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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맹 화가가 그린 ‘순진한 눈매’

정성원 개인전, 갤러리송아당 3.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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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5호 김금영⁄ 2011.03.28 10:56:48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았음에도 뛰어난 음악성으로 큰 감동을 남겼다. 예술에 있어 ‘한계’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색을 구분 못하는 작가 정성원에게도 그랬다. 그림에 있어 색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는 색맹이어서 녹색과 붉은색 계열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어릴 때는 큰 콤플렉스였으나 그는 이제 한계를 뛰어넘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은 ‘행복을 그리는 작가’라고. 어릴 때는 색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창피했다. 미술 시간에 팔레트에 물감을 풀어 놓을 때 다양한 색을 사용하기보다 주로 흑백 모노톤 계열의 그림을 그렸다. 가족에게도 색맹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그만큼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강렬한 열망은 이를 극복하게 했다. 지금도 색을 사용하는 데 있어 완전히 능숙하진 않지만 나름 익숙해진 방식으로 색을 사용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성원의 그림 속에는 토끼, 양, 사슴 등 순수한 눈망울을 지닌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의 그림은 요즘 매우 평온한 느낌이지만 그가 그림을 처음 시작하던 시기에는 다소 과격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반사회적인 주제를 설치, 영상 작업으로 풀어냈어요.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다루고 싶었는데 사람들과 소통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데 중점을 뒀던 거죠.”

대중과는 다소 거리가 먼 작업을 하던 정성원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구상 작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과에 꽃이 꽂힌 그림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특별하고 어려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친숙한 사물을 그리면서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예술은 대중을 위한 것이지, 자신만을 위한 예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보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 동물들이었지요. 특히 토끼나 양은 반감 없는 순수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잖아요? 그래서 행복감을 표현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정성원이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바로 ‘순수함에 대한 갈망’이다. 황금만능주의라는 틀 안에서 단지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쫓아가면서 정작 순수함을 잃어버리는 슬픈 단면에 대해 그는 주목한다. 순수한 동물들의 모습을 그리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웃음을 전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자 한다. “제 그림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글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제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느낀 행복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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