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초현실주의. 자신의 작품에 대한 마리킴의 규정이다. 팝초현실주의란 무엇인가? 팝아트와 초현실주의가 만난 단어로, 19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미술 흐름이다. 팝아트는 상품광고, 매스 미디어, 만화 등 일상적이고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기존의 엄숙한 예술에 반하며 나타난 장르다. 초현실주의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잠재의식의 세계를 해방해 초현실적인 미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두 영역이 팝초현실주의(Pop surrealism)에서 만났다. 이런 출생 배경을 갖고 있기에 팝초현실주의 그림은 만화처럼 ‘귀여운’ 특징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잘난 척 하는, 고상한 전통 미술을 비딱하게 비웃으며 째려보는 의미도 갖고 있다. 마리킴의 그림에 항상 나타나는 ‘큰 눈’ 역시 이런 의미를 갖고 있는 걸까? 마리킴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현실을 뛰어 넘어 자유로운 상상을 풀어낸다”고 말했다. 그녀의 작품은 고상함을 내뿜지도 어렵지도 않다.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마냥 귀여운 것은 아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작품은 때로는 날카롭게 현대인의 내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기도 하다. 친근하면서도 파격적인 작업 세계, 그것이 바로 마리킴의 매력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작품 속 인물의 강렬한 눈빛이다. 마치 만화경을 들여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큰 눈망울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그녀의 다섯 번째 개인전 ‘차일드 플레이(Child Play)’가 3월 10일부터 24일까지 텔레비전12갤러리에서 열린다. 마리킴은 사람이 성장해 어른이 되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내면에 숨겨두게 되지만 눈만은 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어린 시절 가졌던 그 마음들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 숨겨져 있는 내면세계를 눈을 통해 끌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시명도 ‘차일드 플레이’라고 정했어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어린 아이처럼 솔직하게 드러내는 거죠.”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지닌 작품 속 주인공은 작가와 똑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자화상을 그린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저를 많이 닮은 것 같기는 하지만 결코 저 자신의 모습만을 그린 것은 아니에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고자 했어요. 작품 속에는 인물과 함께 유명 상표의 제품이 함께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현대인들이 지닌 물질적인 욕망을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느끼고 보고 생각하는 것, 바로 그 점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이번 전시에는 소품 70여 점, 드로잉 20여 점, 입체 5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총 100여점 공개된다. 특히 작업의 시발점이 되는 드로잉 작품도 처음으로 공개돼 작가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기존에 이어왔던 프린트 작품 또한 같이 전시된다. “계속해서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드로잉을 기반으로 그린 이미지를 스캔하고 따라 그리면서 완성해 나가는 디지털 작업은 계속 하고 있죠. 페인팅 작업도 꾸준히 해서 나중에는 페인팅 작품으로만 이뤄지는 전시도 해보고 싶어요.” 화려한 색채로 강렬한 형상을 그려내는 마리킴의 작품은 4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5월 전북도립미술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