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브네의 초창기부터 현재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작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인 ‘베르나르 브네-페인팅 1961~2011’ 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9일부터 4월 1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페인팅, 조각, 퍼포먼스, 사진, 영화, 음악, 무용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베르나르 브네의 회화 작품으로 구성한 회고전이다. 총 40여 점이 선보이며 브네가 18세 때 제작한 초창기 작품을 시작으로, 반예술의 징후가 나타나는 1960년대 초반의 타르 회화, 수학 기호나 도표, 공식 등을 미술의 언어로 차용함으로써 개념미술의 전형을 보여주는 1966년 이후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또한 수수께끼 같은 수학 공식들이 작품의 전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2000년대 이후의 포화그림과 변형 캔버스 작품 등 195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브네의 예술세계를 시기별-유형별로 일목요연하게 조망한다. 전시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브네가 그의 작품에 수학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수학을 작품에 적용하는 것은 단순한 차용의 방식으로 혼돈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 아니다. 하나의 모형, 즉 그 자체로 상징적이며 맥락적인 특성을 지닌 수학적 모형을 작품에 도입한 것이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단일한 의미만 갖는 기호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호들은 단일한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모든 유형의 예술이 이용해온 기호와 구분되거나 상반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브네는 명백하고 즉각적 인지가 가능한 것이야말로 본질적인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극복해야 할 장애물임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개념적이며 보다 이성에 기반한 브네의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예술 작품이란 작가 감성의 표현’이라는 예술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넘어, 과학이나 수학, 또는 작가를 배제한 합리성과 연관을 맺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서구 예술 전통의 단면을 살펴볼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