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8호 박현준⁄ 2011.04.18 12:58:26
이진성 기자 문화예술 AG 기획팀장 작년과 재작년 서울에서 열린 전시 중에 관객 동원과 티켓팅 파워에서 꽤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전시는 ‘워홀의 위대한 생애’ 전과 ‘팝아트 슈퍼스타, 키스헤링’ 전으로 알고 있다. 많은 전시들이 방학 시즌을 맞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열렸지만 그 중에서 이 두 전시가 관람객 동원에 성공한 전시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른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방학 시즌에 열리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급 전시들은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들이 많이 아는 이름 있는 장소를 전시장으로 선택하며, 전시 입장료 또한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책정된다. 이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두 전시는 높은 인기 덕분에 전시 일정이 끝날 즈음에는 입장객이 긴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정도였다고 한다. 작가 워홀(Andy Warhol, 1928~1987년)과 키스 헤링(Keith Haring, 1958~1990년)에 대해 언제부터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뜨거운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동안 고전 미술에 식상했을 법도 한 일반 대중의 심리를 잘 이용한 기획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글을 통해 블록버스터 전시를 꼬집자는 건 아니다. 다만 이렇듯 관람자가 많은 전시에는 “꼭 이런 사람 있다, 우린 이런 사람 되지 말자”를 말하고 싶다. 우선은 조용하게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보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행에게 작품에 대해 혹은 그 작가에 대해 알고 있는 사항을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사귄 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에게 어젯밤에 인터넷으로 검색한 전시 소개를 읊어대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사실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면 문제 될 게 없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그런데 소리의 볼륨이 크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전시 관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혹은 아주 자그마한 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마치 큰 지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떠드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한번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볼 때였다. 전시장 규모가 꽤 있는지라 전시의 동선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한 가족이 동선을 무시하고 왔다 갔다 마구 전시장을 누비고 있었다. 전시장의 동선을 거스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다가 보면 동선을 무시하고 간혹 눈이 먼저 가는 작품으로 본인도 모르게 발걸음을 가져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40대 초반 여인이 아이를 이리저리 이끌고 다니면서 작품의 캡션에 쓰인 영어를 큰소리로 읽어 보게 했다.
미술 전시를 보러 와서 전시를 감상하기보다는 큰소리로 아이에게 작품의 영어 캡션을 따라서 읽어 보라며 이리저리 전시장을 헤매는 그 가족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당연히 피해를 준다. 좀 더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이밖에 전시장에서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사람이 많건 적건 간에 전시장의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럼 바꿔서 생각해보자. 전시장의 작품들 특히 회화는 전시장 벽에 붙박이로 고정돼 있는 작품들이 아니다. 대부분 못으로 걸어 놓거나 줄로 작품을 걸어 놓는다. 입체 작품은 작품의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잘못 건드렸을 때 약간의 미동으로라도 작품이 파손될 수도, 스크래치가 갈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진동을 일으키며 뛰어 다닌다면 작품을 위협하는 행동이 된다. 작품을 단순히 눈으로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작품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분으로 감상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감상법도 그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길이다. 따라서 전시를 제대로 관람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요즘은 웬만한 규모를 지닌 유료 전시의 경우 전시 설명을 해 주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도슨트의 전시 설명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맞춰 전시를 보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한다. 전시 설명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추천하는 바는 우선 도슨트의 전시 설명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전시장에 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설명이나 사전에 별도의 공부 없이 작품들을 감상해 보자는 거다. 진부하고 재미없든, 신경질적이고 무미건조하든 나의 감정을 가져보는 거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 딱 한 가지 방법만 있다는 선입견을 버리자. 모르는 채로 한번 보고, 전문가 따라서 한번 더 보고 하다 보면 어느덧 그림이 내 마음 속에 그런 다음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자. 도슨트는 전시 전체의 콘셉트와 작가에 대한 설명, 또한 모든 작품들에 대해서는 힘들더라도 주요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끔 전시를 보러 가면 설명을 듣는 분들이 도슨트의 설명에 “아~” 같은 탄성을 내는 걸 목격하게 된다. 전시에 대해 전문가의 설명을 들었다고 아까 본인이 혼자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부끄러워하지는 말자. 솔직한 본인의 감정에 떳떳해지자. 도슨트의 안내가 다 끝난 뒤에 다시금 전시를 혼자서 찬찬히 봐보자. 작품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간직한 관람자는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약간의 지식을 전달 받았고, 이제는 정리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한다면 하나의 전시를 세 번을 보는 지루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추천하는 방식이 이렇듯 수고스러움을 바탕으로 하지만 분명 한 번의 관람에 그치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가지게 될 줄로 안다. 시간이 없는 바쁜 일상의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주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쯤은 해봄직한 방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방법이 정석이고 모범 답안은 아니다. 필자는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단지 안 해본 것을 한번쯤 해봐서 좋으면 하는 것이고,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면 안 하면 되는 것이다. 단지 미술을 감상하는 데는 한 가지 방법만이 있는 게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