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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박찬상, 복잡·다양한 패턴으로 상상·이야기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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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4호 김대희⁄ 2011.03.21 13:48:16

기계로 찍어 프린트한 듯 굉장히 세밀한 기법으로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패턴을 작품 속에 그려 넣는 박찬상 작가는 그 하나하나의 패턴 속에 무수히 많은 상상과 이야기를 담는다. 얼핏 보면 어지럽고 정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독특한 작업으로 눈길을 끌며 보면 볼수록 작품 자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특별한 주제가 있기보다 소재가 마음에 와 닿고 다뤄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영감이 떠오를 때 그걸 그려요. 작업에 많은 패턴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흥이 있어야 하죠. 도시 남자를 그려도 그 안에 들어가는 문양과 패턴이 다르고 이야기도 달라요. 예를 들어 삼각형 모양이라도 그 안에 담기는 생각과 감정은 무수히 많죠. 삼각형으로 피라미드, 삼각자, 삼각 김밥 등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끝이 없기 때문이에요.” 연희동 작업실에서 만난 박찬상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자 한다. 즉 자신만의 색을 찾고자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민한다. “현재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수많은 내용이 들어간다. 대상을 단순히 보고 베끼는 그림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감정과 생각을 담기 때문이다. 작업에 빠져들다 보면 작업의 고리가 이어지고 또 이어져 소재가 계속 나온다고 했다. 일례로 화장실을 생각하면 휴지, 변기도 있고, 연관된 여러 가지가 떠오르듯 이들을 연결시켜나간다. 슬픔과 기쁨에도 각기 다른 여러 종류가 있듯이…. 이처럼 어떤 영감과 생각을 갖고 작업에 들어가면 잘 풀리지만 무작정 작업을 시작하면 어려움이 많기에 미리 어떤 패턴으로 할까 작가는 고민한다.

자신이 반가사유상이 되기도 하고 고흐가 되기도 하면서 작업한다.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인 패턴일 수도 있지만 객관적이 되기도 한다. 그도 한 명의 인간이기에 그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느낄 것으로 그는 생각한다. 그가 주장하는 “너와 나는 같은 인간이다”라는 말의 내용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계획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는 작가는 느낌이 닿을 때 충만한 기분에서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이처럼 작업을 즐기는 그의 그림은 보는 이를 그 즐거운 에너지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인물 위주로 작업을 하는 그는 예전에 반가사유상이나 남대문 등 상징적인 것들을 많이 그렸다. 작품에 그려진 패턴들은 제각각 모양과 형태가 다른데 최근 작업으로 오면서 굵은 선을 강조한 형상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그가 표현하려는 이미지가 더 쉽고 강하게 떠오른다. 그의 초기 작업도 지금 같은 패턴작업이었지만 채색 속 패턴 형태로 존재했다. 당시 패턴은 직접 그리지 않고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낸 작업이었다. “예전 작업은 한국화의 채색 기법을 이용했기에 저만의 독특함을 보이긴 힘들었어요. 그걸 뛰어넘기 위해 지금의 작업을 하게 됐죠. 결국 실크스크린으로 나타낸 패턴을 직접 손으로 그려보자 생각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남들과 다른 나를 찾자는 의도죠. 현시대의 흐름을 쫓기보다 내가 즐기는 게 더 중요해요. 계속 실험하고 고민하고 자기의 색을 찾아가는 게 사실 제일 힘든 부분이죠.”

그가 찾아낸 그만의 독특함 즉, 먹을 이용한 정밀 세필 작업의 패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게 할 정도다. 주위에서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그는 웃어보였다. 패턴마다 이야기가 있는 그의 작업은 하나의 큰 형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의 패턴을 보고 느껴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보이는 대로 감상하면 된다. 그는 작품에 대해 어떠한 답도 규정하지 않고 관람자들이 자유롭게 보면서 느끼길 바란다. 보면 볼수록,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림을 통해 상상되는 게 많기 때문이다. “패턴을 통해 내 감정과 느낌을 풀어낸 것이지만 이야기는 관람자가 만들어 가는 거죠. 이런 그림도 있구나 하면서 재밌고 즐겁게 봤으면 해요. 난 그림을 그렸고 전시장에서는 그림이 관람자와 소통하는 거죠. 처음엔 어지럽고 복잡하다는 얘길 많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하면서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복잡하면서도 이집트의 상형문자 같은 신비감이 묻어나는 그의 그림은 우리 생활과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림은 생활의 반영으로서, 우리가 느낀 것들이 그림에 담긴다고 그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는 그는 “인생에 해답이 없듯이 그림에도 답이 없다”며 “항상 답을 찾기 위해 꿈을 꾸고 희망을 통해 목표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는 그의 작품은 3월 24~27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제’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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