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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을 긋더라도 강한 묵의 필선 강조

하루 10~12시간 작업하는 박영대 “그림 그려야 밥 먹을 자격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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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5호 김대희⁄ 2011.03.28 10:52:46

“1975년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맥파’(보리가 만들어 내는 파도)라는 제목의 보리를 주제로 그린 작품을 출품해서 입선을 하면서부터 ‘보리작가’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미술대상이라던가 공모전에도 보리를 주제로 출품해 입상하면서 지금까지 쭉 따라붙어 오는 수식어입니다.” 1978년 백양 공모전 ‘맥파’ 최고상 수상(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991년 국제미술의 제전 동경전 대상 수상(동경도 미술관, 일본), 2006년 로만파 동경도지사상 수상(동경도미술관, 일본), 2007년 사롱·드·바란 대상 수상(오모리 빌 아트리움, 도쿄, 일본), 개인전 17회 등 오랜 세월 화가로 그리고 ‘보리작가’로 살아온 박영대 작가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만큼 흔들리지 않고 한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부단한 노력과 마음가짐에서 비롯됐다. 사실 ‘보리작가’로 불리길 원하지 않았던 그는 1981년부터 소재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나무나 산야(들판) 등을 그리기 시작했다. 섬세함보다는 회화로서의 맛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소재를 바꿔 그려봤지만 ‘보리작가’에 대한 각인은 지워지지 않고 따라붙더군요. 그래서 차라리 지울 수 없다면 추상적 그림을 그리되 보리를 주제로 더 대담하고 필력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먹과 채색을 이용해 묵 필선을 강조하기로 했죠. 사실적이기보다 사의적인(생각을 그리는) 그림을 그리고자 했어요.”

그가 추구하고 강조하고자 하는 점이 바로 동양화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인 묵 필선이다. 즉 사실적이고 섬세한 그림보다 선이 살아 있는 회화적 순도를 높인 그림이다. 그는 동양화의 기본적인 특징은 살리되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다. 추상적이지만 추상화는 아니며, 현대에 맞춰 항상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요즘 젊은 작가들 못지않은 열정과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때문에 그는 1, 2년에 한번 꼴로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항상 변해야 해요. (구상이나 표현 방법에서) 지난 전시보다 얼마나 변했는지를 관람객들이 알아줘야 하죠.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변화를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해요. 변화에 반응과 호응이 있어야 비로소 작가는 힘을 내고 새로움을 추구함으로써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전시를 자주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품을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작품을 창작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 전시의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즉 목표가 없으면 나태해진다는 얘기다. 전시를 준비할 때 판매를 염두에 둔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자신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전시하기까지의 작업이 즐겁고 그래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말이었다.

전시를 자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공부하는 자세로 전시 후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다시금 강조했다. 오랜 시간 그림만을 그려온 그는 지금도 매일 10~12시간씩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매일 그려도 하고 싶은 걸 다 못할 정도”라고 말하는 그는 “무엇보다 그림을 그려야 밥 먹을 자격이 있다”는 말로 자신이 그림에 임하는 태도를 정리했다.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점은 나와의 싸움이에요. 물론 즐거운 싸움이죠. 그동안 변화를 위해 많이 싸웠어요. 자신을 변화시키는 혁명이 필요해요. 앞으로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요.” 주로 먹과 채색으로 작업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지냈고 서양화부터 수채화, 유화 등 다방면을 섭렵한 작가로 활동했다. 후학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림은 기초가 튼튼해야 해요.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거죠. 마라톤 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정진해야 해요.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길을 걸어갈 때 비로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어요. 특히 요즘은 사회가 급변하면서 그림도 다양해지고 미적인 가치의 기준이 상당히 변했어요. 때문에 작가마다 개성이 필요한데, 젊은 작가들의 도전과 실험정신은 배우고 싶을 정도로 부럽기도 해요.” 많은 작업량과 활발한 전시로 힘닿는 데까지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박 화백의 작품은 여전히 젊은 에너지를 가득 품은 채 생동적이고 깊이 있는 필력으로 새로움을 선사한다. 전시는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3월 30일부터 4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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