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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음악·영상으로 펼치는 소통

카를로스 아모랄레스 ‘사일런트 필름스 전’, 송은아트스페이스 3.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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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4호 김금영⁄ 2011.03.21 13:42:06

‘천재’ 찰리 채플린은 영화로 많은 사람을 울리고 웃겼다. 그러나 그의 영화에 소리는 없었다. 무성영화 시대였기 때문이다. 소리가 없을 때 소통이 더 잘될 수도 있다는 설치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주인공은 멕시코 출신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다.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 제목은 ‘사일런트 필름스’다. 요즘 영화 필름에는 영상과 소리가 다 담겨 있지만 그가 보여주는 영화 필름은 소리가 없다. 그래서 ‘사일런트 필름’이다. 우리는 소리 또는 언어 없이 소통할 수 있나? 할 수 있다는, 아니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모랄레스는 보여주겠다는 듯하다. 전시는 송은아트스페이스 2~4층 공간에서 이뤄진다. 2층에 들어서면 사람과 동물을 합친 ‘매니멀’(Manimal: Man과 Animal의 합성 용어)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소리를 통한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작가는 ‘옵설리트 컬러 차트’(2011) 시리즈에서 이 두 존재의 만남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엿본다. 2층 ‘매니멀’ 작업이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됐다면 3층의 ‘스켈레톤 이미지’(2011)는 흑백 포토그램의 차분한 분위기다. 그가 내놓은 ‘스켈레톤 이미지’는 카메라 없이 감광지 위에 사물을 놓고 빛을 비춰 빛의 세기와 물체의 투명도에 따라 다양한 톤을 지닌 네거티브(피사체와 명암 관계가 반대인 사진)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작가는 “컴퓨터 등 첨단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품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4층의 ‘더티 송스’(2011) 시리즈다. 이는 작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느낀 낯선 감정이 모티브가 됐다.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어는 작가에게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고, 이에 작가는 사람들과 소통할 다른 방식을 찾고자 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음악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나름의 방식으로 들으면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전시장 벽면에는 여러 악보들이 설치돼 있고 연기자들은 이 악보를 보고 노래하면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4층 전시장 안쪽에는 흑백 무성 필름 ‘워크 툴스’(2010)와 ‘디스카디드 스파이더’(2008)가 상영되는데, ‘더티 송스’ 퍼포먼스의 연기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소리 없는 필름 영상 위에 덮인다. 이해하려 노력하는 게 아니라 들리는 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마음으로 하는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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