한승수 전 총리의 인물론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고(故) 최규하 대통령 이후 강원도가 낳은 최고 인물’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 최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만나 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 총리를 포함한 여론조사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후문이지만 한 전 총리 본인이 아직은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설득해서라도 한 전 총리를 모셔 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여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됐 듯이 강원도 민심이 한나라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데다 ‘이광재 동정론’도 적지 않아 당 대 당의 대결구도보다는 경쟁력 있는 인물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2월 16일 강원도 평창에 총출동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지원에 전력하는 등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고향인 평창에서 이 전 지사 동정론을 한껏 자극하며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강원 민심잡기에 나섰다. 당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 특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는 이날 평창 용평 리조트에서 최고위원-특위 연석회의를 열어 “이 전 지사의 빈자리가 너무 크지만 민주당이 힘과 뜻을 모아 반드시 꿈을 이룰 것”이라며 세제혜택이 제공되는 관광특구 지정, 원주-강릉 간 복선철도 조기 추진 등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박지원 원내대표도 “강원도민의 소망과 이 전 지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초당적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정동영 최고위원은 “강원도민이 민주당 소속 지사를 뽑는 것이 이 전 지사가 길을 닦아놓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길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정세균 최고위원은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엔 좋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회의 후 강릉으로 이동, 강릉시청에서 폭설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성남동 중앙시장 앞 골목에서 정동영,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및 군 장병들과 함께 4시간 가까이 제설작업을 벌이면서 체류기간을 17일까지 연장하면서 바닥 다지기에 나섰다. 그러나 강원지사 영입 1순위로 거론되던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가 계속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삼고초려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권 전 부총리가 고사 입장을 바꿀 지 주목되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거론되고 있으며 엄 전 사장의 출마에 대비해 같은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이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영입설에 강재섭 “낙하산은 안돼” 성남 분당에서는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를 비롯해 정운찬 전 총리 등 거물급이 거론되고 있지만 찬반론이 부딪히면서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분위기다. 정 전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총대’를 멨다가 중도 사퇴한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정 전 총리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점이 ‘정운찬 카드’를 점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2월 1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극동포럼 초청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보궐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요즘 저를 재미있게 하는 일들로 바빠서 보궐 선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출마설을 일축했다. 정 전 총리가 ‘제가 재미있게 하는 일’로 꼽은 두 가지는 현재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 업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강연을 마친 뒤 다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질문에 “강재섭이라는 좋은 사람이 있지 않느냐.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안 나간다고 명확히 부정은 안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묻자 “누가 나한테 나오란 말도 안 했는데 내가 그런 말을 뭐 하러 하느냐”며 “(출마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그리고 이미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재섭 전 대표는 당내 정 전 총리 영입설과 관련해 “정 전 총리 영입론은 정말 우스운 일로 정 전 총리에게 출마할 의사가 있는지 한번 물어봐 달라”면서 “낙하산을 떨어뜨리면 안 되고 지역 특성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는 “출마 의사가 전혀 없는데도 이 사람, 저 사람을 띄워 보는 것은 밀실정치”라며 “이는 특정인이 ‘(강재섭처럼) 비중 높은 사람이 당에 들어오면 내 장래에 무슨 지장이 있을까 없을까’ 차원으로 보는 공작정치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전 대표는 “분당 주민은 자존심이 강하고 명품도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민심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나중에 무슨 낙하산처럼 와서 말뚝만 박으면 되는 지역이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최근 홍준표 최고위원이 “강 전 대표가 공헌하려면 어려운 지역에 나가는 게 맞다”고 한 데 대해 “그런 말에 찬성하지 않는다. 당 화합을 위해 18대 총선 공천도 반납한 내가 당내에서 가장 희생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제2의 강남’으로 불리면서도 2006년과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표차가 현격히 줄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선거구인 만큼 당으로서는 바닥 민심을 유의 깊게 살필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과감히 제3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춘 여성 보수인사로 꼽히는 정옥임, 조윤선, 배은희, 이은재 의원(이상 비례대표) 등과 함께 탤런트 박상원, 차인표 씨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으며, 젊은 층의 호감을 사고 있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 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강세 지역인 만큼 여유를 갖고 후보를 정하겠다”며 “여권 내 역학구도를 비롯해 큰 틀에서의 판단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의 선호도를 의식해 거물급 ‘강남 좌파’를 찾고 있으나 적임자가 없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인물 선호도 조사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선호 후보로 꼽혔으나 모두 출마를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으로서는 강 전 장관이 한나라당의 강재섭 전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고무적이나,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강 전 장관이 정 전 총리와의 대항 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고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손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대두되고 있지만 손 대표 측은 “출마 여부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외에도 신경민 전 MBC 앵커, 이계안 전 의원, 참여정부 시절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등도 거명되고 있다. 김경수 불출마, 민주당 재보선 전략에 차질 경남 김해을에서는 한나라당은 당 예비후보로 6명이 등록했지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위치한 이 지역의 특성상 노풍(盧風)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낙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베이징대 경제학원 연구원 자격으로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일정으로 중국에 체류 중인 김 전 지사는 이 같은 한나라당의 계속된 ‘러브콜’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2월 16일 “김 전 지사가 당의 거듭된 요청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단 고민은 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소개했다. 이번 김해을 선거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고토 회복’인 동시에 ‘고(故) 노 전 대통령의 성지’로도 불리는 곳에서의 승리임과 동시에 부산과 맞닿아있는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둔 부산.경남 민심의 척도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선거다. 따라서 원희룡 사무총장을 비롯해 당 핵심인사들은 최근 김 전 지사 측과의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김 전 지사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최근 지인들에게 “중국에서 한창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며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며 완곡한 고사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즉 정치 재개의 뜻은 있지만, 그 시점으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총리로 지명됐다 낙마한 상황에서 이번 보궐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명예회복은 커녕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전 지사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최연소 도백을 두 번이나 지낸 만큼 당에 애착과 충성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3월 중순 이후에나 김 전 지사의 마음이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결국은 출마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에서 고(故)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에게 친노 진영이 4.27 김해을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해 왔지만, 재보선을 70여일 남겨놓은 2월 16일 김 씨가 돌연 불출마 의사를 밝혀 상당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김해을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 때문에 상징성이 큰 곳으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불출마 뜻을 고수한 가운데 김 전 비서관이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자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통한 선거 승리를 낙관해왔던 지역이었다. 따라서 그동안 민주당 백원우 의원 등 친노 진영이 출마를 적극 권유했고, 가장 유력한 야권 단일 후보로 거론돼 왔었지만 불출마 선언에 따라 민주당 등 야권의 재보선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은 이날 국회 기자실에서 백 의원이 대신 읽은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제가 출마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싸움의 불쏘시개로 쓰이길 원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며 “누군가 나서는 게 선거지만 누군가 나서지 않고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선거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꽃’이 되기보다는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어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순천 양보론’ 놓고 당 안팎서 몸살 현재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 전 비서관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범민주 진영이 꼭 승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부터 마음이 합쳐져야 한다”며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똘똘 뭉치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저의 결심이 범야권 연대를 통한 재보선 승리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의사 표명에 대해 일부에서는 뿌리를 함께 하는 국민참여당이 이봉수 농업특보를 후보로 내세운 데 대해 상당한 고민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큰 충격에 빠졌으며,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 핵심 인사들도 이날 오후 여의도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권양숙 여사 곁을 지켜온 김 전 비서의 구체적 불출마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칫 이번 선거에서 친노 진영 내 집안다툼 양상으로 비쳐질 경우 노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고민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 고향이라는 상징성을 띤 이 지역의 대표 주자를 놓고 친노 그룹 안에서 ‘비(非)유시민 대 유시민’의 대리전 구도가 전개돼온 상황에서 일견 유시민 전 장관이 김 전 비서관을 주저앉힌 모양새가 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 전 장관도 마냥 웃을 만한 처지가 못 된다. 여권에서 김 전 지사 출마설이 도는 가운데 김해 선거에 참여당 후보가 나서 패한다면 친노 분열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적자론에도 흠집이 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서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 아들인 건호씨 출마 가능성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고 있으나 친노 측은 “가능성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국민참여당에서는 이봉수 노 전 대통령 농업특보가 뛰고 있으며 외에도 민주노동당 후보가 뛰고 있어 야권 일각에서는 경선을 통한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은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인 만큼 당내 주자간 물밑 경쟁이 과열되고 있지만 정작 당 지도부에서는 ‘순천 양보론’을 놓고 심각히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에서의 연합 공천을 위해 이번에 과감하게 순천에 후보를 공천하지 말자는 ‘순천 양보론’은 당내 공식 회의에서도 제기됐을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무(無)공천이, 순천 양보를 요구하는 민주노동당의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그리고 당선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다른 야당에 양보한다는 이유로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의 공천을 포기할 경우 다음 총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순천 양보론은 선택의 문제”라며 “선거의 포인트를 무조건 이기는 것에 둘지, 아니면 내년 총선-대선을 앞둔 야권연대의 성공에 둘지에 따라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극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다. 다른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과 달리 한나라당 예비후보가 이곳에서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호남에 출마하는 것을 기피하는 데다, 어설프게 아무 후보나 낼 수는 없는 딜레마에 처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