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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분당을 출마 배수진 이유는?

“재보선 판 키워 MB정권 심판” 전략…패배 땐 정치 운명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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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6호 심원섭⁄ 2011.04.04 14:44:58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3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4.27 재보선에서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대선을 앞둔 지난 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 결행 이후 최대의 정치 시험대에 올라섰다. 손 대표로서는 이번 보선 결과가 자신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좌우할 수 있는 데다 차기 대권경쟁 등 야권 지형 전체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그의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당을 위한 희생'에 방점을 둔 정면승부를 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큰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당을 출마를 “대한민국 변화의 대장정”으로 표현한 뒤 “강남민국과 강북민국, 중산층의 대한민국과 서민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장수가 뒤에 있지 않고 앞장서서 직접 싸우는 것이 승리의 길”이라고 결의를 보였다. 손 대표가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국회 대표실은 마치 대선 출마 선언식이라도 되는 듯 몰려든 취재진과 당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동안 손 대표의 출마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의 요청으로 강원 인제에서 출마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희생 정신’과, 부산에 나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당 정신’이 합쳐진 감동적 결단이자 살신성인의 리더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측근 의원들도 박수로 그의 결단을 격려했고 그동안 출마를 강력히 요구했던 문학진 의원은 "잘했어"라고 환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손 대표는 모든 것을 건 승부사처럼 외로워 보였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손 대표가 분당을에서 이기고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두면 당내 입지는 물론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확고히 다질 수 있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패할 경우 당 대표직은 고사하고 정치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손 대표가 정치 인생 최대의 모험을 하는 셈이라는 소리가 그의 주변에서 나오는 이유다. 그러므로 본인의 결단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측근 인사들은 전했다. 손 대표는 그 동안 “분당을은 결코 포기 대상 지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해 왔다. 조국 서울대 교수를 영입하는 카드가 일찌감치 물 건너갔지만, 신경민 전 MBC 앵커와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다수의 인사를 물망에 올려놓고 의사를 타진하는 등 막판까지 외부 인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참여혁신수석을 지낸 박주현 변호사도 직접 만났으며, 강금실 전 법무장관, 영화배우 문성근 씨,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등도 손 대표가 시야에 넣은 후보군에 포함됐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에 대해 손 대표 측 한 핵심 인사는 “손 대표는 외부 인사들을 접촉할 때 혼자 움직였다”고 “의사타진을 할 때 대부분 직접 만나 진정성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민에 ‘삼고초려’…한밤에 집에까지 찾아가 특히 그는 신 전 앵커를 수차례 만난 것은 물론 지난 주 심야에는 직접 그의 집으로 찾아가 ‘삼고초려’를 할 정도로 마지막 순간까지 각별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한때 손 대표 측 일각에서는 “신 전 앵커 영입이 7부 능선을 넘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박지원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 대표나 저나 새로운 인사의 영입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특히 손 대표는 밤중에 집으로 찾아가는 등 모든 열과 성을 다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외부 인사 영입 노력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인 전현희 원내대변인과 윤덕홍 전 최고위원 등이 출마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으나 이들로는 필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감이 주변에서 제기되자 손 대표는 지난 주말께 사실상 자신의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3월 29일 측근 의원 오찬회동 등에서 “장수가 전면에 서야 하지 않겠느냐” “당이 내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출마 발표 당일인 30일 새벽에는 마음을 굳힌 뒤 일부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분당에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결심을 전했다. 이런 메시지를 받은 인사 가운데 하나가 새벽 3시30분께 휴대전화 메시지로 이 사실을 일부 참모그룹에 전했다. 당초 발표 시점을 놓고 당초 4월 1~2일 주말 정도로 검토됐으나 “결심한 이상 시간을 끌 것 뭐 있냐”는 의견에 따라 30일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사실 손 대표 주변에서는 발표 전날까지도 해도 분당이라는 지역이 민주당 간판으로는 뚫고 나기기 쉽지 않은 지역이며, 특히 강원도지사 선거와 김해을 선거에 올인하는 게 당 대표의 역할이라는 주장이 강해 손 대표의 직접 출마를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27 재보선 전체 판이 녹록치 않은 것은 물론 강원과 김해 둘 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당 대표 자격으로 선거 지원에만 주력했다가 둘 다 잃는다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따라서 손 대표가 분당에 직접 출마해 재보선 성격을 이명박 정부 심판의 장으로 끌어올리고 선거판 자체를 키우는 게 낫다는 결론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손 대표의 결단은 ‘분당에서 MB정부 심판 바람을 일으켜 강원과 김해로 확산시키겠다’는 선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선당후사’(先黨後私: 개인보다 당이 먼저)를 강조했던 손 대표로서는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는 선택이기도 했다. 더구나 손 대표가 원외 대표로서 활동에 제한을 받는 데다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마저 10% 대에서 5% 내외로 떨어진 상황도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당내의 계속된 '대표 차출론'을 수용하는 대승적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통 큰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손 대표가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임에는 틀림없지만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텃밭을 공략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측면에서 손 대표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는 3월 30일 선관위에 분당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옛 지역구인 종로를 방문해 유권자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재래시장인 통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한 상인이 “더 좋은 데로 가느냐”고 묻자 손 대표가 “불구덩이로 가는 것”이라고 답한 것도 이러한 입장을 보여 준다. 아무튼 출사표를 던진 손 대표가 분당을 선거에 ‘올인’하면서, 동시에 재보선 승부의 분수령인 강원도지사와 경남 김해을 보선까지 챙길 수 있는 ‘1인 다역’의 슈퍼맨 행보를 어떻게 소화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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