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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황나현, 얼룩말 통해 전하는 자연의 원초적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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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2호 김대희⁄ 2011.03.07 13:15:48

아름다운 꽃과 과일로 치장한 얼룩말, 나들이를 떠나는 듯 예쁜 모자를 쓴 얼룩말, 화장한 얼룩말 등 화사한 색감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원시림의 자연과 함께 그 속에서 뛰어노는 얼룩말을 보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이렇듯 자연은 동물뿐 아닌 우리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자 친구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점점 심해지는 지구 온난화로 남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기후의 변화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해지는 시점에 자연을 지키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결국 자연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는 걸 인식한 셈이다. ‘자연’을 주제로 화려한 꽃과 얼룩말이 뛰노는 이국적 풍경의 원시림을 생명력 넘치게 표현한 황나현 작가는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그림의 주제는 처음부터 ‘자연’이였어요. 소재가 바뀌어 왔죠. 야생동물과 죽음 등으로…. 그 중 표범이나 사자를 많이 그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얼룩말을 봤는데 눈빛이 너무 선했어요. 그 눈빛으로 자연에 대한 갈망을 표현해보고자 했고 전체를 그린 그림에서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그리게 됐죠.” 6살부터 꿈이 화가였다는 그녀는 그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쉰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예술을 좋아한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집안에 예술가가 있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바람이 그녀가 화가가 되는데 큰 몫을 했다. 일반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대에 입학한 그녀는 고등학교시절 긴 슬럼프와 함께 가장 힘든 시절이 있었음을 회상했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갈 때 가장 힘들었어요. 특히 입시미술학원을 다닐 때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나와는 너무 다른 딱딱한 교육이 견디기 힘들 정도였어요. 하지만 대학에 진학 후 자유로운 교육에 너무 즐겁고 재밌는 대학시절을 보냈죠. 당시 입시와 대학교육이 많이 다르다는걸 느꼈어요. 대학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슬럼프 없이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어요.” 그녀가 자연을 주제로 그리는 이유는 생각만큼 특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낚시를 즐겨 다녔던 그녀는 복잡한 삶보다 한가한 자연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이 좋아지고 지켜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자연을 보존하면서 함께 어울리고 동화되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캔버스에 담아낸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의 그림은 무엇보다 밝고 편안한 분위기로 서양화와 동양화의 느낌이 동시에 묻어나는 듯하다. 얼룩말의 검은 줄무늬는 수묵화의 한지위로 그어진 먹의 한 기법을 느끼게 하기도 하며 동양화의 본질에서 시작된 조형방법이 현대적인 감수성과 교류함으로써 그녀만의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얼룩말의 실험적이고 디자인화된 형태미와 감각적인 색의 향연이 빚어낸 밀림은 분홍빛을 토해내고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특히 얼룩말이 뛰노는 원시림에 주목한 그녀는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원시 밀림이 가진 그 무공의 순수함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원초적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 그녀는 자연 자체를 그리려다 보니 동물과 함께 꽃을 그리고 화장도 시키고 인간 흉내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자연 그대로라고 한다. 이는 인간의 모방이 아니라 인간 이전의 자연 그 자체가 가진 고유의 본질적 행태를 얼룩말을 대표해 그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과일까지 얹어서 그린다. 그녀가 그리는 그림은 결국 자연 자체를 그리고자 함에서 비롯됐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그림 속에 작은 사람들이 표현돼 있는데 얼룩말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상상해서 그렸어요. 하지만 점점 제대로 된 형태가 필요했죠. 야생화를 많이 그렸는데 직접 사진을 찍고 책을 보고 그리게 됐어요. 얼룩말은 청주동물원에서 직접 보고 그려요. 그곳에서 구상도 많이 하죠. 얼룩말도 종류별로 생김새가 다 달라요. 줄무늬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기회가 되면 아프리카에도 방문해 해외에서 직접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항상 재밌고 밝은 기분으로 즐겁게 작업하는 그녀는 2월 9일부터 3월 6일까지 부산 이배갤러리에서 올해 첫 개인전을 가졌는데 작업할 때의 마음가짐이 그림에 반영되듯 기존보다 더 밝고 화려해진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는 말에 덩달아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그녀는 미소를 전해주는 편안한 그림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지켜야 함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을 들었다. 아름다운 밀림을 만남으로서 지친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자연을 경험하게 만드는 그녀는 앞으로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지금처럼 그려가지만 꽃 외에 세계의 다양한 모양과 색을 가진 과일을 구체적으로 그려 넣을 계획이다. 여기에 힘이 되는 한 더 큰 대형작업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은 낙원과 밀림을 만들어갈 구상을 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는 외침을 캔버스에 조용히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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