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용카드사들이 잇따라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런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는 고객들의 온라인뱅킹 기능 향상과 영업점 네트워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 올해 개발을 완료해 새 기능을 고객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 아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카드사의 경우 협력업체와의 마찰 등으로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안에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 차질 등으로 하반기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와 우리카드가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비씨카드의 새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은 18개월짜리 프로젝트로, 비용은 500억 원 규모다. 당초 5월 말에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협력사인 LG CNS와의 마찰 등으로 하반기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개발 과정에서 보안성이 떨어지고, 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차질을 빚으면서 오픈 시기도 늦어지게 된 것.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씨카드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당초 이달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보안성 문제 등으로 무기한 연기됐다”며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하반기로 넘어가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산시스템 개발 지연은 절차상의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보유한 시스템으로 개발 작업을 착수하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지만, 비씨카드에서 뒤늦게 이를 보완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이 때문에 협력사와 비씨카드 간의 마찰도 빚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의 차세대 전산 개발은 ‘분사’용? 이 관계자는 “만약 개발 기간이 지연되면 협력사들은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인정돼 더 이상 개발비를 요구할 수 없다”면서 “현재 비씨카드에 파견된 일부 직원들은 밤잠도 못자고 업무에 착수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 관계자는 “개발 과정에서 품질 보완 지시가 내려지고, 보완 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당초 5월말에서 6월말로 협력사와 협의 중이지만 오픈 날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분사를 추진 중인 우리카드 역시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총 300억 원 규모인 이번 시스템은 비씨카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LG CNS가 협력사로 나섰으며, 내부 구조는 NH카드의 전산시스템과 흡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 300여 명의 IT개발 인력들이 우리금융지주 본점을 중심으로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 11월부터 올해 11월말까지 ‘1년 프로젝트’로 개발 중이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NH카드 전산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IT개발 인원들이 대부분 우리카드로 재배치 됐다”며 “우리카드에서 요구하는 품질 서비스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NH카드와) 똑같다”고 말했다. 우리카드의 이번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은 노후화된 전산 시스템을 새로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는 5년마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반해, 우리카드는 2002년 이후 약 9년여 동안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기 때문. 또 홈페이지나 실질적으로 고객들의 서비스 개선보다는 전산 시스템 서버 용량을 높이거나 내부 임직원들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전산 시스템은 홈페이지나 인터넷 뱅킹 등 고객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와는 별개”라며 “영업점의 고객정보 조회 편리성과 마케팅, 업무 프로세스 등 내부 직원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가 새 전산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분사를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내 우리은행 카드사업부를 분리해 카드 분사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만약 카드 분사가 시행된다면 차세대 전산시스템 오픈에 맞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확률이 높다. IT 업계 관계자는 “새 전산 시스템을 보유할 경우 카드를 분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우리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분사는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이미 작년 말에 시작된 프로젝트로, 분사와는 상관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카드 분사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며 분사와 전산시스템 개발은 연관성은 없다”면서 “전산 시스템 개발 시점과 분사 이슈 시기가 맞아 떨어졌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새 전산 시스템 품질·보안에 주력 농협과 현대캐피탈이 전산 오류와 해킹 등으로 신뢰성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최근 차세대 전산시스템에서는 보안성이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비씨카드의 오픈 일정 지연 역시 내부적으로는 품질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안성을 한층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 4월25일 카드 결제오류가 발생하면서 한차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결제오류가 서울 중구 지역에서만 발생했다고 알려졌지만 “여러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차세대 전산시스템이 아직 오픈하지 않아 이번 결제오류는 전산시스템 개발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LG CNS가 협력사로 개발과 전산 관리를 함께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LG CNS의 경우 비씨카드와의 마찰 등으로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무개발 비용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일부 IT 관리로 파견된 직원들이 새 전산 시스템 개발 업무에 파견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 물론 비씨카드 측의 해명대로 단순한 과부하나 일시적인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협력사와의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이고 금융권의 전산 장애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협력사와의 마찰 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미 결제오류가 발생해 차세대 전산시스템 보안성을 구축하기 위한 비씨카드의 부담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카드 역시 임직원들의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의사전달) 강화를 위한 전산 시스템 개발에 나서면서 내부 보안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전산오류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미 금융시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과 현대캐피탈, 비씨카드의 전산오류와 해킹 사태가 금융권 전반의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현재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금융권들이 보안성에 더욱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