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 기술 방식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날선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양사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오래 경쟁해 왔지만 요즘처럼 드러내놓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양사의 수뇌부들은 상대방에게 “사기를 친다” “궤변이다” 등의 거친 표현을 삼가지 않고 있을 정도다. 삼성은 지난 8일 삼성 서초 사옥에서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며 이례적으로 LG를 직접 지목, LG의 3D TV 기술인 필름패턴편광방식(FPR)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LG 측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LG는 10일 LG트윈타워 본사에서 ‘LG 3D TV시연회’를 개최해 삼성의 주장을 전면 반박 하는 등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두 회사가 설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살만 하냐’는 점이다. 삼성과 LG의 주장을 근거로 3D TV 관련 쟁점을 정리해 본다. 3D TV의 원리 사람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보는 영상이 다르다. 두 영상을 뇌에서 합쳐서 입체감을 느낀다. 3D TV는 이 원리를 이용한다. 좌·우 각기 다른 영상을 만들고 TV를 통해 출력하면 이 영상을 안경을 통해 다시 분리, 입체감을 형성한다. 삼성의 셔터글라스와 LG의 FPR 방식은 완전히 다른 기술로 가장 큰 차이점은 좌우 영상의 분할 방법에서 비롯된다. 삼성의 셔터글라스 방식은 사람의 눈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을 분할해 좌우 영상을 교차로 보여주면 안경에 장착된 셔터가 열고 닫히면서 영상을 분할, 3D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액티브방식이라고 불린다. 화질이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열고 닫히는 셔터로 인해 눈의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문제가 있다. 셔터글라스 방식의 3D 안경도 걸림돌이었다. 셔터글라스방식의 3D 안경은 특수센서가 장착돼 가격이 비싸고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셔터글라스 안경은 약 100달러. 4인 가족 기준 우리나라 돈으로 40만원이 넘는다. LG의 FPR 방식은 시간을 분할하는 대신 한 화면을 분할하는 방식이다. 한 화면에 좌우 두 가지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면 편광안경을 통해 이를 걸러내 3D를 구현한다. 흔히 패시브 방식이라고도 불린다. 셔터글라스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의 피로도가 덜하다. 안경에 센서가 탑재되지 않아 착용감이 좋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화면의 공간 자체를 분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화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셔터글라스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시야각을 지니고 있다. 쟁점 1 : 풀HD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3D TV 논쟁에서 해상도 부분은 LG가 다소 불리한 입장이다. LG의 3D TV는 FPR방식의 원리 상 해상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김현석 전무는 LG연구소 연구원들의 논문도 무더기로 인용하면서 “이 회사 연구원이 낸 논문에도 해상도가 반으로 떨어진다고 돼 있다”며 풀HD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LG 측은 영상을 반으로 쪼개 내보낸다 하더라도 결국 뇌에서 합쳐져 3D를 구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풀HD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인터텍, 중국 제3연구소, 미국CEA 등의 기관에서 풀HD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양사는 제품의 ‘스펙’ 때문에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차이를 뚜렷하게 느끼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적 특성상 눈이 매우 민감한 이들이 아니라면,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차이를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쟁점 2 : 누워서 볼 수 있나, 없나? 현재 출시된 모든 3D TV는 누워서 보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누워서 보는 3D TV라 광고했던 LG도 화면 겹침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은 10일 LG트윈타워에서 가진 3D TV 시연회에서 “FPR 3D TV를 누워서 보면 화면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3D 영상의 질이 떨어진다”며 “소비자가 좌우로 고개를 움직여도 관계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접근했다”고 일부분 시인했다. 삼성의 셔터글라스 방식도 누워서 보기는 힘들다. 고개를 90도로 돌리면 화면이 어두워져 볼 수가 없다. 아직 누워서 보는 3D TV는 시기상조다. 쟁점 3 : 셔터 방식 3D TV는 깜박거림이 심하다? 풀HD 화질과 시야각이 LG의 문제라면 ‘깜박임’은 삼성의 문제다. 삼성의 셔터글라스 방식은 깜박임(플리커)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장시간 시청하는 TV의 경우 눈이 편안함이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셔터글라스 방식의 경우 셔터를 열고 닫으면서 생기는 깜박임 때문에 눈의 피로는 물론 두통과 어지러움이 생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10일 3D TV 시연회에서 “삼성의 셔터글라스는 이에 수천 배가 넘는 깜박임으로 인증조차 받지 못했다”며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삼성은 플리커 문제는 이미 해결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1년형 삼성 3D TV신제품은 안경과의 전송방식 등을 개선해 어지럼증 가능성도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경쟁, 감정싸움으로 번져 삼성과 LG의 서로 다른 3D 기술 방식에 대한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은 LG였다. LG전자 권희원 부사장은 지난 2월 16일 필름패턴 편광안경 방식의 3D TV를 출시하며 “(우리 방식은) 셔터글라스에서 진화한 2세대 3D TV”이라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방식보다 1세대 진화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삼성전자의 윤부근 사장은 “(LG전자의 방식은)1935년 개발된 기술인데 차세대 기술처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도 합세해 논란은 확산됐다. 권 사장은 3일 PFR방식이 풀HD가 아니라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라며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비교 시연회를 하겠다”고 밝힌 것. 삼성과 LG의 수뇌부가 한번씩 치고 받으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올해 15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3D TV 시장을 놓고 삼성과 LG의 기술 전쟁은 불이 붙었다. 명확한 기술 표준이 없는 3D TV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표준’으로 정착되기 때문에 삼성과 LG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업계 2위인 LG는 공개 시연회를 펼쳐 진검승부를 가르자며 달려들고 있고 1위 삼성은 공신력이 없다는 이유로 회피하면서도 격한 반응을 쏟아내는 등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LG가 빼들은 ‘공개 시연회’ 카드에 삼성이 ‘정면 승부’를 펼칠지, 다른 카드로 승부를 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