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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월성 원전, 후쿠시마 와 유사한 설계”

“오래된 발전소 가동 중단하고 안전진단 철저히 해야” 주장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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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4호 심원섭⁄ 2011.03.21 14:18:31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여파로 후쿠시마(福島)현 원전에서 잇단 폭발이 일어나고 방사능 유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남 일이 아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큰 동요는 없지만 원전 지역 주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강진이 발생 할 수 있으니 원전의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관련 정보의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대피훈련을 효율적으로 실시하는 등 안전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각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수명이 다한 원전의 연장 운전에 반대하고, 원전 유치를 추진 중인 지역에서는 원전 유치를 거부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국내 원전의 안전성 강화”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본격적 재점검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야권에서는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에 무게 중심을 두는 등 해법에 심한 온도차가 있다. UAE 원전 수주,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어 3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안전 문제와 관련해 "한국형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자신했다. 맹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한국형 원전은 발전시설과 냉각수 공급, 전기 발생 시설이 모두 분리돼 있어 한 곳에 물이 들어가면 차단된다”며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이틀 동안 전국 원자력발전소와 석유비축시설, 가스공급시설 등을 점검했는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맹 장관은 “원전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는 “궁극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로 가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력의 45%가 원전에서 나오기 때문에 과격하게 줄이거나 포기할 수 없다. 일종의 과도기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연수 소방방재청장 역시 “현재 우리 정부는 기상청, 원자력안전연구원, 중앙안전대책본부의 협력체제로 원전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원자력안전연구원은 원전을 시간대별로 검사하고 있어 어떤 경우라도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전 안전에 대한 점검을 하고, 원자력 발전을 기본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영춘 최고위원은 “고리, 월성 원자력발전소는 이번에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했다”며 “적어도 독일처럼 오래된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하고 철저하게 안전 진단을 하는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민주당의 원전 재검토론은 이명박 정부가 성과물로 내세우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등을 겨냥하는 성격도 지니고 있어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통령이 UAE 원전 기공식에서 ‘한국형 원전이 최고’라고 했는데 더 이상 원전이 친환경적이라는 궤변을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선 “원전 안전 문제를 본격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정몽준 전 대표는 “안전성 문제에 있어 전문가 집단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동해안의 협소한 공간에 집결된 원전 안전 문제를 관련 부처와 연구소 등이 종합적으로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황우여 의원도 “현재 우려할 점이 없다고 해도 다시 한 번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그럼에도 여당 내부에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은 “원자력 없이는 에너지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김 전 의장도 “우리는 이미 원자력 강국으로 수출에 지장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 “한국형 원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 주장. 그러나 원전 주변 주민들은 “원전의 둥근 돔 보면 무섭다는 생각만…” 현재 한국에는 모두 22기의 원전이 있다. 이 중 가장 최근인 지난달 28일 가동에 들어간 부산시 기장군 신고리 원전 1호기를 비롯해 같은 기장군의 고리 1∼4호기, 인근 경북 경주의 월성 1∼4호기, 전남 영광군의 영광 1∼6호기, 경북 울진군의 울진 1∼6호기, 그리고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하나로) 1기를 포함해 산업 및 가정용 전력을 공급하는 상업 원전이 21기에 이른다. 이중 상업 원전 21기의 국내 총 설비 용량은 1만8716㎿로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24.6%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맹 장관의 공언처럼 정부 당국의 안전하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6기의 원전이 있는 영광원전 주변의 홍농읍 성산리 마을 주민은 일본 지진과 이에 따른 원전 폭발 사고 얘기를 꺼내면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곳 주민 김 모(68) 씨는 “한국 원전이 일본 원전보다 더 안전하다고 들었지만 눈만 뜨면 원전의 거대한 돔 건물이 보이는데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며 “한국이라고 지진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은 없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5기의 원전이 있는 고리원전 지역에 사는 기장군의 조 모(46) 씨도 “원전 선진국 일본에서 자연재해로 원전 사고가 나 주민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며 “원전이 안전하다는 말을 그대로 믿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노후 기종인 고리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합의했지만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특히 이미 원전 4기를 가동하고 2기를 추가 건설 중인 경주에서는 수명이 다해가는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운전이 추진 중이고 방폐장까지 건설되고 있어 주민들은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주시 양남면에 사는 신영해(57) 씨는 “한국에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데 원전 측은 어떤 대책을 가졌는지 궁금하고 불안하다”며 “일본의 노후 원전에서 사고가 났는데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늘려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연구시설에서 백색 비상이 발령되기도 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변 지역에 사는 김 모(45, 여) 씨는 “원전이 그냥 안전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이 믿을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2기가 건설되고 있는 울산 울주군 나사마을의 신창도 이장은 “신고리 3, 4호기에 이어 5, 6호기의 건설 승인도 난다는데 불안하다”며 “한 해에 몇 번씩은 지진해일이나 방사능 물질 유출 대비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송정마을의 김동훈 이장은 “일본 원전 폭발사고를 보면서 많은 주민이 불안감보다는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졌을 것”이라며 “내진 설계를 강화해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춘 원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중단을 촉구 이런 가운데 월성원전은 설계 수명이 30년으로 내년에 수명을 다하는 1호기의 10년 운전 연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는 올해 2월에 폐쇄될 예정이었으나 10년간 수명 연장이 허가됐고 결국 큰 사고로 이어졌다”며 “교과부가 올해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데 월성 1호기는 조기에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울산환경연합은 인근의 부산시 기장군에서 수명이 연장돼 재가동 중인 고리원전 1호기를 겨냥,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를 폐쇄하라”며 “원전으로 둘러싸인 울산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할 경우 지금 일본이 겪는 피해를 능가하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전 유치를 놓고 영덕, 울진 등과 경쟁 중인 강원도 삼척시는 한국의 지진 발생 빈도나 규모 등을 들어 “후쿠시마 원자로는 가동한 지 40년이 넘은 노후 기종으로 신규 한국형 원자로 등 현대 원전과는 안전성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며 “예정대로 원전 유치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삼척핵발전소백지화위원회는 지난 15일 삼척시청 앞에서 가진 회견에서 “원전 유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일본 원전 폭발 사고에도 부지 심사를 강행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규탄했다. 이처럼 해당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이 불안한 마음을 가진 데 대해 정부는 “한국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 0.2g의 지반 가속도(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강진 가능성이 낮은 한반도 지질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상의 대비 태세”라고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에 드문 규모 6.5의 지진이 해당 원전의 바로 밑에서 발생하더라도 냉각수 등의 유출이 전혀 없는 상태를 안전 기준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 원전은 원자로에서 냉각수를 직접 끓여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비등형 원자로 방식의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별도로 증기발생기가 있는 가압형 원자로 방식”이라며 “증기발생기에서 물이 수증기로 바뀌면서 열이 방출되고, 남은 물이 차가워지는 방식”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백원필 원자력연구원 안전연구본부장은 “한국의 원전도 일본 경우처럼 매우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전력 공급과 냉각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판경계면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에서는 기장군과 울주군 주민을 대상으로 국내 원전이 안전하다는 설명회를 추진하는 등 주민불안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이 대통령, 국내 원전 안전점검을 지시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3월 16일 오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전으로 보내 일본 원자력발전소 폭발을 계기로 지진, 해일 같은 재해에 대한 대비 현황 등 안전점검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국내 원전은 설계 때부터 안전에 중심을 뒀고, 일본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는 방사성 물질이 전혀 관측이 안 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차제에 우리도 전반적인 안전을 점검해 국민의 불안을 덜기 위한 차원에서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일본 대지진 발생에 따른 후속 대책에 대한 분야별 보고가 이뤄졌으며, 담당 부처가 중심이 돼 적극 대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는 일본 원전 폭발로 우려되는 방사성 물질 확산과 관련, 전국 70개소에서 관측한 결과, 전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15일 오후 2시께 제393차 '민방위 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민방위복으로 갈아입고 곧바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직접 방문해 원자력발전소 안전사고 등에 대비한 훈련 상황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14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마치고 오후 1시께 귀국한 뒤 서울공항에서 일본 원전 폭발 및 국내 파급 영향 전망 등에 대해 맹형규 행안부 장관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고를 받은 뒤 바로 이 훈련에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훈련 중 월성원자력발전소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원자력 안전(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평소 생활을 통해 대피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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