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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4대 민생대란’ 강공에 여권 ‘속앓이’

국회에서 민생특위 구성될 예정…‘컨트롤타워 부재’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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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0호 심원섭⁄ 2011.02.21 14:15:12

2월 18일 개원한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이른바 ‘4대 민생 대란’을 적극 부각시킬 예정이라 이를 둘러싼 여야간 대결이 격화될 전망이다. 4대 민생 대란은 구제역, 전세난, 고물가, 취직난 등이다. 여야는 지난 2월 15일 공히 '민생 국회’를 외치며 2월 임시국회 개회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공전을 거듭해온 국회가 두 달여 만에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그러나 민생 현안은 물론 지난 연말 직권상정으로 처리된 법안의 폐기 및 재심의 등을 놓고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국회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인 4.27 재보선을 앞두고 열리는 것이어서, 재보선 민심을 겨냥한 여야의 정국 주도권 다툼이 팽팽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여야 간 폭력사태를 빚었던 연말 예산안 강행 처리의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도 관심 사항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선 국회 민생특위는 한나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은 한나라당 10명, 민주당 7명, 비교섭 3명 여야 동수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민생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둘러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구제역과 전세난, 고물가, 일자리 문제 등 현 정부의 실정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인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지나친 정치 공세를 차단하면서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위와 별도로 구제역(농림수산식품위), 전세난(법사위), 고물가, 일자리(기획재정위) 등 해당 상임위별 여야 간 신경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전세난 대책을 놓고는 민주당이 전월세 계약 갱신 때 인상폭을 연 5% 범위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 인상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른바 4대 민생 대란을 둘러싸고는 집권 한나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3주년(2월 25일)을 한 달여 남겨 놓은 지난 1월 27일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는 구제역을 비롯한 전세대란, 고물가, 청년실업 등 '4대 민생대란' 놓고 정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성토가 이어졌다. 2시간 여 동안 진행된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는 지난해 10월10일 이후 석 달 보름여 만에 열린 것으로 표면적으로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를 계기로 불거졌던 당청 갈등을 봉합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한나라당이 민감한 현안을 놓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분위기가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공개회의 인사말을 통해 “단 한 가지라도 서민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각오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쓴 소리를 했으며 비공개회의에서도 몇몇 최고위원들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구제역 사태에 대한 애로점 등을 설명하려 하자 "이제 와서 그런 설명은 해서 무엇 하느냐"며 ‘면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는 끝도 없는 구제역 파동, 고삐 풀린 물가, 날개 달린 전세 값, 해마다 늘어나는 청년실업 등 삼중, 사중의 대란에 '민생'은 칼끝에 선 형국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정 최고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집권 여당의 주류 세력들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오로지 개헌에만 정신이 팔린 모습이다. 이 같은 당청의 모습에서는 위기 극복의 의지도, 능력도 찾기 어려워 보이며, 특히 이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운 ‘친서민', '실용'의 가치도 빛바랜 지 오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는 국가의 중심이며 중요한 국정 현안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정책 집행을 놓고 부처 간에 문제가 생기면 조정하고 국가적 갈등이 발생하면 푸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컨트롤타워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 파동과 물가 폭등, 전세대란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는데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물론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지역 간 첨예한 대립이 전개되자 갈등 조정력 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 대통령 눈치 보며 컨트롤타워 상실 물론 물가 폭등을 비롯한 현안들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데는 초동 대처 미숙과 실기 등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독려해야 하는 청와대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탓도 적지 않다. 친이계 의원 조차 〃구제역 파동, 물가 폭등, 전세대란 등 민생 문제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는 실정이며, 심지어 친이계 한 의원은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시정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청와대의 무기력증은 이 대통령이 모든 현안의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려다 보니 청와대 참모들이 설 자리가 적어지고 정부도 대통령 눈치를 보게 되는 식의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소장파인 홍정욱 의원은 〃정부는 3년간 거시적 성공에 집중했지만 바닥 민심은 전세난, 고물가, 구제역 등으로 괴리가 크다〃면서 〃정치 지도자의 덕목은 희망을 심어주고 소통에 나서는 것인데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화법으로 일관하면서 절망감과 박탈감만 주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결국 여권의 '친부자·친기업 정책'’의 결과라는 야당의 칼날이 점점 조여 오는 것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론 당 내에 물가·전세·일자리 태스크포스(TF)를 긴급 구성하며 다급하게 움직이지만, 불안한 기색과 함께 곤혹스러움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곧 정부를 향한 질타로 분출되면서 당정 간 균열 조짐도 엿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세·물가·구제역 대란…여권 내부 불만 끓어 한편 전·월세 대란과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2월 16일 '2.11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의 후속조치로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금리 인하 및 대출 한도 확대 등을 1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의 대출 한도는 가구당 6천만 원에서 8천만 원, 3자녀 이상 가구는 8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로 늘어나고 대출 금리는 연 4.5%에서 4%로 낮춰진다. 지원 대상은 연소득 3000만원(신혼부부는 35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로, 금리 인하 조치는 기존 대출 계약자에게도 2월 17일 이후 분부터 적용된다. 저소득가구 전세자금의 지원 대상 전세보증금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가구당 8천만 원에서 1억 원 이하로, 3자녀 이상 가구는 9천만 원에서 1억1천만 원 이하로 확대된다. 기타 지역은 가구당 지원액 4천만-5천만 원으로 종전과 같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2월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전세 값 급등은 집값이 안정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집값이 오르면 해결된다'는 주장은 처방이 될 수 없고 무책임한 말〃이라고 지적하면서 〃전·월세 대란은 공급부족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공급을 늘리는 게 본질적 해결 방안이며, 따라서 단기적으로 공공 임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대표는 〃이런 현상은 지난 10여 년 전 IMF 사태 당시와 비슷하며 당시에도 금융위기의 여파로 민간 부분 공급이 부족해 2000년 직후 전세 값이 크게 올랐었다〃면서 〃이런 일을 겪고도 (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다고 하니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정 전 대표는 〃여의도 정치가 현실-민생을 모르고 낭떠러지에 서있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면서 〃여의도 정치가 구제역에 걸렸다는 말도 나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는 열리지 않고 말잔치, 기싸움에만 열중하면 국민의 분노는 깊어갈 것이다. 다함께 민생과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같은 날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권은 좀 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과 서민의 아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주거 복지 차원에서 전·월세 인상 상한제 및 저소득 무주택자에게 쿠폰 형태로 임대비를 보조해주는 '주택 바우처' 제도의 채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손 대표는 〃설이 지나도 물가는 계속 오르고 전세대란과 구제역 불안으로 민심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서민생활에는 무관심하고 특권층에만 편중된 현 정부 정책의 결과이며, 정부는 전세대란을 제대로 예견도 못하고 대책을 강구 못했다〃고 화살을 청와대로 돌렸다. 실제 설 이후 물가를 중심으로 한 민생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까지 선포한 연간 3% 물가관리 목표치는 이미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4.1%, 생산자물가는 6.2% 상승해 1월 소비자물가론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도 26개월 만의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서민물가 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매주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동안 정권 홍보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던 '권부'들도 움츠린 모습을 보이고 있고, 국정 실패에 대한 여권 내부의 불만이 끓어오르는 상황이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한 현 정권이 의문의 덫에 빠진 꼴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면서 앞으로 이 대통령이 취임 4주기를 맞아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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