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은 쉽게 말해 감상자가 미술을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해 보는 방법이나 그림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함이에요.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옥석을 가려주는 거죠. 헐뜯고 비판하는 게 아닌 조명하고 발굴해 널리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안동대학교 교수이며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서성록 회장은 미술평론에 대해 작가와 미술애호가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 출신의 미술평론가인 그는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에 당선되면서부터 25년여간 평론가로서 자리를 지키며 한국 미술의 변화를 함께 겪어왔다. 하지만 최근 평론가의 역할이 예전과 달리 많이 감소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예전은 지금과 달리 평론가가 전시기획도 하며 그 시대를 이끄는 선봉장의 위치에 있었다면 지금은 이런 역할이 세분화되면서 큐레이터나 전문 기획자들의 몫이 됐다. 또한 미술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경쟁력 심화와 작가들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그들의 가치관도 자연스레 변하게 됐다고 한다. 평론가는 작가에게 명예를 준다면 미술시장은 유명세와 금전전인 부분을 채워주기에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론은 작가와 애호가 사이의 통로 “요즘 평론가의 위치와 역할이 상당부분 위축돼 있어요. 시대의 중심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죠. ‘평론은 없고 미술시장만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에요. 그런 말을 들을 때는 가슴이 아프죠. 평론가들은 글 쓰고 연구하며 항상 그 자리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지키고 있는데…. 우리 평론가들도 각성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인식과 함께 다시금 활성화가 요구돼요. 평론가와 작가는 서로 돈독한 관계로 동반 성장해야 하죠. 미술시장과 미술비평 그리고 미술작품도 모두 대중과의 소통이 필요해요. 미술계의 발전을 이루고 미술의 가치, 작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게 평론의 역할이 아닌가 해요.” 평론의 역사도 오래된 만큼 미술작품을 설명해주고 알리는 유일한 틀이며 통로다. 그 시대를 읽고 특성을 잡아내는 역할로 평론가는 넓은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는 평론가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역량과 미술사에 대한 지식 그리고 이를 잘 표현하는 문장력을 꼽았다. 최근에는 미술이 다른 분야와 융합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도 필요함을 덧붙였다. 또한 작품의 구도와 재료 등을 알고 이해하는 미적감각과 함께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경험도 빼놓지 않았다. “미술은 작가의 정신세계가 집적된 산물이에요. 이를 제대로 보는 안목과 쉽게 전달하는 문장력도 필요하죠. 작가를 직접 만나 글을 쓰고 시대의 흐름도 파악해야 하기에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니에요. 평론은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요. 자기만족과 과시를 위한 평론글은 읽기가 쉽지 않아요. 주관적인 비평이기 때문이죠. 글도 표현이 다양하기에 작품을 잘 나타내고 다듬는 문장력이 중요해요.”
일반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이 진정한 예술 그는 미술이 너무 엘리트로 가는 점도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예술작품은 공기와 음식같이 편하게 마시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난해하면 잠깐의 관심은 끌 수 있지만 교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과 호흡할 수 있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미술계도 자성해야 함을 강조했다. “예술이 주는 건 향기와도 같아요. 삶의 활력과 쉼, 편안함을 줘야해요. 보이지 않아도 늘 신선함과 기쁨을 주고 슬픔도 함께 나누고 행복을 주는 게 예술이죠. 작가는 책임의식을 갖고 작업하고 평론가는 좋은 작품을 찾아 널리 알리는 거죠.” 올해 연말이면 협회장으로서의 임기가 끝난다는 그는 “평론가의 위치가 예전보다 미미해졌지만 분명 필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비평은 우리 미술을 널리 알리는데 평론이나 학술연구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평론가로서의 길을 후회해본 적 없다는 그는 미술 분야 관련 종사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올해도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주요 작가와 미술의 흐름을 정리한 책도 출판할 계획인 그는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1957년 이경성, 최순우 선생에 의해 창립된 대표적 평론가 단체다. 현재 서성록 회장이 이끄는 한국미술평론가협회는 1년에 4번 계절별로 ‘미술평단’이라는 잡지를 낸다. 1986년부터 발간돼 벌써 25년이 흘러 100호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평론가들이 중심인 이 잡지에는 그동안 1000여 명의 글이 실렸으며 한국미술뿐 아니라 해외 동향 등 문화와 미술에 관련된 다양하고 알찬 내용을 다룬다. 또한 ‘한국현대미술가 100인’이라는 책도 출간했는데 평론가협회 회원 대부분이 참여해 방대한 분량으로 엮어져 평론가협회가 아니면 발간이 힘들 정도인 크나큰 연구 사업의 성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