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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붕열, ‘기후적 도상’으로 삶의 불안을 표현

“인간 정신도 유례없는 대지진·쓰나미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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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9-220호 김대희⁄ 2011.05.02 13:36:40

“자연은 신의 창조물이자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에요. 우리는 이러한 자연과의 근본적인 관계조건에 구속돼 있으며 이 대자연을 떠나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죠.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듯 자연의 모든 생물은 이런 메커니즘의 원리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그 영원성 너머로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요.” 전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최근 지구촌의 환경 재앙은 인간 삶의 불안을 높이고 있다. 이붕열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표현하며, 지구촌의 기후적 조건을 조형적 소재로 삼는다. 그의 작품은 지구촌을 넘어 우주 질서 속 인간의 문명 진화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꼬집고, 그 속에서 우리의 존재가치를 묻는다. 그의 작업은 이런 근본적 원인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며, 기후적 도상(weather map)이라는 자연환경을 키워드로 삼아 자연의 물리적 속성과 거대한 진리를 지속적으로 탐험하면서 자유로운 조형적 실험을 한다. “내 작품의 근원은 자연원리에서 시작돼요. 과거에는 ‘원형질’ ‘음과 양’ ‘천·지·인’ 또는 ‘뫼비우스의 띠’ ‘생성과 소멸’ 등 자연 속의 질서를 사색하고 이러한 철학적인 담론을 자연본질의 키워드로 삼고 조형언어를 찾아 시각화하는 고민을 해왔어요.” 작품의 조형원리는 자연의 모든 물성과 존재로부터 생각하고 유추하면서, 반복적으로 그의 정신적 내면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눈에 보이는 형상은 시각을 통한 반응이지 생각을 통한 재해석은 아니다. 그가 그리는 행위는 많은 고민과 단계의 유추 과정을 거친다. 때로는 이러한 일련의 연상적인 작품 행위를 통해 머리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에너지를 형상화시킨다. 그는 이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추상적 이미지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물질의 형태를 포착하고 이를 극대화시켜 화면에 등장시킨다.

때문에 인위적이고 구체적인 형태가 나타나기보다 자연적인 질서에서 ‘나’라는 의지의 감성이 어떤 형상성을 이룩해내고, 이를 핵심적인 형상 에너지로 표현함으로써 다분히 추상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이 작가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것들이다. 그는 한번 주제의식을 갖게 되면 보통 몇 년간 그 문제로 씨름한다. 어느 날 작품을 위한 추상적 행위로 바닥칠을 하는 과정 중 공간의 형상이 떠 있는 듯한 자연적인 형태를 보았다. 이것을 공간 위에 섬과 바다 그리고 구름이라는 자연물성의 상징으로 표현하기로 했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그 동안 그의 작업은 상당 부분 가시적인 자연의 한 가지 형태를 상징화해서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가상의 형상에서 얻어지는 움직임을 기후 변화라는 자연적인 형상으로 나타내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저 무의적으로 보이는 그림에서 탈피해 시각적 욕구와 충격을 유도하고, 문제의식을 도입하기 위해 ‘기후적 도상’이라는 사회적 이슈, 소통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해 그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내 작품이 예언이라도 했듯, 최근 일본의 쓰나미와 대지진은 엄청난 비극적 뉴스로 전 세계에 보도됐죠. 제 작품의 기후 현상 시리즈가 바로 이러한 경고적인 메시지를 암시하고 있어요.” 그가 말하는 ‘기후적 도상’은 일반적인 기상예보가 아니라 우리 인간 정신의 비상구인 셈이다. 현시대의 인간은 현재 혼돈과 사회 가치의 퇴락 등 문제에 봉착하고 있으며, 기후적 도상은 이런 위기에 대한 사전 예시일 수 있다. 인류는 최첨단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역사를 만들고 있지만 진화론적 그리고 종교적인 예정론을 떠난 혼돈에, 이성적 판단을 넘어서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작업은 시각적 즐거움과 조형가치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인류의 감성이 새로운 깨우침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간접적인 증명이며, 이것을 위한 욕구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항상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적 행위의 연속”이라며 “이것이 작가가 가진 최소한의 양심적인 열정과 의지”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항상 새로움을 잉태하는 사고의 중심에 있어야 해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정적인 타성에 머물러 창작행위를 하는 장인에 불과하죠. 작가는 항상 새로움에 직면해 고뇌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 지난 수년간 ‘생성’이란 주제로 많은 전시와 작업을 시도했죠. 제한된 캔버스 공간 위에 새롭게 태동하는 자연의 형태를 탐색하고 이것을 캔버스 화면 위에 확장시켜 나가며, 대자연의 위대한 움직임을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켜 왔어요.”

이붕열은 현재 개인 작가 활동과 동시에 (사)국제미술협력기구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단체는 5년 전 이 작가가 설립했으며, 한국의 전문 작가 회원 600여 명의 국제적 활동과 작가적 위상 확대를 돕고 있다. “시대정신에 맞는 미술 전시와 정보 네트워크를 보다 폭 넓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국제미술협력기구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에요.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작가로서의 성장과 국내외 홍보를 돕고, 젊은 작가들에게 다양한 미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가를 지원해 미술인의 자긍심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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