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소셜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피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내 상위 업체들은 저마다 환불 규정 강화, 소비자 대응팀 마련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도 소비자와의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현재 500여개에 달하는 중소-영세 업체들의 경우에는 소비자 피해 방지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하나라도 더 팔기에 급급해 소비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소셜커머스에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은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진입장벽 낮은 것이 소비자 피해 원인 소셜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은 난립하는 소셜커머스 업체 숫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설립에 진입장벽이 낮아 영세하고 준비가 덜 된 업체들이 늘면서 피해가 증가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는 관련 기관에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업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관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솔루션도 이미 업계에 널리 퍼진 상태다. 창업이 쉽기 때문에 영업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이 제2의 닷컴신화 또는 미국의 대형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 등으로 성장할 꿈을 꾸며 무작정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대박 허상을 쫓다보니 소비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생각 않고 무턱대고 접근하는 업자들이 업체를 차리는 경우가 상당하다. 또한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소규모 판매업자 즉 간이과세업자는 신고의무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영세 업체들 중에는 신고도 않은 경우도 많다. 소비자들이 근본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여건이 완전히 갖춰져 있는 셈이다. 업체들, 중개업자라 항변하면서 책임은 외면 손쉽게 창업할 수 있어 피해가 늘고 있지만 정작 정부 당국이 규제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판별하는 기준이 통신판매업자인지 통신판매중개업자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이용약관을 분석해보면 자신들을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는 판매한 물품에 대한 사후 책임을 져야 하는 반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제품 판매에 대한 장소 제공과 중개의 역할만 하기 때문에 사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널리 알려진 국내 유수의 인터넷쇼핑몰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구분된다. 소셜커머스 업체 관련 피해가 늘어나도 처벌 기준이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판매하는 형식을 봐도 알 수 있다. 소셜커머스는 형식상 통신판매중개업자의 형태를 갖추고는 있다.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따로 있고 자신들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형식 때문에 업체들은 “법적 구분이 모호하다”는 핑계를 대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한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논란이 많겠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판매하는 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소셜커머스를 통신판매업자로 보긴 곤란하다”며 “무조건적으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통신판매업자로 구분지어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소셜커머스에 전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통신판매중개업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실익과도 연관이 돼 있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공동구매 형식을 취하고 있어 구매 소비자 숫자가 수십 명부터 수백 명이나 된다. 이럴 경우 환불을 원하는 몇몇 소비자들 탓에 전체 환불을 해 주면 소셜커머스 업체는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상거래법 상 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도 당해 재화를 공급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또는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약 처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이미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들에게 사후 애프터서비스를 하기엔 반값으로 판 서비스라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수억~수백억 원대 수익을 기록하는 대형 업체들을 제외한 영세 업체들에게 이런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일부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와 사후 애프터서비스는 소셜커머스 업체들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리다. 소셜커머스 관계자는 “공동구매는 특정 인원이 넘어야 할인이 되므로 일부가 사후 환불을 요청하면 할인기획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할인권을 구입한 고객 전체에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며 “그래서 단순 고객변심에 따른 환불 요청은 다 들어줄 수 없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미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이 적절한 사유에 대한 증빙서류를 첨부해 구매 취소, 환불을 요구할 때는 즉각 환불을 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우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라는 주장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입을 모아 “소셜커머스 업체들을 통신판매업자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통신판매중개업체로 보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중개에만 그쳐야지 자신들이 직접 소비자들을 모아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통신판매중개업체로 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만에 하나 통신판매중개업체로 본다 할지라도 전자상거래법 상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판매자와 중개자의 연대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 당국은 규정이 모호하다는 핑계로 방치하고 업체들은 약관상 책임이 없고 자신들은 단지 중개자라는 말만 강조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소비자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불기간 7일이지만 거부 조항 내세워 또 다른 문제는 전자상거래법 상의 환불 거부 조항을 들어 업체들이 환불을 거부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 조항을 핑계로 단속의 손길을 내려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환불기간이 4일이다. 미국 전자상거래법이 그렇게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환불 기간은 전자상거래법상 7일이다. 따라서 이 조항을 지키지 않는 업체는 모두 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세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환불 기간을 1~2일로 한정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21항에는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통해 통신판매업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피해가 예상되면, 업체가 별도로 그 사실을 고지하고 소비자의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 동의를 얻은 경우에 환불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전자상거래법 17조 2항에는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소비자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해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재화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구매 취소의 경우 전자상거래법은 7일 안에 구매 취소를 하면 환불을 보장하지만 실제로 업체들은 구매 뒤 2~3일만 지나도 구매 취소가 불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며 “법 위반은 확실하지만 예외 규정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셜커머스가 발전하는 만큼 판매에만 힘쓸 게 아니라 소비자 보호 조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며 “소비자들 또한 각 업체의 환불 규정 등을 꼼꼼히 점검하고 과장광고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 당국 소셜커머스 피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업체들은 정부 당국의 목소리에 촉각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묵묵부답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소셜커머스 피해주의보를 발령하면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떤 방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피해를 예방해야 하는지 만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정위는 4월 6일 “소셜커머스 업체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의무를 이행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유권해석 및 소비자 보호조치를 내놓지 않고 않다. 일부 언론들은 ‘공정위가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환불 규정에 대해 직권 조사를 실시 중이며 이를 토대로 4월 중 환불정책 변경 권고나 시정조치 등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보도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직권 조사나 시정 조치 등의 사항들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소셜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피해 문제가 대두되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