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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황부용 “‘힐링 그래피즘’의 창시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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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5호 김대희⁄ 2011.03.28 11:01:08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황부용이 47년간 몸담았던 그래픽디자인 분야를 떠나 미술 작가로 새 인생길을 걷는다. 3월 1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첫발을 내딛는 작가 황부용을 전시장에서 만났다. “그래픽 디자인은 나이가 들면 계속 해나가기가 힘들어요. 예술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60세를 넘기기 어려워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앤디 워홀도 사실은 그래픽 디자이너였어요. 팝아트를 창조하면서 명맥을 이어갔고 지금까지 유명한 인물로 남아 있죠.” 그래픽 디자인과 미술은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처럼 사고를 전환하고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의 도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젊은 시절부터 그래피즘을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피즘이라는 말은 사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에요. 그래피즘이란 한마디로 구상적인 상징 형태로 인간의 원초적인 사상을 표현한 거죠. 그래피즘의 역사는 기원전 약 3만년부터라고 해요. 주술적이고 종교적인 문제에 대한 추상 조형이었어요. 실물의 묘사가 아닌 상징적인 변환이며, 문서의 한 형태로 부적 같은 거죠. 심벌 마크도 그래피즘에서 온 거라 보면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바로 전시의 제목인 ‘힐링 그래피즘’이다. 그래피즘에 ‘치유’의 의미를 담아 만든 말이다. 그 계기는 이렇다. 3~4년 전 아는 선배가 심장 수술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황 작가는 쾌유를 바라는 마음에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 이후 150장 정도 그림을 그려 40장 정도를 치유 효과를 위해 선물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결혼하는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미국의 작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벽에 그려진 나뭇잎 하나가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죠. 이게 바로 힐링 그래피즘이에요. 그림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거죠. 행복한 사람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가 많지만 스스로 치유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가장 좋은 예술은 시대정신을 표출하는 거죠. 예술가들은 지금 치유에 주목해야 해요. 사회적으로 힘들고 우울한 일들이 많기 때문이죠. 각 분야마다 치유가 필요해요.” 작품에서 나뭇잎이 주를 이루는데 군대 시절 땅에 꽂아놓은 플라타너스 나뭇가지가 뿌리를 내리고 나뭇잎이 생기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큰 힘과 생명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그리는 나뭇잎은 다양하다. 그렇다고 아무 나뭇잎이나 모양을 보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나뭇잎이 가진 의미를 중시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 나뭇잎들도 모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픽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그림의 회화적 맛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회화적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새로움과 독특함이 눈길을 끈다. 때문에 전시를 다녀간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벌새와 우산이 있는 작품에서 벌새는 ‘부지런하게 살자’, 우산은 ‘미리 준비를 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준비하며 부지런하게 살자는 메시지다. 또한 나뭇잎을 우리 인생과 결부시켜 의인화했다. 남성과 여성은 생명력을 뜻하는데 인간의 종족번식 본능을 이야기한다. 색감도 녹색이 주를 이루는데 창조·생명·부활을 단 하나의 컬러로 표현하고자 새싹의 색인 녹색을 선택했다.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과 건강식의 생활화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다. 자신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는 그는 이 또한 ‘힐링’이라고 말했다. 힐링은 치유뿐 아니라 희망도 되기 때문이다. “전시를 열기 전에는 사실 두려웠어요. 각오는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죠. 막상 전시를 열고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유화 작품도 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꼈어요. 하지만 새롭고 신선하다는 평가에 힘이 생겨요.”

그의 작품은 그래픽 디자인과 회화의 중간 형태로 종이 위에 연필과 수채화 기법을 이용해 그린다. 상업적 디자인 분야에서 종사하다 감성이 주를 이루는 예술 작가로 새 길을 걷는 그는 서양 미술사에서 힐링 그래피즘의 창시자로 주목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힐링 그래피즘에 많이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결국 세상을 치유하는 그림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그는 미술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매년 한번 이상의 전시를 열고 사람들의 마음에 치유와 희망을 전하는 전도사가 될 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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