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자친구를 찾습니다.” 제목 부터가 눈에 들어오는 이번 전시는 스물 두 살의 어린 작가의 솔직하고 톡톡 튀는 발상이 돋보인다. 박규아는 여느 또래의 여자들이 꿈꾸는 연인의 ‘자격조건’을 해학적으로 작품 속에 담아낸다. 명품 구두와 금반지. ‘경고신호’를 알리는 붉은 캔버스에 그려진 삼각팬티와 ‘안전신호’의 초록 캔버스에 그려진 사각팬티. 이러한 박규아의 거침없고 톡톡 튀는 작업은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실제로 남자친구를 찾는 것이기도 해요. 아직까지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제 작품 속에 나타나는 ‘자격조건’을 두고 속물이라 생각하실 수 도 있겠지만, 제 또래 누구나가 한번쯤은 꿈꾸는 그런 것들이 아닌가해요. 그런 것을 부정하고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담아내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랑스로 떠난 박규아는 고된 유학생활 동안 ‘여느 대학생 또래들이 즐기는 문화와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말한다. “한 번도 꿈 꿔보지 못한 ‘연애’라는 것에 늘 설렘이 있었어요. 제 그림은 저 스스로가 늘 마음으로 꿈꾸던 그런 것들로부터의 바램과 희망에서 시작돼요.” 작품만큼이나 당차고 씩씩한 박규아는 사실 미술 전공이 아닌 불어불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대개 미술 전시라고 하면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이들이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저는 그런 것을 깨보고 싶었어요. 미술이라는 것을 일반인도 향유할 수 있고,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린 때때로 꿈과 희망 앞에서 무거운 걱정이 지나치게 앞서 실천조차 해보지 못하고 포기나 좌절하게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박규아는 ‘때론 가벼운게 가벼운게 아니다’라는 자신의 말 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행동으로 실천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두발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이번 전시를 오로지 스스로 일궈냈다. 어린나이와 비전공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말이다. ‘애인의 자격조건’을 제시하는 작품 사이에 조금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한 작품이 눈에 띈다. 바로 ‘화조도’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작품 중 박규아가 가장 애착을 품고 있는 이 그림은 부부간의 영원한 금슬을 기원한다는 화조도의 의미를 담아낸다고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저는 영원할 수 있도록 지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영원하고 진솔 된 사랑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