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 사는 S씨는 올 3월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진으로 보기에도 깨끗하고 중고차 성능점검 기록부까지 있다는 마음에 쏙 드는 중고차를 찾아냈다. 요모조모 확인한 끝에 그는 직접 경기도 부천의 중고차 매매 단지를 찾아갔다. 그러나 S씨를 맞이한 매매업자는 통화할 때와는 달리 “그 차는 이미 팔렸다”며 다른 매물만 보여주기 급급했다. 게다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업자는 중고차 매매업자로 등록돼 있지도 않았다. 경남에 사는 K씨는 올 1월 중고차를 사기로 결심, 인터넷을 뒤졌다. 인터넷 상 수많은 중고차 사이트 중 한 곳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발견, 전화를 걸었다. 중고차 사이트 관계자는 “차가 있으니 어서 올라오라”고 했고 K씨는 인천의 중고차 매매단지로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자신과 통화한 사람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이 나타나 해당 차를 보여 주기는커녕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4시간 동안이나 다른 차만 보여 줬다. 결국 K씨는 자신이 원했던 차를 구경도 못하고 헛걸음해야 했다.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중고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연간 매매 대수만 약 200만대에 온라인 중고차 오픈마켓 숫자도 100여 개를 넘어섰다. 규모가 큰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도 20여 개에 달한다. 그런데 중고차를 실제로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일부 업자들이 있지도 않은 매물을 미끼용으로 올려놓거나, 사고 기록이나 가격 등을 속여 일단 센터를 방문케 한 다음 이런저런 핑계를 대 다른 차를 구입하도록 하는 이른바 ‘낚시질’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 통해 헛걸음 줄이려다 ‘낚시’에 걸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중고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459건으로 월 평균 38.3건에 달한다. 2009년 연간 256건, 월평균 21.3건에 비하면 79.3%나 증가한 숫자다. 이들 피해 사례들을 살펴보면 품질 피해가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중고차 매매업자가 내놓은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의 모든 사항이 양호로 표기돼 있어 믿고 구입했는데 성능이 불량한 사례가 154건으로 전체의 33.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또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는 ‘무사고 차량’이지만 사고 차로 확인된 사례, 사고 부위를 축소해 판매된 사례가 91건(19.8%), 주행거리 차이 등 사례가 63건(13.7%)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품질 관련 피해 건수는 총 308건으로 전체 피해의 67.1%에 달해 여전히 중고차의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가장 컸다. 온라인 중고차, 가장 많은 피해는 ‘품질’ 사고 축소해 판매한 뒤 모르쇠 일관 또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인도 받은 날로부터 30일 또는 주행거리 2000㎞ 이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약정 부품에 대해 품질보증 수리를 해줘야 하지만, 보증수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25건(5.4%)이었다. 중고차의 등록대행을 이유로 제세공과금을 수령한 뒤 잔금을 정산해주지 않는 사례가 25건(5.4%), 명의 이전 지연이 14건(3.1%), 자동차관리법 위반 행위인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미교부 사례가 6건(1.3%)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에서 중고차 딜러를 하는 M씨는 “인터넷을 통한 ‘사기’ 수법 중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이 허위 매물과 사고 부위 축소”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특이한 종류의 차종이 아닌 이상 중고차는 연식, 차종에 따라 딜러들 사이에서 적정 가격이 다 정해져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인터넷 중고차 판매 사이트는 이 가격에서 일부러 10% 정도 가격을 낮춰 올려놓고는 낚시질을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인터넷에 올려진 중고차 매물 중 실제로 물건이 있는 경우는 20~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정부는 법 개정 등으로 피해 줄이겠다지만… 정부는 중고차 관련 사기 사례가 늘어나자 법 개정 등을 통해 피해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올 3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마련한 ‘자동차 제도개혁 방안’에 중고차 거래 선진화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 방안은 크게 성능점검 개선 방안, 그리고 자동차 토털 이력관리 온라인 서비스 두 가지로 나뉜다. 중고차 성능점검 개선 방안은 매매업자의 부정적 영향력을 없애기 위해 현재 매매업자가 의뢰하는 중고차 성능점검을 중고차 차주가 의뢰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성능점검의 방식도 기초점검과 정밀점검으로 구분해 차량 상태 및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동차 토털 이력관리 온라인 서비스는 중고차 관련 주요 정보를 전산망에 입력해 이용자가 인터넷으로 차량의 이력을 조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차량 이력 관리 시스템이 정착되면 구매자, 매매업자 등이 이력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중고차 속여팔기 등이 곤란해지고 시장 신뢰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고차에 대한 이력 조회 서비스는 올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중고차 딜러가 말하는 “이것만은 확인해라” 1. 여러 사이트의 가격 비교는 필수 지나치게 싼 값의 중고차는 십중팔구 허위 매물이다. 온라인에 올라온 저가 중고차 매물 중에 실제로 물건이 있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위 매물이다. 중고차 시세가 대부분 이미 형성돼 있으므로 시세보다 10~20% 가량 대폭 가격을 낮춘 매물은 대개 허위 매물이라고 보면 된다. 정상적인 매물이라면 다른 사이트와 비교했을 때 가격차가 거의 없다. 많은 사이트를 둘러보고 대략적인 가격대를 확실하게 알아야 헛걸음을 면할 수 있다. 2. 사진으로 계절-번호판 확인은 필수 법적으로 중고차의 앞 번호판은 없어도 되는 터라 상당수 인터넷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앞 번호판 자리에 상호를 붙여 놓는다. 그러나 뒷번호판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따라서 뒷번호판마저 상호를 달아 놓은 경우는 허위 매물로 의심할 만하다. 또한 차 사진의 배경을 살펴보아 찍은 지 오래 된 사진, 현재 계절이랑 맞지 않는 사진으로 드러나면 역시 현재 매물이 아닐 수 있다. 사진만 꼼꼼히 살펴봐도 허위 매물 여부를 상당 부분 가려낼 수 있다. 3. 성능기록부와 매매사원, 매매업체 이름을 사이트에서 반드시 확인하라 허위매물을 올려놓는 업체들은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사이트에 올려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올려놓더라도 자동차 등록번호나 차대 번호 등의 중요한 항목을 빼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매물에 가짜가 많다. 또한 매매사원이 소속된 자동차 매매업자의 상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이 사이트에 명시돼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혹시라도 불안하면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자동차 등록증, 사원 명함, 사원증, 이 네 가지를 팩스로 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바로 보내오는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확인에 나서면 매매업자들은 “깐깐한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주춤하기 마련이다. 매매업자가 경계하면 사기의 80% 정도는 면할 수 있다. 또 팩스로 보내주는 문서들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각 서류에 기재된 자동차 등록번호, 차종, 연식, 해당 판매사원이 소속된 업체나 조합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4. 성능상태 점검을 직접 맡겨라 중고차를 사기 전에 관련 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한 이후에도 사고 이력이 불안하다고 여겨지면 3만5000원 정도를 들여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을 직접 맡길 수도 있다. 성능상태 점검 과정을 직접 옆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디 부위에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살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 체크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치면 비교적 안심하고 중고차를 살 수 있다.