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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에서 해체로…이상국의 ‘애잔한 에너지’

40년 미술인생 회고전, 가나아트센터 2.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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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3호 이선유⁄ 2011.03.14 14:03:40

가나아트센터는 이상국 개인전을 2월 11일부터 4월 3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몇 년간의 투병생활로 인해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이상국의 유화 작품을 2000년 개인전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작가 자신에게 또 그의 그림을 기다렸던 애호가 모두에게 뜻 깊은 ‘회고전’ 성격의 전시다. 어느덧 그림인생 40여 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회고하는 이상국은, 그동안 애잔한 소시민의 삶과 자연풍경이라는 한국적 서정성을 그만의 절제된 형태와 투박한 질감 표현으로 그려 왔다. 스산한 공장지대, 다닥다닥 붙은 산동네, 맹인가수 등을 소재로 담아낸 70-80년대 이상국의 작품은 당시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암울했던 시대의 초상을 이야기한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인식하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치유하고자 하는 가운데서 그는 위안과 사랑을 전하려 했다. 90년대 들어서 변환점을 맞이한 그는 그동안 그렸던 구체적인 현실보다 산-나무-바다 같은 자연 풍경에 주목한다. ‘나무로부터’ ‘산으로부터’ 시리즈에서 보이듯, 그가 그려내는 자연은 구체적 구상이 사라지고 골격만 덩그러니 남은 듯한 모습으로 캔버스 위에 존재한다.

“80년대까지 나는 그림을 마치 집짓기처럼 ‘구축’해 가는 과정으로 생각했지요. 그런데 최근 작품들, 특히 풍경화는 ‘해체’되는 방식으로 그리고 있어요. 철거된 산동네 그림도 그런 식이지요. 그런 해체 과정에서 가슴 아픈 느낌과 동시에 어떤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이상국은 7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자신과 밀착돼 있던 삶을 그려낸 시기를 ‘구축’의 시기라 이야기한다. 이후 구체적 현실과는 요원한 자연풍경을 담아낸 시기를 두고 그는 ‘해체’의 시간이라 설명한다. 이렇게 해체와 재구성의 반복적 작업을 통해 그려진 풍경들은 이상국에게 해체에서 오는 애잔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운을 선사한다. 이상국의 굵고 거친 선과 제한된 색을 통해 단순화된 자연풍경은 본래의 외형을 상실하고 하나의 ‘생동하는 기운’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와 긍정적 에너지를 전한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기보다, 작가 자신이 인식한 자연의 본질적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각박하고 고통스런 우리네의 삶에 잔잔한 감동과 위안을 선사한다. 이상국의 그림인생 40여년을 한 자리에 모아 회고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가 심화돼가는 과정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조형언어의 변모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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