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가나아트갤러리 전략기획팀 팀장) 미술계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타의 분야와 다르지 않게 생산과 유통이라는 과정이 있으며 이 과정을 담당하는 인자들이 생태계처럼 서로 어울리며 공생하고 있다. 작품 생산을 담당하는 작가, 이를 구매라는 형대로 소비하는 콜렉터와 미술관, 생산된 작품에 대해 다양한 유통의 형식(예를 들면 전시회)을 만들어내는 포스트프로덕션의 담당자 큐레이터(전시 기획자), 작가가 생산해 낸 작품의 소비를 중개하는 갤러리(딜러), 그리고 큐레이터들이 생산해 낸 포스트프로덕션물을 유통시키는 갤러리 혹은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요인들은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며 함께 공생해 나가는 이른바 아르테콜로지 즉, 미술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아트테콜로지를 새삼스럽게 언급하는 이유는 아트 마케팅을 위해 숙지하고 짚어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트마케팅의 육하원칙을 이해할 수 있는 근원일 뿐만 아니라 아트마케팅에 대한 허상을 벗어버리고 미술에 의한 가치 있는 아트마케팅 실행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아트를 마케팅하면 아트가 마케팅한다?’는 아트 마케팅의 기본 전략을 위한 구체적인 전술이 유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바로 그 전술의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트 마케팅의 실행에 따른 4가지 카테고리다. 아트마케팅은 4가지의 태스킹 카테고리로 나뉠 수 있다. 여기서 각각의 분류는 앞선 두 번의 글을 통해 주지한 바와 같이 ‘아트를 마케팅한다’라는 아트 마케팅의 과정과 ‘아트가 마케팅한다’라는 아트 마케팅 시스템으로의 이행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인 설명에 앞서, 이 분류는 아트 마케팅에 대한 조금은 거칠 수 있는 기본적 분류임을 일러두는 바이다. 무엇보다도 이 분류는 순전히 필자의 학습과 치열한 경험들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추후 훌륭하고 실용적인 개념으로 무장한 전문가의 도전을 통해 보다 정제될 수 있기를 기다리는 분류이기도 함을 밝혀 둔다. 아트 마케팅은 진행하는 일의 범위와 파트너(아트 마케팅을 추구하는 기업 혹은 기관 또는 아트를 통한 자사-지자체의 마케팅을 기획하는 기업 혹은 기관)와의 협의 범위에 따라 다음의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매니지먼트(관리)군, 콜라보레이션(협업)군, 컨설팅(자문)군, 마케팅군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 본 기획의 1부 주제인 ‘아트를 마케팅하다’의 단계에 해당되는 군은 매니지먼트와 콜라보레이션이다. 그 다음으로 ‘아트가 마케팅을 하다’에 해당되는 군이 컨설팅과 마케팅이다. 후자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진행할 ‘아트가 마케팅하다’의 편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먼저 매니지먼트의 핵심 행위인 매니지먼트군은 미술계에 있어서 생산단계의 관리를 의미한다. 작가들을 관리하고 그들이 제작한 1차 아트-콘텐츠(작품)를 관리한다는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집대성하고 재구성하여 소위 작품이라는 결과물을 낸다. 그 결과물은 아트마케팅의 가장 근본 즉 생태계로 보면 초식계인 셈이다. 생태계에서의 초식계는 많은 수로 구성되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서 고등동물들을 먹여 살리는 희생자이지만, 아트테콜로지의 구성은 완전히 다르다. 아르테콜로지의 1단계군인 작가와 작품은 희생이 아닌 최상의 가치로써 보호의 대상이기 때문이다.(아르테콜로지의 피라미드가 일반 생태계 피라미드의 모양과는 반대로 되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까닭에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관리는 아트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계로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그들의 상상력을 응원하며 의미 있는 유통의 기로로 이끌어가는 작업이다. 매니지먼트라는 과정에서 작품과 작가는 세상과의 첫 소통을 이루게 되는 것이고 그 소통은 다양한 아르테콜로지의 인자들에 의한 적소(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재구성하는 과정)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전시회, 아트페어, 옥션, 작품도록 제작, 언론홍보 등 다양하게 적소된 1차 아트 콘텐츠들은 아트 마케팅을 위한 첫 작업을 마친 셈이다. 이렇게 1차 아트 콘텐츠들을 적소라는 과정을 통해 디자인해 놓은 2차 아트 콘텐츠들은 다양한 채널을 거쳐 미술 밖의 분야와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된다. 여기서 이 파트너들은 자신들의 온전한 이익 창출을 위한 방편으로 또 다른 아트 콘텐츠 디자인을 요구한다. 이 단계가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다. 고흐나 마티스 같은 서양 대가들의 작품 속에 기업의 제품을 끼워 넣기도 하고 아예 제품에 작품을 입히기도 한다. 제품을 이용하여 작가로 하여금 작품을 제작하게 하기도 하고 작품을 이용하여 판촉물을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 것이 바로 아트와의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아트 마케팅의 초기 단계다. 이 단계를 당당하게 아트 마케팅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콜라보레이션 즉 협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 단계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 때문이다. 그 한계는 바로 지속성의 부재이자 아트의 도구화이다. 마케팅은 그 어느 업무 형태보다 변덕스럽다. 변덕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중(소비자) 때문이라도 마케팅은 고여 있을 수 없다. 그 동안 이 변덕스러운 운명의 마케팅 안에서 아트는 단발성으로 도구화될 수밖에 없었다. 다 만들어 놓은 제품을 특별하게 유통시키기 위해, 혹은 다 만들어진 공간에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아니면 완성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등 모두 마지막 단계에서 아트가 간택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트 마케팅이 기업의 마케팅 전략 그 시작에 놓여야 할 21세기 마케팅 솔루션이라는 것을 간과한 결과다. 현 시점에서 20세기 마케팅 툴을 고수하다가는 대중과의 소통을 통한 수익 창출은 물 건너간다.
아트는 타고난 감성체다. 소통을 근원으로 탄생했고 소통을 생명으로 여긴다. 또한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기업의 생산품 또는 시스템과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나 아티스트들은 그러한 것을 파트너에게 알리는 데 거의 소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들에게 휘둘리고 있어도 잘 모르기에, 오늘날 기업들의 열띤 아트협업이 마치 아트 마케팅의 전부인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아트 마케팅에 대한 고민 없는 외부의 지적들은 이제 사양한다. 얄팍한 미술계의 경험만으로 불필요한 고집을 피우는 미술계 내부의 엉뚱한 충고도 사양한다. 하지만 아트 마케팅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충분한 고민과 공부를 통한 충고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누가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느냐가 결과를 하늘과 땅 차이로 만든다. 아르테콜로지의 인자들이 움직이고 그들을 존중하는 외부의 인자들이 파트너십으로 움직인다면 아트 마케팅은 지상 최고의 마케팅 솔루션이 될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왜 아트 마케팅이 마케팅 솔루션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가를 언급하면서 궁극적으로 아트가 어떻게 마케팅을 해나갈 수 있는가를 짚어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