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랩어카운트 수익률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해 코스피지수가 2000을 훌쩍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자문형랩 수익률도 반짝 올랐지만, 올 들어 리비아 사태 등으로 증시가 떨어지면서 수익률 다변화를 보이고 있다. 랩어카운트(일임형+자문형)는 말 그대로 고객이 맡긴 재산을 자산 구성부터 운용, 투자 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종합금융서비스다. 일임형의 경우 투자일임업자가 자산관리 전반에 대한 사항을 결정하는데 주로 기관투자가들의 단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문형은 투자일임업자가 외부 투자자문업자의 투자 자문에 기초해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개인들이 주로 가입한다. 특히 자문형랩은 원래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이었지만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실제 지난 2009년 말 20조원이던 자문형랩 잔액은 지난 1월 말 현재 38조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투자자문사가 같더라도 증권사마다 운용 성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0개 안팎 종목 골라 집중투자 하는 게 특징 또 50~70개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와 달리 자문형 랩은 10개 안팎의 종목을 골라 집중 투자한다. 이런 운용 방식이 최근과 같은 조정장에서 자문형 랩 수익률에 독(毒)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저금리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창출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자문형랩 시장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끈 것은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와 적극적인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미래에셋이 가장 먼저 주도했고 뒤이어 현대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이 참여하면서 본격화됐다. 또 저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때 수수료 인하와 같은 선심성 마케팅에 나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펀드 판매 보수를 인하하며 고객 유치에 나선 바 있다. 이 때문에 수수료 인하 유도에 나선 것은 또 다른 속내가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랩 상품이 대부분 대형주에 집중돼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권도 제한받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최근 브레인, 창의, J&J, HR, 쿼드 등 투자자문사들의 대표 상품들이 투자하는 종목들을 보면, 삼성전자, 현대차, 하이닉스, 기아차, LG화학 등 주로 대형주에 편중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부분 20여 종목 안팎으로 한정되는 자문형 랩 상품에서 대형주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최소 10개 이상의 종목이 대형주로 구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증권가에서 유행어가 됐던 7공주(LG화학, 하이닉스,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기아차)로 대변되는 대형주 집중 현상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중소형주 종목 발굴을 기치로 내건 자문형 랩 상품도 중소형주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대형주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대형주의 편중 현상은 지나치게 높았다. 이에 따라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 성과를 올리는 자문형 랩의 가장 큰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주 또는 중소형주 등 투자철학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고객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문사들이 수익률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주를 선호하면서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이러한 부담감으로 인해 원래 10개 이내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압축 구성해야 하는 자문형 랩의 속성과 달리, 투자 종목을 많게는 30개 이상으로 구성하면서 상품의 특성마저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익 클 수 있지만 손해 날 위험도…투자철학 중요 이러한 대형 종목 편중 현상은 부진한 수익률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구가했던 자문형 랩이 최근 조정장에서 힘을 못 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주에 비해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많은 상품들이 이미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선 상태로 손실률이 6%에 이르는 상품도 등장하는 등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품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과 올 초 자문형 랩의 투자열기가 한창 뜨거웠을 때 투자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일부 증권사는 아예 최근 1개월간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형 랩을 대표하는 브레인투자자문은 1개월 수익률이 -5.20%로 코스피 수익률(-5.20%)과 같았고, 레오투자자문(-7.30%)은 코스피보다 더 큰 손실을 냈다. 이어 한국창의(-4.20%) 등도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4.14%)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과다. B 증권사의 경우도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12월 출범하자마자 수조원의 자금을 끌어 모아 유명세를 탄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자문형 랩(-5.06%)과 작년 5월부터 판매된 브레인투자자문의 자문형 랩(-6.66%) 상품은 코스피(-3.98%)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투자자문사마다 종목 선정뿐만 아니라 투자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문형 랩 상품 모두가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 관계자는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한다”면서 “리스크가 높은 만큼 무리한 투자에 접근하지 말고 가급적 여윳돈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