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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자아상’에 담아내는 성정체성의 고백

김광열 개인전 ‘Black, White & Pink’, 일민미술관 3.18 ~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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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4호 이선유⁄ 2011.03.21 13:40:53

자아에 대한 탐구와 성정체성을 주제로 담아낸 김광열의 개인전이 일민미술관에서 3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린다. 그는 ‘게이’다. 세상으로부터의 편견으로 김광열은 오랜 시간 자신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둔 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타인에게 드러내지 못한 자신을 그는 캔버스 위에 자화상으로 담아냈다. 그 과정에서의 상처와 치유의 흔적을 이번 전시를 통해 용기 있게 내보이는 것이다. “나에 대한 세상의 시선에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정체성을 계속 감추고 사는 것이 마치 가면을 쓰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 회의가 들었습니다. 한국을 떠나 낯선 샌프란시스코의 땅으로 건너가 정체성을 찾고 솔직한 제 모습으로 살고 싶었어요.” 미술공부를 위해, 또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지난날을 회상하며 김광열은 말했다. 20여년 가까이를 샌프란시스코에서 홀로 지낸 작가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대인관계의 폭도 넓지 않다. 대학원에서 처음 그림공부를 시작하고, 꾸준히 작업에 매진해 왔지만 작품 발표의 기회가 거의 없어 세간에 알려지지도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밀폐된 방 안에서 김광열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세상에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을 캔버스에 만큼은 솔직히 표출했던 것이다. “그동안 항상 제 자신에 대해 숨기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방안이나 벽, 담벼락 속에 갇혀 있는 이미지가 작품에 많이 등장해요. 그런 장애물을 뛰어넘고 싶은 욕망을 작업 속에 표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김광열 작가의 샌프란시스코 방을 재현한 설치 공간과 함께 그의 초기 작업부터 근래 작업까지 변천사를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초기의 판화작업과, 붉은 공간 안의 유기체로서 갇혀진 생명체, 양초-오렌지-죽은 나방-꽃 등을 사실적 묘사를 통해 자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자화상들이 있다. 특히 김광열의 근래 작업인 분홍(핑크)그림 시리즈는 그 스스로의 역사적 배경이나 심리적 갈등에서 다소 벗어나, ‘핑크색’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 듯하다. 불안한 표정의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던 이전 작업과 달리 좀 더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해탈된 느낌이다. 근래 작품에서의 핑크는 그가 억압받던 성정체성으로부터의 갈등을 해소시켜준다. 감추던 성정체성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핑크는 그의 캔버스 위에서 자유와 환희를 자아낸다.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자신을 숨김없이 담아냈던 유일한 수단이었던 그림을 통해 김광열은 내면의 치유를 받는다. 그렇기에 그림은 그의 삶의 큰 이유가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삶을 함께 느끼고 공유하며 우리 각자의 자아상을 새롭게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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