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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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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8호 최영태⁄ 2011.04.18 13:28:22

최영태 편집국장 한국에서 귀가 아프도록 자주 듣는 말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비즈니스 프렌들리’다.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역겹다. 통계 한 가지를 보자. ‘검은 백조’(블랙 스완: 갑자기 나타나는 예측 불허의 사태)라는 개념을 환기시켜 세계 금융계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나심 탈레브의 책에 나오는 숫자다. 1957년 미국의 500대 기업(미국-외국 기업 포함) 중 40년이 지나도록 살아남은 업체는 74개였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망한 대기업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이었고, ‘사회주의적 경제 특징’을 가진 나라의 대기업들은 잘도 살아남더라는 통계다.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미국에서 대기업들이 왜 잘 망하나? 탈레브는 “창고에서 젊은이들이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업들이 대기업을 따라마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대로 ‘사회주의적 경제’가 강한 나라에서 대기업이 망하지 않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만든 기업이 빛을 못 보기 때문”이란다. 한국은 어느 쪽? 언론인 맬컴 글래드웰은 저서 ‘그 개는 뭘 보았나?(What the Dog Saw?)’에서 한 미국 대학생의 경험을 전한다. 세계적 IT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회장의 강연회에서 질문을 했더니 발머 회장이 나중에 직접 이 대학생 집으로 전화를 걸어 와 몇 시간이나 대화를 하면서 “우리 회사로 꼭 오라”고 취업을 권유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발머가 한 이유는? 이런 잘난 대학생들이 차리는 회사가 장래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있기는 있다.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시골지역에서 시정부 등이 단돈 1달러에 엄청 넓은 부지를 빌려 주는 식이다. 이런 개념에서도 알 수 있듯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속개념은 ‘새 기업에 대한’ 프렌들리다. 동네에서 힘쓰는 기존 기업에 프렌들리 하자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처럼 ‘기존-대기업에 대한 프렌들리’를 미국 정부나 정치인이 외친다면 바로 “정신 나간 놈” 또는 “뭘 먹었길래”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 말을 입에 달고 사니 이건 거의 정신착란 수준이다. 사회주의처럼 망하는 경제에서 기업가 정신 넘치는 신생 기업이 빛을 못 보고 죽는다. 한국에서는 정부의 (기존 대기업에 대한)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새 기업을, 창업정신을 잡아 죽인다. 제발 부탁한다. 용어 교정 좀 하자. 앞에 형용구 없이 그냥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하면 그건 반칙이다. (기왕에 존재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여서는 안 된다. 새 기업하기 좋은 나라여야 한다. 새 기업을 하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대기업의 전횡을 바로잡는 나라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하는 나라다. 미국 법무부가 ‘세계를 주름잡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독점법 위반 소송을 정말 진지하게, 끈질기게 거는 이유다. 한국이 ‘새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정부가 대기업의 전횡을 뿌리 뽑아야 한다. 현실은? 한국에서 대기업은 뭐를 해도 상관없다. 정부가, 법원이 다 봐 준다. 이렇게 정의가 사라진 사회는? 대부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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