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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재원의 첫째 주의대상은 여자?

‘상하이 스캔들’, 여자스파이 역사 장구한 중국에서 터질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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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3호 심원섭⁄ 2011.03.14 14:37:28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30대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 33)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다음 그 대가로 국내외 중요 정보 및 한국 비자 부정발급, 큰 이권이 걸린 한국 비자 신청 대리점 등을 준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언론에서 입수한 덩 씨의 사진 파일들에는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비상연락망,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선거대책위원회 비상연락망 등 정부·여당 인사들의 연락처가 빼곡히 기재돼 있다. 뿐만 아니라 현 정부 실세와 여당 의원들의 번호를 사진으로 찍은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엑셀 문서파일까지 발견돼 정부 기밀을 적극적으로 수집해 빼돌렸을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이번 사건을 특정 외교관과 현지 여성의 단순한 치정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상하이 여성 스캔들’이라는 한국 외교사 희대의 치욕스런 사건이 벌어진 배경에는 자질 없는 외교관,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문화, 일부 정치인들의 과시욕과 이에 따른 무리한 업무 추진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그리고 국민을 대신해서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내부 문건 등 각종 정보를 넘겨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 현지의 한국 주재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사회의 특수성에다 한국 외교의 문제 등이 결합되면서, 있을 수 없는 일도 생길 수 있는 곳이 중국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이번 상하이 스캔들이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외교관으로서 기본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해외 공관에 나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정기 총영사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평가받아 상하이 스캔들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자 당시 상하이 총영사를 지낸 김정기 씨는 전문 외교관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한나라당 필승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후 상하이로 부임한 사람으로서 당시 정치권 낙하산 인사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씨는 자기 휘하에 있던 상하이 영사들이 중국인 여성 덩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을 통제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스스로가 덩과 어울려 직접 자료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저지르는 등 공관장으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행태를 보였다. 법무부 등 다른 부처에서 파견 나온 영사들도 마찬가지로 과연 일류대학과 고시 출신인 엘리트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만큼 문제가 많았다. H씨 등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영사들은 외교관으로서 자질은 고사하고 국가관이 있는지, 상식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각 부처에서 자체 인사 수요에 따라 해외 파견하고 외교부에서는 부자격자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외교관으로서 자질이 확보되지 않은 인물들이 해외 공관에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한국 외교사 희대의 치욕스런 사건. 자질없는 외교관, 일부 정치인의 과시욕, 무리한 업무추진 등 복합적 요소가 원인. 이와 관련 외교 전문가들은 설사 전문 외교관이 아니라도 대사나 총영사 등으로 발탁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역량이나 자질을 갖춘 사람을 보냈더라면 일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덩 씨가 한국 외교관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한국 외교관들의 민원을 잘 처리해줬기 때문이다. 해외 공관에 파견된 한국 외교관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인사들이 방문하면 이들의 요구에 따라 주재국의 주요 인사와 면담하거나 회동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주는 것이다.

양쪽 모두에게 긴급한 현안이 있으면 공식적인 통로로 사전에 일정을 잡게 되지만 중국 고위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중요한 현안이 없는데도 과시를 위해 중국의 주요 인사와의 면담을 원할 경우엔 쉽게 성사되기 어렵다. 특히 과시용 면담일 경우 대부분 일정을 급하게 잡는 때가 많아 더욱 어렵다. 이럴 때 외교관들이 마음이 급해지는데 그때 해결사로 등장하는 게 현지 브로커들이다. 이들은 이런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신 이권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며 이 때 발목이 잡히면 나중에 불명예를 안게 되기 십상이다. 여기다 중국은 각종 브로커가 활개 치기 쉬운 환경이다. 행정의 투명성이 낮은 데다 공식적으로는 안 되는 일도 '관시' 등 비공식 통로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해결되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브로커가 활동하게 된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얘기다. 이 때문에 비공식 통로를 이용하다 보면 자칫 비정상적인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높다. 그러나 워낙 이런 브로커나 관시 문화가 깊숙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급하면 이쪽에 의존하게 된다. ‘상하이 스캔들’에서 드러났듯 중국 공안의 위세 막강 다시 말해 중국을 방문하는 정치가나 고위인사의 과시용 면담 일정 요구 등이 현지 외교관에게 무리수를 두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덩 씨도 중국 상하이의 고위직 면담 등 각종 민원을 처리해 주고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한국 영사들과 가까워졌고 이런 관계를 이용해 비자 브로커로서 입지를 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덩 씨 스캔들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에서 공안의 위세는 막강하다. 중국이 워낙 통제된 사회여서 개인의 사생활 정보는 상당 부분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 전화 도청, CCTV, 건물 현관이나 아파트 입구를 비롯해 거의 모든 곳에 배치된 경비원들로 인해 개인정보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정보는 공안이 원하기만 하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고 이는 사생활에 문제가 있건 없건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 2002년 상하이 주재 일본 총영사관의 외교관 자살 사건은 사생활을 무기로 한 중국의 정보전이 어느 선까지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덩 씨가 영사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었던 것도 공안 등을 통해 이런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현지 교민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사생활 정보에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정보전에서 자주 동원했던 미인계까지 결합되면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한 베이징 주재원들은 “중국에서 무사히 보내려면 사생활을 스스로 철저히 절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기본 중 기본에 속한다”며 “개혁-개방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러 부문에서 투명성이 낮고 통제된 사회인 중국의 특수성을 잘 이해해야 현명하게 처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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