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드로잉인가. 마치 수채화를 보듯 가볍고 투명하면서도 파스텔처럼 부드럽고 은은한 느낌의 작업을 하는 샌정의 작품은 알고 보면 유화다. 독일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서울을 오가면서 작업을 하는 샌정의 유화 작품들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향수가 젖어있다. 얼핏 보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독특한 페인팅 스타일로 수채화를 연상시키듯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샌정 개인전 ‘페인터: 샌정’이 갤러리 엠에서 2월 23일부터 3월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개인적이며 내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심층적이며 존재론적인 주제의식이 드러나는 향수 짙은 회화 작품 15점이 선보인다. 그의 작품에 빈번히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충만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이라면 누구나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가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반영돼 표현됐다. 새와 말과 같은 동물의 이미지들은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상징하는 요소들로 작품 안에서 시적이며 문학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의 섬세함과 또 자연으로 회귀하고픈 작가의 욕망이기도 하다. 특히 발랄하고 생생한 색감으로 풍성히 채운 캔버스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점은 작품 속 여백이다. 관람자로 하여금 더 많이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주고자 하는 작가의 배려로 그 공간 안에서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한다. 작가의 아날로그적이며 부드러운 터치의 서정적인 작품들은 빠르게 격변하는 현대 미술계의 동향 속에서 미술의 본질이라 여겨지는 페인팅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샌정은 1963년생으로 홍익대학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독일 뒤셀도르프의 쿤스트 아카데미와 영국 런던의 첼시 칼리지 아트 앤 디자인에서 각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 국제 갤러리(서울)에서 열린 ‘와일드우드 에어’전과 안드레아 로젠 갤러리(뉴욕)에서의 ‘더 퍼페추얼 다이얼로그’전, 2008년 킹즈 린 아츠 센터(영국)에서 열린 ‘모디스트 모뉴멘츠 한국의 현대미술’ 등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미국, 호주 및 한국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