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정아의 자전에세이 출간 기자회견에서 그녀에게 숱하게 쏟아진 질문세례 가운데 “표지 그림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책 표지에는 그녀의 흑백 사진 한 장과 함께 그림이 한 점 실려 있었다. 가시처럼 날카로운 질문 세례에도 담담히 응대하던 그녀는 ‘표지 그림’에 관한 질문을 받자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이 세상에 계시지는 않지만 내가 마음속으로 가장 소중하고 죄송하게 생각하는 분이 아버지라 이 작품을 표지로 삼았다"고 말했다. 문제의 그림은 그녀가 1995년 미국 캔자스 대학 재학 당시 장학금까지 받았다는 그녀 자신이 직접 그린 ‘Longing for Love’(기다린 그리움)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그녀의 유학 도중 1994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그림에는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의 실루엣이 무늬처럼 새겨져 있다. 이를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선물인 핑크원피스를 소재로 아버지의 그리운 사랑에 대한 향수를 담아 그렸다”고 말했다. 이 그림을 1996년 캔자스대학의 유니언갤러리에서 전시하면서 제출한 ‘작가 노트’를 보면 이런 내용이 설명돼 있다.
“…유학 중 나는 아버지를 잃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부재를 통해 내가 망각했던 삶에서의 많은 소중한 작은 것들을 찾게 되었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없어져버린 인형에 대한 애착심, 생일날 아버지께 선물받은 분홍색 원피스의 추억과 병고의 고통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의 초상, 나의 손을 놓지 않으려던 아버지의 강한 손길이 교차하며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잃어버린 삶의 희망과 목적, 그것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눈물과 분노, 이 모두 다 놓치고 싶지 않은 내 삶의 모습임을 그림 속에 고백하려 했다. 온통 그리움의 눈물로 얼룩진 그림 속에는 변하지 않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내 지나온 삶에 대한 애착과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희망이 잔재해 있음을 말하고 싶다.” 한편 이른바 ‘신정아 스캔들’ 이후 4년 간의 생활을 담은 신정아의 자전 에세이 ‘4001’은 파문 속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판사 사월의책 관계자는 23일 “출간 하루 만에 초판 5만부가 모두 출고됐으며, 2쇄 2~3만부를 추가로 인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