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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가 전해주는 유쾌하고도 씁쓸한 감흥

하정우 개인전, 인사아트센터 3.9~15, 대구 동원화랑 3.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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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2호 김금영⁄ 2011.03.07 17:49:41

하정우. 그의 이름 세 자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는 바로 ‘배우’이다. 그렇다. 그는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하정우의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9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하정우의 세 번째 전시 ‘피에로(PIERROT)’에서 그는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영화를 통해 하정우를 봐 왔던 사람들에게는 작품으로 그를 만난다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정우 자신도 그랬다. 처음엔 속살을 드러내 보이는 듯한 부끄러운 마음에 그림을 그리고 나서도 집에 숨겨뒀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마음을 다잡게 됐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책임감도 더욱 느끼게 됐다고. “그림은 저에게 있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마음이 들끓거나 허할 때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안정됩니다. 작품을 통해 속이지 않는, 진실한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어요.” 이번 전시에는 대작을 비롯한 신작 20여점이 공개되는데, 슬프고도 쓸쓸한 그러면서도 유쾌해 보이는 피에로가 주로 등장한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내면의 쓸쓸함을 포착한 것이다. 외롭고 힘들지만 겉으로는 밝게 웃는 피에로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하정우라는 한 인간이 배우로서, 또 작가로서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들도 이 피에로에 담겨 있다. 그림 속에는 문구나 숫자들도 등장하는데 이 하나하나에는 사연이 담겨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 흥미를 돋운다. “숫자 500은 스타가 첫 번째 계약을 할 때 받게 되는 상징적인 계약금을 뜻합니다. 168, 46은 완벽한 몸매라 일컬어지는 단위를 적은 것이죠. 아주 심각하거나 무거운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냥 제 그림이 사람들에게 쉽고 재밌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미 배우로서 유명한 그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정우가 첫 전시를 가질 때부터 지켜봐온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오히려 화가가 될 사람이 배우가 됐다고 그를 평가했다. “하정우의 작품을 처음 보러 갔을 때 100호 이상의 작품이 쌓여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려준 것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죠. 하정우는 우리들 사이에서 ‘신데렐라’고 불립니다. 술을 마시다가도 밤 12시가 되면 집에 가서 그림을 그리더군요. 그림에 대한 열정은 누구 못지않다고 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만 아직 작가라고 불리기에는 쑥스럽다는 하정우에게는 두 가지 바람이 있다. 바로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작업실을 마련하는 것과 작가로서 평가받는 것. “제가 물려받은 달란트가 쌀이라고 가정한다면, 저에게 영화는 쌀로 밥을 짓는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남은 밥을 가지고 술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은 작가로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나중에는 ‘작가 하정우’라고 당당히 불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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